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름의 초입만 되면 푸릇한 나무 사이로 마치 흰 거미줄이 잎을 감싸고 있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체가 거미줄이 아닌 외래종 해충이 뱉은 실이라고 하는데요.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변화로 외래 해충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천변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들.
꽃이 지고 푸른 잎사귀가 풍성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곳곳이 누렇게 변해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파리에 거미줄 같은 흰 실이 흉측하게 엉켜있습니다.
아직 푸른 잎이 남은 감나무에는 흰 애벌레가 잔뜩 붙어있습니다.
[이택식 / 인근 주민]
"바람이 아주 심하고 그럴 때는 밑에서 밭매고 있으면 머리로 막 떨어지고 불편이 좀 많아요. 비단 감나무뿐만 아니고 전 작물에 나무에는 거의 다 그래요."
정체는 바로 대표적인 외래종 해충인 미국흰불나방 유충입니다.
[이주연 기자]
"미국흰불나방의 피해를 입은 감나무입니다. 애벌레 시기에 나뭇잎을 갉아먹는데요, 떨어진 이 나뭇가지에만 30여 마리가 붙어있습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매해 5월에서 6월에 한 번, 7월에서 8월에 한 번 성충이 나옵니다.
이동속도가 빠르고 번식력이 좋은 데다 뽕나무, 감나무 등 각종 활엽수들을 가리지 않고 200여 종의 나무에 피해를 입힙니다.
심할 경우 잎을 모조리 먹어치워 광합성을 못하고 결국 나무가 죽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겨울철 따뜻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겨울을 무사히 난 해충이 창궐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김슬기 / 전북대학교 농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날씨 때문에 그런 지 몰라도 점점 들쭉날쭉한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모여 있고 크기가 작을 때 빨리 방제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전주시는 다음 주 안으로 방제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징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