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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태양광 비리 판결문 들여다보니..브로커 활개 사실로
2024-07-30 1754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브로커에게 6천여만 원 건네고 46억 전기공사 따내


지난 2019년 4월 새만금개발청은 태양광사업 2,400MW 규모 가운데 500MW는 '지역주도형'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자체가 주도해 민간기업에 사업권을 내주는 방식이 비용 절감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군산시가 추진하게 된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100MW 사업.


그런데 난데없이 브로커 박 씨가 등장합니다.


박 씨는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지역 공사 업체를 만나 돈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박 씨는 2019년 11월, 지역 전기공사업체 임원을 만나 강임준 시장 및 군산시의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사 수주 대가로 돈을 요구합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박 씨는 "강 시장과 가까운 측근에게 청탁해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라며 접대비 명목 등으로 전기공사업체로부터 우선 1,000만 원을 뜯어냈습니다.


박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공사업체가 수주하기 직전까지 꾸준히 돈을 요구했습니다.


2019년 11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총 8회에 걸쳐 6,250만 원을 챙깁니다.


결국 해당 전기업체는 46억짜리 전기공사를 수주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는 데 성공합니다.


실제로 청탁이 먹힌 셈입니다.


이처럼 뜯고 뜯기며 뒷돈으로 사업권을 주고받는 행태는 새만금 태양광 공사 현장 바로 옆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민간주도형' 태양광사업 모범 사례로도 뽑은 '군산 어은리 육상태양광 사업'.


이번엔 박 씨에 브로커 A씨까지 가세해 해당 전기공사업체에 또 접근합니다.


공사 수주는 물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과 인허가 문제를 공무원에 청탁해 해결해 주겠다며 5,000만 원을 뜯어냈습니다.


이처럼 브로커 두 명이 1년 넘게 전기공사업체로부터 챙긴 뒷돈은 모두 1억 1,250만 원에 이릅니다.


재판부는 최근 박 씨에게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에 7,000여만 원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 공무원? 시행사? 뭣도 아닌 브로커 입맛대로 업체 선정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사업의 경우 군산시가 주도한 사업입니다.


즉, 발전부터 설비, 전기공사 등 EPC 사업자 선정 권한은 군산시가 갖고 있습니다.


군산 어은리 태양광 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즉, 사업 담당 공무원도 시행사도 아닌 아무런 권한도 갖고 있지 않은 '아무개'가 사실상 수주업체 선정을 놓고 쥐락펴락한 겁니다.


실제 브로커 박 씨가 점찍은 전기업체가 수십억짜리 공사를 수주하면서 브로커 인맥의 영향력이 상당함을 증명했습니다.


■ 유력 인사 친분으로 알음알음 수주


'아무개'가 활보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고, 과연 누구에게 청탁했기에 업체는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을까요? 


의문이 시원하게 풀리지 않지만 그나마 판결문을 통해 단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박 씨는 업체에 '강임준 시장 측근인 정 씨를 통해 군산시장 등 군산시 공무원들에게 청탁해 수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라고 약속했고,


전기업체는 '군산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이 있다는 정 씨에게 돈을 전달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브로커 박 씨가 수수한 로비자금 가운데 2,500만 원이 '정 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재판부는 보고 있는데요.


수주 과정에서 군산시장과 공무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정 씨, 과연 누구일까요?


알고 보니, 지난 2006년부터 강 시장의 선거운동을 한 인물.


2020년 5월부터는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국회의원의 4급 보좌관이 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최근 정 씨는 알선 명목으로 로비자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뒷돈 어디까지 갔나?.. 정치권·공무원 표적


판결문에 따르면, 브로커 박 씨가 정 씨를 "강 시장의 측근이자 공무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게다가 정 씨가 업체로부터 로비자금을 챙긴 시기와 신 의원 후보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시기가 겹치면서 특정 인사들에게 자금이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최근 검찰이 정 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같은 날 신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해 의혹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신 의원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모두 근거 없는 음해이자 검찰의 소설일 뿐"이라며 태양광 비리와 관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재판부의 판단 그리고 검찰의 다음 행보는?


브로커 박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함과 동시에 업체로부터 챙긴 금액을 모두 뱉어내라고 명령한 재판부.


실제 청탁에 의해 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특히 브로커의 알선수재 범행은 '공무원의 직무 집행의 공정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성을 해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 것'이라는 게 판결 이유입니다.


그러나 정작 직무 집행에 있어 직접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 공무원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수주 업체 선정에 있어 다리 역할이 아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실질적 인물이 과연 누구인지 검찰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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