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전주 한옥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오목대 부근에는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 수십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요.
한옥마을 전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전주시가 갑작스럽게 나무들을 베어버려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주 한옥마을 오목대로 올라가는 길목입니다.
입구에 지름 60cm가 넘는 통나무들이 토막난 채 잔뜩 쌓여있고, 나무가지를 지게에 실은 인부들이 쉴새없이 오르내립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오목대 언덕을 지키고 있던 아름드리 팽나무 느티나무 등 수십년 째 자라온 나무 40여 그루가 잘려나간 겁니다.
오목대를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 걱정어린 시선으로 공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임정숙 / 시민]
"나무 데크 공사만 한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궁금해서 올라왔더니.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다 자른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강다연 / 관광객]
"전주가 사실 문화관광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자연을 조금 더 잘 보존해야 하는 도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알고보니 이 공사, 전주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사업비 8억여 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전망 개선 공사였습니다.
전주시는 그동안 오목대 언덕에 나무가 우거져 한옥마을을 보기 어렵다는 민원이 잦았다며 전망권 확보 차원에서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입니다.
[전주시 완산구청 관계자]
"누각이 가려져 있다 보니깐, 한옥마을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시는 거죠. 이번에 데크 공사 진행하면서 벌목도 추가로 넣어서 전망에 조망권을 확보하는 걸로요."
하지만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나무들을 베어낸 자리에 배롱나무와 목수국 등 관상용수를 새로 심고 있어 '뽑고 심고'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이게 과연 '글로벌 관광환경 개선'이라는 사업 목적에 부합하느냐는 말이 나옵니다.
[이정현 / 전북환경운동연합]
"이런 식으로 전주의 역사성이라든지 환경 자산을 없애가면서 이용객의 편의만 생각하다보면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관광자산을 갉아먹는.."
관광객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명목 하에 실상은 자연을 훼손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