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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공에 불났어요, 불!".. 인증도 안 받은 배터리
2024-08-23 1298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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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월, 예산 6억 원을 지원받아 미국 CES 가전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였던 전주산 드론공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발화 지점은 다름아닌 중국산 배터리로 추정되는데요, 


취재팀의 확인 결과 문제의 배터리, 정부의 정식 인증제품도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내년 전주 드론축구월드컵에 사용되는 공인구 이야깁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월 혈세 6억 원을 지원받아 참가한 미국 CES 가전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된 전주산 드론공.


시연을 위해 여러 개의 드론 공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와중에 난데없이 공 하나에 불이 붙습니다. 


대한드론축구연맹 유니폼을 입은 남성이 불이 난 공을 집어들며 소리칩니다. 


"멈추라고! 야!"


좀처럼 불이 꺼지지 않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남성은 연신 공을 흔들며 또다시 소리칩니다.


"들어와서 가져가라고!"


드론공을 조종하던 선수들도 놀란듯 일제히 경기를 멈추고 불이 난 공을 쳐다봅니다. 


간신히 불이 꺼진 공 주위엔 희뿌연 연기만 자욱합니다. 


수억 원을 들여 해외 관람객과 선수들에게 안전상 결함을 그대로 노출한 셈인데 화재가 발생한 곳, 다름아닌 배터리로 추정됩니다. 


[박혜진 기자]

"문제의 배터리를 살펴 봤습니다. 배터리 표면에 중국산이라는 문구와 함께 드론공 제조사인 캠틱이 디자인 했다는 표시, 그리고 배터리 용량 등 극히 일부 정보가 간단히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정보가 다 손으로도 쉽게 뜯어지는 스티커입니다."


스티커를 떼어낸 뒤 정작 배터리 본체를 아무리 살펴봐도 어떠한 안전인증이나 규격, 표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관련법에 따르면 배터리는 안전인증대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건 물론, 본체에 반드시 인증 표시와 인증 번호, 용량 등이 기본 명시돼 있어야 합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

"배터리 같은 경우는 KC마크가 있는 걸로 해야 되고, 그런 것들이 확인이 안 되면 사업주한테 형사 고발 조치가 들어가요."


하지만 캠틱이 인증을 취득했다고 내놓은 KC인증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인증과 엄연히 다른,  임의로 등록할 수 있는 전자파 적합 등록서에 불과합니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

"적합 등록 같은 경우는 (인증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한테 심사 받을 필요는 없고요, 드론 조종기는 전파를 발생시키는 기자재이기 때문에 무조건 적합 인증을 받아야 되고요."


정부의 관련 홈페이지에서도 캠틱이 적합 인증을 받은 기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에 캠틱 측은 "제품 판매를 위해 전문가 자문을 받아 필요한 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서면으로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연맹 측은 자신들이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문제의 공인구 사용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사드 알 학산 / 방글라데시 드론축구연맹 선수]

"중국 드론 공은 100달러도 안되게 정말 저렴한데 캠틱 공은 너무 비싸요. (하지만) 모든 경기에서 캠틱이 만든 공을 사용해야 돼서 우린 캠틱 공을 써야만 해요.

 

혈세 50억 원이 투입돼 선수들을 공짜로 먹이고 재우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내년 드론축구 월드컵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드론축구협회 관계자]

"해외에서 어떤 대회가 열려도 피다(연맹) 공인구를 쓰게끔 돼 있거든요. (캠틱 제품은) 손가락을 잘못해서 넣었을 때 전혀 다칠 리가 없는 게 이 안전한 볼이에요."


계획 대로라면 월드컵 참가 선수는 전세계 32개국 2천 5백여 명. 


결국 대회를 치르는 경비는 모두 예산으로 충당하면서 캠틱과 연맹은 자신들이 개발했다는 드론축구공을 최소 2천5백 대 팔 수 있는 구조로 이른바 '제 1회 전주 드론축구월드컵'은 추진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문현철

영상출처: 유튜브'PlacesToVi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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