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가 약을 먹기 싫다며 화를 내자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조영기 부장판사)는 최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 A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2021년 4월 12일 오후 9시쯤 경기 동두천시 집에서 70대 아내 B 씨를 수차례 폭행했습니다.
"치매약을 먹으라"고 했지만 B 씨가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손목을 밥주걱으로 내리쳤다는 이유였습니다.
B 씨는 사건 발생 2년 전쯤 치매 진단을 받은 후 기억력이 나빠지고 죽은 가족의 이름을 부르는 등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A 씨의 폭행을 피해 집에서 나온 B 씨는 6일 뒤 인근 하천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B 씨의 부검 결과, 사인은 두부손상(급성 경막하출혈 및 뇌지주막하 출혈)이었습니다.
재판에서 A 씨의 변호사는 B 씨가 하천 위 다리에서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검 때 몸에서 검출된 플랑크톤과 물이끼 등 상태 등을 봤을 때 폭행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특히 B 씨가 집을 나서며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속 얼굴에 멍 자국이 있고, 갈비뼈를 부여잡고 비틀거린 점 등을 토대로 A 씨의 폭행이 사인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오랫동안 B 씨를 돌봐온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치매를 앓는 피해자에게 약을 먹이려다 피해자가 순순히 응하지 않자 충동적으로 폭행했는데 고되고 긴 간병 기간 중 우발적으로 범행이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요양 보호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등 오랜 기간 피해자 곁에서 병간호하고 돌본 점,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고령이고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