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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는 '하나' 사람은 '둘'.. 동일 주민등록번호 피해
2023-02-12 3099
정자형기자
  jasmine@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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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같은 주민등록번호를 두 사람이 쓰고 있던 황당한 일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번호가 같은 다른 사람 때문에 은행 거래가 막히고 유치장에 갇히는 일도 벌어졌는데요, 


출생 신고를 처리하던 지자체의 업무 실수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부는 마땅한 피해 구제책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로 환갑이 된 정길영 씨, 


최근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자기 앞으로 250여만 원의 근로소득이 잡힌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온 정 씨로서는 전혀 모르는 돈이었습니다. 


[정길영 / 전주시 인후동]

"아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려는데 등급이 8등급이 됐다고. 전에는 6등급이었는데."


사실 황당한 일은 전부터 있었습니다. 


처음 가는 은행에선 이미 통장이 개설돼 있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 경찰 불심검문에서 지명수배자라고 나와 유치장에 갇힌 적도 있었습니다. 


[정길영 / 전주시 인후동]

"주민등록번호가 같은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하면 담당자들이 이해를 못하고."


정 씨가 이런 일을 겪은 이유, 바로 정 씨와 주민등록번호가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기 때문입니다. 


60년 전 정 씨가 태어난 전북 장수군 천천면에서 같은 날 김 모 씨도 태어났는데, 면사무소에서 두 사람에게 같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 겁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온라인 발급 체계가 잡힌 지 20년도 채 안 되는 시점이거든요. 더군다나 30년 전이면 수기로도 많이 했어요. 그런 형태로 하다 보니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정작 김 씨는 지난 1995년 새로운 주민등록번호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직접 이 사실을 관공서나 은행 등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 씨는 이후에도 계속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정길영 / 전주시 인후동]

"해결이 안 돼서 속이 울렁울렁 거리고. 다른 사람이 보면 답답하지. 행정소송을 하라고 하는데, 행정소송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해당 면사무소 측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정정 책임을 김 씨에게 미루다, MBC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천면 관계자]

"관계기관에 다시 한번 (주민등록번호가) 정정됐으니깐 기존 자료 수정에 참고 하라고 공문같은 걸 보내드릴 수도 있죠."


국세청도 소득 정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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