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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교 한가운데에 '전두환 각하?'..표지석 "어떻게 하나"
2024-03-12 3324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 전두환 씨의 방문을 기념하는 1980년대 기념물이 잇따라 발견돼 존치 여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경 전주 덕진구에 있는 전주생명과학고 본관 앞 3~4m 높이의 침엽수 아래에 전두환 씨의 방문을 기념하는 나무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발견됐습니다.


이 표지석에는 한자로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기념식수'라는 문구와, 나무를 심은 것으로 보이는 날짜인 '1987년 11월 16일'이 각인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방된 학교를 산책하다 이 문구를 발견한 주민은 "학교 측에서 처리 방식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당시 전두환 씨가 교내에 있는 도로를 포장도 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증언을 증명하듯 실제 전두환 씨의 학교 방문 흔적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교내에 있는 향토농업박물관 건물 앞 외벽에는 1984년 10월에 착공해 1985년 4월에 준공했다는 기록과 함께 '이 건물은 대통령 각하 하사금으로 지은 건물입니다'라는 문구와 '투자금액 7천만 원'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지난해 8월 학부모와 교원,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존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입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아무래도 한자로 적혀 있다보니 아무도 관심있게 보지 않아 이제야 발견된 것 같다"며, "신군부 잔재인 데다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존치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운영위에서 설치 배경과 보존에 대한 협의 등의 과정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부착하자고 결정됐다"면서도 "사료에 근거해 정확하게 문구를 작성해야 하는데 배경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옆에 설명을 붙여 놓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게 되는 부분이 있겠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신군부 관련 기념물이 그렇듯 전두환 씨의 이름이 박힌 기념식수는 여러 공공기관에서 발견돼 왔고, 대처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지난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청은 본관 주변 공원에 마찬가지로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이 주민 제보로 발견돼 40년 만에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순창군청 앞뜰에 있던 기념수와 표지석은 같은 해 군의회에서 철거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아직 존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역사성을 감안해 단죄비 등을 세우는 친일파 기념물과는 또 다른 문제라 신군부 관련 기념물은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엄연히 공적인 장소에 있는 것은 후세의 교훈을 삼기 위해서라도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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