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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가축 폐사..밀집 환경에 폭염으로 떼죽음
2024-08-25 803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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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록적인 폭염에 가축 피해도 70만 마리에 달한다는 소식 지난주 전해드렸는데요,


가을을 코앞에 두고도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불과 일주일 새, 그 수가 100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대부분 피해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 그리고 돼지에 집중됐는데,


땀을 배출하며 체온조절을 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다 보니 무방비로 무더위에 노출되며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름은 더 더워진다는데, 매번 반복되는 떼죽음을 피하기 어려운 축산 농가의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익산의 한 돼지 농장.


귀는 붓고 피부는 불그스름해 병색이 완연한 어미 돼지가 더 이상 사료를 입에 대지 않습니다.


활력이 넘쳐야 할 1-2개월의 어린 자돈들도 맥없이 축 늘어져만 있습니다.


여전히 30도를 훌쩍 넘는 막바지 더위, 온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목서윤]

“이 돈사의 현재 실내 온도는 34도 인데요, 이런 폭염에 한 달 이상 무방비로 노출된 돼지들은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며 이제 무기력하기만 한 모습입니다.”


대형 팬과 안개 분무기가 가동되고 있지만, 이 농장에서만 열 마리 중 한 마리는 더위를 이기지 못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인간과 달리 땀샘이 없어 온몸에 진흙을 바르며 체온조절을 해야 하지만, 축사 환경에선 스스로 체온을 낮추기가 불가능한 겁니다.


전국적으로 94만 마리, 전체 폐사 가축의 94%를 차지하는 닭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레 목욕으로 더위를 식혀야 하지만 축사 한 동에 최대 만여 마리가 밀집해 있다 보니 폭염에 떼죽음하고 마는 겁니다.


[임채웅 /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자연 상태에서 자기의 습성을 보일 수가 없다. 날씨가 더우면 사람들도 물속에 들어간다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잖아요. (농장 동물은)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다..”


매년 반복되는 농장 동물의 피해에 지자체마다 10년 전부터 폭염대비 가축사육환경 개선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합니다.


농가 당 지원되는 금액은 최대 천만 원, 하지만 에어컨 한 대만 해도 가격이 2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동물의 체온조절에는 효과가 미미하지만 단가가 싼, 환풍기를 설치하는 데 그칠 뿐입니다.


농장 현대화로, 실내 전체 냉방을 하며 온도를 5~6도 이상 낮춰 운영하는 사례도 있지만, 건축 자재부터 바꾸어야 하는 등 막대한 설치비가 요구되다 보니 대부분 농가엔 그림의 떡입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점점 늘어나는 폭염일수로 가축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축산 농가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이기생 / 양돈농장주]

“폭염이 계속 오래 이어지다 보니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내년에 더 시설을 보강해야겠죠, 저희도. 자금적으로도 많이 들어가죠 비용이.”


해마다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폭염으로 매년 죽어 나가는 100만 마리의 농장 동물.


말 못하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그래픽 안희정

영상 취재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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