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은 상시 고용인원이 5인 이상인 작업장에 한해 적용됩니다.
그래서 사업주들은 고용인원을 5인 미만으로 유지하거나 업체를 여러 개로 쪼개, 법을 피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하는데요.
그런데 최근 노동당국이 매우 이례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나섰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도내 한 건설회사 노동자 A씨는 지난 6월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A씨는 부당해고 여부를 다퉈보겠다며 노동당국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A씨를 해고한 직장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해고금지 조항에서 자유로운 회사는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
반대로 노동자에겐 노동당국에 부당해고를 다툴 법적 권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노동당국이 이 노동자를 구제하는 뜻밖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업체의 부당해고 여부를 심사한 전북지방노동위원회, 5인 미만 사업장에 이례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판정을 내놨습니다.
업체의 본점 사무실에 내걸린 서로 다른 3개의 사업체 간판..
지방노동위원회는 이게 모두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업장이 세 군데로 나뉘었을 뿐, 실상은 경영자 1명이 전권을 쥔 하나의 업체이고, 상시 고용인원을 모두 합하면 5인 이상인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고의적으로 사업장을 쪼개 노동법을 무력화 시키는 사업주들의 꼼수를, 노동당국이 가려낸 겁니다.
[황선호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센터 노무사]
"(사업장 쪼개기는) 회사의 관리.내부인사, 회계 같은 것들은 내부 관리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접근도가 없는 노동자들이 입증하기는 어려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최근 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의적으로 사업장을 쪼개 근로기준법을 회피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10만 곳이 넘습니다.
사업주들의 꼼수는 갈 수록 판치는데, 노동자는 서류상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권익을 알아서 쟁취해야 하는 현실인 겁니다.
[강문식 /민주노총 전북본부]
"쪼개기든 위장이든 이런 방식들이 결국 노동권을 전반적으로 안전의 문제든, 고용안정의 문제든 여러가지 노동조건의 측면에서 제약을 하게 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조속히 법 개정에 나서줄 것을 국회에 요구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 영상취재: 정진우
-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