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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전북의 한 학교에서 일하던 3년 차 교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의 휴대 전화에는 학교에서 업무와 관련해서 겪은 정황들이 담겨 있었는데요.
유족들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북의 한 작은 초등학교,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 A 씨는 지난 12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매매 계약서와 함께 유품이 담겨 있던 봉투에는 자필로 '정상적으로 일을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A 씨 언니]
"모든 친구들이 '아 이거 학교 일 때문에 이렇게 됐구나' 다 알았을 거예요. 왜냐하면, (고인이) 주변 사람들과 워낙 잘 지내고, 본인 생활도 수영 다니고, 친구들과 등산 다니고..."
A 씨의 휴대 전화에는 올해 3월부터 마지막 출근 날이었던 12월 6일까지 있었던 다른 직원 B 씨와의 대화 녹음 파일 25개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녹음 파일은 대부분 B 씨와 갈등 상황을 짐작게합니다.
5일과 6일 녹취된 2시간 20분가량의 녹음 파일에는 "같이 근무해서 힘들다", "당신 때문에 괴롭다"라는 식의 고인을 탓하는 듯한 B 씨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12월 5일 휴대 전화 녹취 (04:53)]
"죽겠네요. 진짜. 내가 아주 징글징글하네."
"저도 죽겠어요."
"나랑 근무하면 죽겠잖아요. 선생님도 빨리 가세요. 나랑 근무하니까 죽겠죠."
[12월 5일 휴대 전화 녹취 (1:22:23)]
"선생님, 하시라고요. 이제 선생님 저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정말. 지긋지긋하네. 선생님 정말, 네? 괜찮으신 거예요? 선생님은 제가 이렇게 하는 게 괜찮으세요?"
또 내부 메신저 창에 교장과 B 씨 앞으로 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할 수가 없다",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다"라는 내용을 찍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 9시 54분 경이고 A 씨는 이로부터 열흘 뒤 숨졌습니다.
[A 씨 언니]
"토익도 900 이상에, 딱히 뭘 할 때 굼뜨거나 이상하다,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학교 측은 고인이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교장]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가만히 있어요."
녹취 대화 당사자인 B 씨는 '대화 중 했던 말이라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라며 '인간적으로 괴롭힐 의도는 아니었고 이후에 서로 감정을 풀었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업무 분장이 달라져 A 씨 업무가 지난해보다 많아졌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인터넷 게시글 등으로 상황을 알게 된 전북교육청은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 A 씨 사망 전 업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 김종민
그래픽 : 문현철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