[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이달 초 전북자치도가 올림픽 유치에 뛰어들겠다고 깜짝 선언한 이후 '무한도전'인지 '무모한 도전'인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역대 대회 모두 세계적인 도시에서 치뤄왔음에도 막대한 재정 투입과 함께 특히 최근들어서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했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기장 등 관련 인프라가 취약한 전북도가 단 9조 1천억 원이면 대회를 치를 수 있다고 한 자체 분석에도 의문 부호가 달리는 상황입니다.
전재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역대 올림픽 개최지입니다.
개최 국가의 수도가 대부분인데, 일부 수도가 아닌 곳이더라도 미국 LA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1908년부터 무려 4차례나 유치한 영국 역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런던에서 대회를 치뤘고, 일본도 1964년과 2020년 대회 두 번 모두를 도쿄에서 열었습니다.
전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하계올림픽의 기반시설 조성과 이에 대한 재정 투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04년 이후 5차례의 올림픽 개최 비용은 베이징이 68조 원, 도쿄가 45조원 등 평균 3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미 30여 개의 종목별 경기장 대부분이 갖춰져 있고, 특급 호텔이 즐비한 거대도시에서 유치한다는 전제에도 그렇습니다.
경기장도 기반 시설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9조 원이면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전북의 분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관영 / 전북자치도지사(지난 7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기존 시설 재활용과 임시 시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 올림픽을 실현하겠습니다."
막대한 유치 비용은 특히 최근들어 필연적으로 개최국에 적자와 빚을 남깁니다.
2004년 아테네는 6조원, 2012년 런던은 7조 2000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강원도 평창도 올림픽을 유치했고, 러시아의 산골도시 소치도 올림픽의 성화를 밝혔지만, 동계 올림픽의 규모는 하계 올림픽과 견줄 바가 아닙니다.
대회 유치를 누가 할 것인지, 유치 주체의 문제도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 역대 올림픽 개최지는 모두 도시입니다.
2002 한일월드컵, 88 서울올림픽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월드컵은 국가가, 올림픽은 도시가 유치합니다.
광역단체인 전북은 유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듯 전북자치도가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신청서에 담긴 명칭도 전북이 아닌 '2036 전주 하계 올림픽'입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국내 후보지 선정은) 최종적으로 2월 28일에 대의원총회에서 결정을 하고요.. 전주시 올림픽이라고 명칭을.."
전북의 1년 예산은 9조원, 전주시는 2조원 대에 불과한데, 전주와 경쟁을 벌이는 국내 유치 도시는 다름아닌 서울특별시입니다.
[전재웅 기자]
"그런데 2년여 간 올림픽을 준비해 온 서울시와는 다르게 전북자치도의 시도는 속전속결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2023년 6월 타당성 조사를 맡겼지만 잼버리 파행으로 중단된 이후, 올 5월에서야 다시 준비를 시작했고,
신청서 접수를 불과 이틀 남기고 14개 시군 부단체장 회의에서 올림픽 얘기를 꺼낸 게 공식적인 첫 언급이었습니다.
[전주시 관계자]
"올림픽을 도에서 계획을 했으니까.. 시설물 사용 허가서가 필요하니까 단체장님들한테 내부보고를 해서 좀 해 줘라.."
전북도의 깜짝 도전 이면에는 서울시와의 유치 경쟁을 통해 일부 종목이라도 분산 유치한다는 복안이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별반 아쉬울 게 없는 서울시는 이미 공동 유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 바 있습니다.
국내 유치 도시 결정은 내년 2월 말이면 판가름 날 전망,
전북도의 도전이 다윗의 승리로 끝날지, 바위를 친 계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결과에 따라 유치 신청 과정은 물론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