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이 다수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면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주민들이 기댈 곳은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인데요,
업체의 입맛따라 바뀌기 십상이라 개발행위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입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순창 순화리의 한 야산.
나무 둥치 밑으로 열매를 까먹은 부스러기와 배설물이 확인됩니다.
멸종위기종 2급인 하늘다람쥐의 흔적입니다.
[하정옥 대표 / 추적자학교(포유류 전문가)]
"여기 보시면 (하늘다람쥐) 배설물이 이렇게 보이죠. 여기뿐만 아니라 위에 갈라진 틈에도 배설물이 보이고요."
한 시간도 안돼 발견된 하늘다람쥐 서식 흔적만 두어 곳.
[하정옥 대표 / 추적자학교(포유류 전문가)]
"올해 산벚나무를 아직 익지 않은 열매를 깨서 먹었다는 거, 지금도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을까?
업체는 2025년까지 770억을 들여 기존 9홀 골프장을 18홀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골프코스 4개를 가로지르는 핵심 지역이 생태자연도 1등급이어서 그동안 개발을 추진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등급이 하향조정된 겁니다.
[환경영향평가 조사업체 대표(지난해 10월 31일 주민공청회)]
"(저희가) 이 등급 신청한 지역의 반경 250m에 걸쳐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그때 당시에 원앙만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환경영향평가를 맡은 업체가 멸종위기종이 없다고 보고하면서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국립생태원이 업체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이어 환경부가 해당 부지 등급을 낮춰주면서 사실상 개발의 문이 열린 겁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
"(조사업체가) '지금 현 상황은 이렇다' 이런 걸 주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자료로 그걸 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저희 입장에선 여러 가지 서류를 검토하면서 중요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러다보니 허울만 환경영향평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박혜진 기자]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조사업체의 말과 달리 조사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멸종위기종의 서식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런 고무줄 잣대에 골프장은 차질없이 진행돼 순창군의 승인을 앞둔 상황,
애초 사업자의 의뢰로 민간 업체가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는 제도 자체가 잘못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지현 /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명확하게 법정보호종이 나왔습니다'라고 말하기가 어찌 보면 그 관계의 입장에서는 사업을 맡긴 사람이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조사업체가) 말하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지난 4년간 국립생태원에 접수된 생태자연도 등급 조정 신청은 모두 316건, 이 가운데 97%인 308건이 실제 하향 조정됐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의 입맛대로 설계되고, 행정당국은 이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면서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
그래픽: 문현철
자료: 열린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