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보내온 택배상자를 엽니다.
그야말로 이것저것 정으로 가득채워진 만물보따리입니다.
고향에서 살고 있으니 이웃들이 챙겨 준것을 객지에 사는 이 언니에게 수시로 보내주네요.
그런데 오늘 보내온 상자안에는 온갖 물건들틈에 고무장갑이 열켤레나 들어있었습니다. 쪽지와 함께
[ 언니. 고무장갑 새는 거 쓰지마. 고무줄로 묶어서 뿔난 것같이 보이는 게 여간 밉상이네. 고무장갑 정도는 새 것
쓰는 호사부려봅시다~~] 농담처럼 쓰여있었지만 눈물이 나네요.
지난 겨울에 다니러와 고무줄로 엮어 맨 장갑을 쓰는 내가 정말 딱해보였나 봅니다.
구멍 약간 난 고무장갑을 그냥 마구 버리는 주부가 어디 있어 다 한 두군데는 보수해서 쓰지 괜히 그러네...
혼자 중얼거렸지만, 동생의 나에 대한 마음쓰여짐은 고무장갑이 전부가 아니겠지요.
곧 바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래 동생아 싫컷 누려볼란다. 뿔난 장갑은 이제 끝!!] 베란다 수돗가에 뿔이 세개나
돋은 고무장갑을 냉큼 치워버렸습니다. 오늘 갑자기 오렌지족이 된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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