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 앵 커 ▶
합계 출산율이 0.72까지 떨어지는, 출구 없는 저출생 터널이 이어지면서 지역 병의원의 분만실이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분만 제로 시대를 맞았다는 분석입니다.
두어 달에 한 번이나 신생아 출산이 있을까 말까 하는 현실이 병의원의 분만 수가 청구 현황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22년 정부 지원을 받아 공공 분만시설을 구축한 김제의 한 종합병원입니다.
24시간 분만체계를 갖춘 곳이지만, 신생아실과 입원실 모두 고요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병원 관계자]
"(출산율이 정확히 어떻게?)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마지막으로 왔던 아이는 언제?) 4~5일 전, 3~4일 전?"
김제시는 최근 신생아 수가 증가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올 7월까지 정작 김제에 소재한 병의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모두 3명에 불과합니다.
2달에 1번 꼴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겁니다.
대부분 대도시의 병의원에서 분만이 이뤄졌습니다.
같은 기간 인근 고창에서는 단 2명의 아이만 태어날 정도로 지역이 분만 제로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병원에서 신생아가 태어난 것을 뜻하는 '분만 수가' 청구 현황을 통해 확연히 드러납니다.
올들어 도내 산부인과 가운데 분만 수가를 아예 청구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81.6%에 달할 정도로 많습니다.
5년여 전인 지난 2018년보다 무려 15%p 늘어난 것으로 대도시 아닌 이상 분만을 거의 포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정부 지원으로 분만실을 유지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한계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조리원 등 초기 육아를 지원하는 시설이 인근에 없다보니 기피현상이 심하고, 산모 역시 임신 기간 이용했던 병의원에서 아이를 낳기를 선호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병원 관계자]
"그런 산후조리원은 거기서 분만을 안 하면 받아주지 않기도 하고. (연계가 보통일이 아니겠네요) 네."
각종 정부지원으로 출산 인프라를 확충하고 현금 지원책을 동원해 출산율을 높이고자 했지만, 지역의 산부인과에 불이 꺼지는 것을 막기는 힘겨워 보입니다.
[박종국 / 김제시 인구정책팀장]
"산모들이 아이를 낳으면 조리할 수 있는 시설들이 조성이 안 되어 있거든요. 산후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지원금을 지급해서."
분만실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의 출산 인프라가 빠르게 붕괴되는 상황,
인구 절벽이 더욱 가파르게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경고음입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