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푸른 물 아닌 초록 물.. 남조류가 뭐길래?
지난 12일, 섬진강댐 유역의 유명 드라이브길을 따라 살펴본 옥정호의 물빛은 진한 녹색으로 물든 나무 이파리의 색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수면을 초록색으로 물들인 것은 다름아닌 남조류(남세균),
일부 남조류는 죽을 때 독소를 분출하는데, 정수 없이 이를 섭취하면 간이나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어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독소를 만들어내는 유해 남조류의 수를 기준으로 관심, 경계, 조류대발생 등 세 단계로 조류경보제가 운영되고, 경보가 발령됩니다.
■ 상수원인 섬진강댐 옥정호에 처음으로 '관심' 단계.. 늘어나는 녹조
전북지방환경청은 지난 9월 6일, 옥정호 유역에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긴급히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옥정호에서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관심 단계는 2회 연속 남조류의 세포 수가 ml당 1,000개를 넘어서면 발령됩니다.
지난 8월 26일 취수원 주변 두 개 지점 중 한 곳에서 단위당 3,000개 넘는 세포가 발견된 이후, 3주째 3,000~6,600 사이의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 상류의 폐수와 가축 분뇨가 주 원인.. 폭염도 한몫
전북지방환경청은 이번 조류 발생의 원인으로 부영양화와 함께 폭염을 꼽았습니다.
올 6월 29일 부터 한달여 간의 장마 기간 동안 섬진강댐 유역에는 451mm에 달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이 비로 상류의 오염물질과 폐수, 야적된 퇴비, 방치된 가축 분뇨가 쓸려내려오면서 조류가 자랄 수 있는 영양분이 다량 유입 됐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폭염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물의 표층 온도가 30도에 달할 정도로 수온이 높어졌고, 일조량도 증가해 광합성도 용이해졌다는 분석입니다.
■ 저수율 낮아지며 녹조 급증.. 적은 강수에 가뭄 경보도
낮은 저수율도 유속을 저하시키며 녹조 증가에 한몫을 했습니다.
1년 전 요맘 때 70%까지 치솟았던 섬진강댐 저수율은 지난 12일 기준 37.6%로 곤두박질쳤고, 하루하루 낮아져 현재 36% 대로 추락한 상황입니다.
지난 7월 태풍과 홍수에 대비해 물그릇을 비위두기 위해 관례적으로 수문을 개방해 물을 빼냈지만, 장마 이후로는 큰 비가 없어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장밋비가 지루하게 내리긴 했지만,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최근 6개월 누적 강우량 현황을 보면 전북에는 평년의 85.8% 수준인 840.5mm의 비가 내려 오히혀 태풍을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이처럼 강수량이 적어 전북의 전체 저수지의 저수량은 평년 70.4%보다 적은 57.1%를 기록하고 있어 완주와 고창은 3개월 뒤에도 '주의' 단계의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지사도 적은 강수량과 함께, 높은 기온의 영향으로 녹조가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이상 기후의 여파가 여기저기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 녹조 관리에 골머리.. 기후 변화 어떻게 대응할까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물에 강제적으로 흐름을 만드는 수면포기기를 지난해의 2배 수준인 30기까지 늘려 가동하고, 물순환설비와 녹조제거선을 추가 투입하고 있습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폐수 등의 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점검에 나서는 등 부영양화의 주원인을 단속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유해 남조류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유해 남조류 발생 시기가 1주에 그쳤고, 2022년과 2023년에도 남조류 수는 ml당 944개, 968개에 그쳐 조류경보제 발령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최근 급증의 원인에 의문 부호가 붙는 겁니다.
전북자치도와 지자체, 한국수자원공사, 전북지방환경청 등은 TF를 꾸리고 사전 대응과 녹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원인 미상의 오염원과 적은 저수량 관리에 더불어 기록적인 폭염에 대응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아 당분간 옥정호의 푸른 물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