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여름철 수백 mm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가 하면 전국을 놀라게 한 지진까지 겹치면서 2024년은 좀처럼 겪어보지 못한 자연재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인데,
전재웅 기자가 그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주택 마당에 달린 CCTV 화면이 좌우로 크게 흔들립니다.
안뜰에서 작업하던 남성이 화들짝 놀라 집 밖으로 대피하고, 뒤이어 재난 문자 경보음이 울립니다.
"지진이야 지진. 났어"
지난 6월 12일 8시 26분경, 부안 행안면 진동리 지하 8km 깊이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본진 발생 5시간 반쯤 지나 규모 3.1의 강한 지진이 한차례 더 관측됐고, 여진은 무려 한 달간이나 계속됐습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로 한반도에서 일어난 규모 4.0을 넘는 58건의 큰 지진 중 부안 지진 규모는 16위 수준으로 전북에서는 최대 규모였습니다.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전북 내륙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정부도 예정됐던 단층 조사를 앞당겨 지표와 지하단층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우성우 / 행정안전부 지진방재정책과장]
"전북 쪽에는 과거에 단층이 그렇게 많다라고 여겨지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까 불안감이 가중됐던 것 같고요."
"(행안부에서는) 지표 단층, 과거에 조금 큰 지진이 일어났던 흔적을 찾고 있는 겁니다."
지진과 같은 이례적인 현상 외에도 기후 변화의 충격도 어느 때보다도 큰 한 해였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의 평균 기온은 3도, 13.1도, 25.8도, 17도로 역대 1~2위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온난화를 실감케 했습니다.
전북 지역의 온열질환자도 지난해 207명에서 올해 227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열대야도 기승을 부리면서 직전 기록보다 일주일 가량 긴 22.4일이나 지속됐습니다.
어느때보다도 뜨거웠다는 2018년 여름보다도 더 덮게 느껴진 이유는 습한 공기가 한반도를 전체를 뒤덮었기 때문입니다.
[공수현 / 전주기상지청 기후서비스과 주무관]
"올해는 습도가 높고,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날이 많아, 특히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고온다습한 기상 상황이 자주 폭우를 몰고 오며 수해의 위험성은 더 커졌습니다.
지난 7월 10일, 군산 어청도에는 시간당 강수량이 146mm를 기록하며 관측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후 사나흘 동안 익산 함라에 445.5mm, 군산에 371.1mm에 달하는 많은 비가 내렸고,
기존 장마와는 다르게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폭우로 익산과 완주 등지에서는 물난리를 겪기도 했습니다.
[한홍종 / 완주 운주면 (지난 7월 11일)]
"이번에는 비가 많이 와서, 한번에 쏟아져갖고 피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난리가 났었죠. 방에도 흙이 이정도로 쌓여 있어, 방에도."
[전재웅 기자]
"문제는 이런 재난을 야기하는 불안정한 기상 현상이 앞으로 더 자주,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온으로 수증기가 만들어지면 일부 지역에는 폭우가 내리는 반면, 일부 지역에는 가뭄을 야기하는 이른바 복합 극한 현상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문병권 / 전북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 양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서 순환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상 기상 현상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고.."
지진과 폭우, 고온 현상과 같은 기후 위기가 더이상 먼 나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한 해였습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 김종민
그래픽 :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