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앵커▶
최첨단 기술로 사계절 농사가 가능한 '스마트팜'은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장마철 빗물에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변해 과연 스마트팜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3년 전 시범단지가 조성된 김제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정부 정책을 믿고 입주했던 청년농부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찬 빗줄기에 농작물 재배 시설 내부가 물바다가 됐습니다.
지난달 18일, 김제 시내에 조성된 '스마트팜'이 장맛비에 속수무책으로 뚫린 모습입니다.
"전체 파이프라인에서 이만큼씩 새요. 베드 위로 다 떨어져서 작물들이 다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 맞고 있어요."
온실 환경을 제어하는 자동화 설비에까지 습기가 들어찼습니다.
"이건 걸레로 닦으면 안 돼.. 잘못하면 감전돼. 드라이기로 조금 하면 좋은데.."
이처럼 허술한 실상이 드러난 곳은,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3년 전 김제시에 야심 차게 문을 연 '스마트팜 혁신밸리'입니다.
총사업비 1,040억 원, 축구장 30개 규모로, 그동안 대표적인 농업혁신 사례로 꼽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 7월 전북권 민생토론회)]
"2021년도에 준공된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지금까지 200여 명의 청년 농업인이 스마트 농업의 미래를 키우는 거점이 되어 왔습니다."
피해는 특히 '임대형 스마트팜'에 집중됐습니다.
청년농부들에게 값싼 임대료만 받고, 창업을 지원하던 시설입니다.
대형마트와 유통계약을 맺었다는 딸기농장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조수영 기자]
위에서 떨어진 빗물이 그대로 직격탄이 되면서 육묘용 상자에 있던 흙이 깨끗하게 씻겨 나갈 정도였습니다.
[고택균/ 스마트팜 입주 청년농(딸기 재배)]
"4만 주를 육묘를 했는데 4만 주가 다 사라졌습니다. 지금 딸기 육묘가격은 점점 올라서 개당 800원에서 1,000원을 하는데.."
또 다른 상품성이 높은 작물을 재배하는 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김태성/ 스마트팜 입주 청년농(허브 재배)]
"이런 부분은 뿌리부터 다 말라죽었던.. 저희가 담액수경이라고 해서 밑에 물이 다 고여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더러운 물이 한 번 오염이 되면 전체가 다.."
원인은 스마트팜의 '천장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둥근 아치 모양의 기다란 여러 덮개들이 설치된 구조여서 사이사이에 빗물이 들어찼던 겁니다.
천장이 한쪽으로 기울도록 해 물이 빠져나가도록 설계했다지만,
빗물은 쉴새 없이 고였고, 천장의 비좁은 틈새를 비집고 내부로 침투해 폭포수처럼 변한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년농들의 요청,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장마철에 앞서 이미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시공사 측이 일정을 지연시키면서 일이 커졌다는 게 관계당국의 해명입니다.
[김제시 스마트팜 담당자]
"업체가 기술력이 부족해서 하자 보완공사를 하더라도 계속 누수가 생긴 거죠. 임시로 해놨던 (마감재) 비닐류를, 철거를 일시적으로 하다 보니까 물이 확 새버린.."
누수를 잡기 위한 뒤늦은 보수 공사가 지금도 진행되는 상황,
스마트팜에 입주한 청년농들은 단순한 땜질식 공사나 보상을 떠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