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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M] '폐지 모아 판 돈' 4년째 기부한 80세 할아버지
2023-05-20 324
이정용기자
  jylee@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죽을 때까지 기부하려고 합니다." 


홍경식 할아버지(80)는 매일 오후 1시가 되면 손수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섭니다.


전주 중앙시장 상인들이 내다 버린 폐지와 고철을 모아 재활용센터에 팔기 위해서입니다.


재활용품을 팔아 손에 쥐는 돈은 1만 원 남짓.


홍경식 할아버지는 이렇게 추위와 더위를 견뎌가며 한 해 동안 열심히 모은 100만 원을 지난 17일 전주시 복지재단에 기부했습니다


홍 할아버지가 올해까지 전주시청과 복지재단에 기부한 돈은 600만 원에 달합니다. 


홍 할아버지의 기부는 2020년 5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밤낮없이 애쓰는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는 뜻으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받은 40만 원에 공공근로사업으로 번 돈 60만 원을 보태 100만 원을 전주시청에 기부했습니다.


당시 전주시민 가운데,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한 사례는 홍 할아버지가 처음이었습니다. 


처음 기부를 실천한 이후 홍 할아버지는 자전거에 손수레를 매달고 폐지와 고철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공공근로 외에 마땅한 수입이 없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는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돈벌이를 위해 폐지 줍기에 나선 것입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기부를 했다는 소식에 주변에서는 "없는 사람이 왜 남을 돕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몸도 온전치 않은 상태입니다. 


35년간 연탄을 배달하면서 무릎에 피로가 누적된 것입니다.  


그러나 홍 할아버지는 사회 공동체로부터 받아온 도움을 갚기 위해 앞으로도 폐지와 고철을 계속 주울 계획입니다. 


홍 할아버지는 "힘들 때마다 주변에서 김치도 주고 생필품도 줘서 이만큼 살 수 있었다"며 "여생이 끝나는 날까지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홍 할아버지는 오늘도 자전거에 몸을 실었습니다. 


(사진편집 : 유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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