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 앵 커 ▶
최근 국정감사에서 전북교육청 해외연수의 외유 논란이 제기됐지만, 다른 기관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소방본부 해외 연수에서는 현지 시찰 대상 시설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벤치마킹이라며 제안한 사업은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실패 사례로 폐기된 정책이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북 소방대원 4명은 지난달 화재 예방 정책을 배워오겠다며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현지 소방서와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등을 도는 8박 10일 일정으로, 연수 마지막 날엔 라스베이거스의 한 대형 복합 리조트를 들렀습니다.
결과 보고서에 여러 인증 사진을 첨부하면서 이 같은 통제실이 있어야 대형 사상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적었는데, 정작 통제실 내부는 둘러보지도 못했습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방재 시스템이 있다(고 안내받았지만.).. 거기를 보안상 출입을 못 한 겁니다."
[조수영 기자]
"불가피하게 구글링(Googling), 그러니까 인터넷 검색으로 시찰을 대신했다는 게 전북소방본부의 공식 해명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연수결과 보고서 중 핵심인 정책 제안서에 첨부한 사진은 물론, 설명 내용까지 외부 기관 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습니다.
유럽 현지 소방이 운용 중인 장비를 벤치마킹 한다며 지난 8월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떠났던 또 다른 소방 해외연수팀,
8박 10일 일정을 소화한 결과 보고서에 '오토바이 소방차 구매사업'을 정책으로 제안했습니다.
현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국내에선 이미 여러 차례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폐기된 사업입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작은 호스 한두 개 싣고 소화전을 연결해서 쓰고 이러는 게 말이 안 되기도 하고.. (도입한 지) 2~3년만에 없어진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 밖에도 인터넷 블로그와 각종 언론매체의 기사, 그리고 수년 전 제출된 소방청의 국외출장 결과보고서를 그대로 짜깁기한 사례도 수두룩 했습니다.
전북소방은 올해도 각 팀당 예산 1,200만 원씩을 지원해, 모두 10개 팀을 미국과 유럽 등지로 보냈고 조만간 결과를 취합할 예정이었습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계획심사 및 연구보고서 검증을 강화하고 국외 연수 전 사전교육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북소방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벤치마킹' 국외연수를 재개했지만, 여러 정책들이 제안만 됐을 뿐 실현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