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Air
"차라리 갈아엎겠다".. 준비 안 된 '논콩' 정책
2023-08-16 1517
전재웅기자
  rebear@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선명한 화질 : 상단 클릭 > 품질 720p 선택]

◀앵커▶

지난 장마 기간에 콩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논을 갈아 엎고 정부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정부를 믿고 논콩 재배에 적극 나섰지만, 수확은커녕 빚만 지게 생겼다는 건데요.


배수 시설 등 생산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전재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트랙터들이 줄지어 논을 오가며 2천 평 넘는 땅을 갈아엎습니다.


논에서 자라던 건 벼가 아닌 콩, 통상 '논 콩'으로 부르는 작물입니다.


지난 호우 때 논이 침수돼 제대로 수확할 수 없게 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논을 뒤엎은 겁니다.


[황양택 / 정읍시농민회 회장]

"가슴이, 마음이 착잡한데요.. 여기에다가 심을 수 있는 작물은 너무 늦었습니다. 지금 경작을 한다 하더라도 수확을 할 수 없는.."


전라북도에서는 전체 11,500헥타르의 논콩 재배 면적 중 40%인 4,500헥타르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지난 6월 말부터 7월 내내 이어진 기나긴 장마가 원인입니다.


정부가 쌀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콩, 밀 등의 전략작물 생산량을 늘리겠다며 추가 직불금까지 내걸자 너나 할 것 없이 논콩 농사에 뛰어들었는데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전재웅 기자]

"논 콩보다 일주일 앞서 심은 콩입니다. 비탈면에 심어 물빠짐이 좋았는데요. 논콩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농민들은 과습에 취약한 콩을 장려하면서 배수문제는 신경쓰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농촌진흥청은 논콩이 과습에 취약하다며 주의를 당부하며 콩이 자랄 이랑은 밭보다 20cm 가량 높게 만들어야 한다고 안내도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논 콩의 배수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정부부터 전국 논콩 재배 단지의 배수개선을 추진하는 사업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량 생산영농업체가 주된 대상이다 보니 소규모 농가들은 침수에 대비하지도 못하고 콩 농사에 뛰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논콩 단지에 대한 지원을 추가로 하는 거죠. 개별 필지에 대한 지원을 사실은 정부가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고.."


쌀 생산량을 줄이고 전략 작물을 길러 식량 안보에 기여하겠다는 정책,


하지만 배수 문제를 간과하면서 농가의 원성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