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이었습니다.
고추밭 병충해 방제역을 뿌리고 집에와 늦은 점심을 먹고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기에 받아보니 서울에 사는 막내 여동생의 전화였습니다.
"오빠 날도 더운데 소 키우며 비닐 하우스 농사일 하랴 힘들지?
다름이 아니라 올 여름 휴가도 그곳 친정에 내려가 보내려고 언니 힘드니까
있는 반찬에 수저 몇벌만 올리면 되니까 반찬걱정 하지말고 아참, 애들이 닭백숙
좋아하는디 올해도 토종닭 키우고 있지?"하지 뭡니까
사는게 뭐가 뭐 그리 바쁜지 올해는 깜빡 병아리를 사다 키우지를 못했기에
닭을 키우는 이웃농장에서 어미닭 20마리를 사다가 닭장에 넣었는데
1년전에 키우다 잡아먹고 남은 숫탉이 자기 부인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눈앞에
버젓이 바라보고 있는데도 이번에 사다놓은 암탉들만 졸졸 따라다니며
구애를 요청하는 모습을 장모님이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아따 참말로 열불나 못살것네. 인간이나 짐승이나 그저 수컷들은 다 똑같구먼.
민수애미야 저 썩을놈의 바람둥이 숫탉 잡아버리게 얼른 물끓여라."하시며 숫탉을 잡으러
닭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지난달 다방 아가씨에게 한동안 눈이멀어 마음을 못잡던 일이
떠오릅니다.
동네 젊은 여자래야 60대 후반이고 젊은 아가씨 구경이라도 하려면 꽃다방이나 가야
젊고 이쁜 미스정이
"어메 오빠왔나. 오빠는 날이 갈수록 왜이렇게 멋지고 야성미가 넘치는가 몰라."하며
윙크를 하며 커피를 따라주던 미스정이 어느날부터 통 말이없고 한숨을 푹푹 쉬기에
"아따 미스정 무슨 고민이 있간디, 한숨만 그렇게 쉰당가. 이 오빠에게 털어놔바.
혹시 알어? 이 오빠가 도움이 되어줄랑가."했더니
"오빠야. 나 동생땜시 속상해 못살겄다. 어릴때 부모님 일찍 돌아가시고 밑에 남동생과
둘이 살고있는데 남동생이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일을 저질러. 구속이 되었는데
피해자와 합의를 봐야 하는데 500만원이 부족허네."하며 눈물을 흘리기에
"아따 참말로 겁내게 폭폭허구먼, 그런일 있으면 진작에 이 오빠에게 말을 헐것이지."하며
500만원을 선뜻 빌려주었지요. 비닐 하우스 오이모종 해야하고 논에 모도 심어야하고
뭐가 그렇게 바쁜지 다방에 갈 여유가없어 일만하며 지내고 있는데 어느날 깜빡 휴대폰을
집에놓고 왔는데 뜬금없이 아내가 일을하고 있는 비닐 하우스에 찾아와 기분나쁘게
절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다짜고짜
"어메 참말로 저 대머리 아저씨가 뭐가 좋다고 그 젊고 이쁜아가씨가 저런사람한테 빠져
사귀고 돈까지 빌려주고 여러 소리없이 지금당장 그여자 따라가 살어. 꽃다방 그만두고
어디 섬으로 간다며 빌려준돈 꼭 갚을테니까 걱정말라고 문자왔던디 통장에 이상하게
500만원이 부족하더니 그걸 그 여시 다방아가씨에게 빌려줬구먼."다짜고짜 악을쓰며
꼴도 보기 싫으니 집나가라고 밀어내기에 어쩔수없이 집에서 나왔는데 막상 집에서 나오니까
갈곳이 없습니다. 할수없이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이 차려준 밥을 먹고 회관에서 하룻저녁 자고
그 다음날 새벽일찍 이웃집에서 호미를 얻어들고 밭에가서 생전 하지도않은 콩밭 풀도
깔끔이 메어주고 고추밭 풀을메고 있자니
"어메 이 많은 콩밭풀을 자기가 다 멘거야?"하며 감탄하기에
"민수엄마 당신 내 성격 알잖여. 여자는 이 세상에 자기 하나밖에 없다는것을 사실 그 아가씨
여지껏 손한번 잡아보지 않았는디 어느날 한숨만 푹푹쉬더니 부모없이 동생과 사는데
동생이 일을 저질러 구속이 되어 피해자와 합의를 봐야하는데 500만원이 부족하다고 하기에
속없이 마음이 약해 나도모르게 빌려줬구먼. 벌어서 갚는다고 한께 한번 믿어봐야지."했더니
"누가 당신 성격 모르간디? 내가 시방 당신이 그 젊은 여자와 바람나 돈까지 빌려줘서 분해서
그런것이 아니라 누가 아쉬운 사정만 하면 매정하게 거절을 못하고 부탁을 다 들어주는
당신이 폭폭해서 그러지."집에 당신 좋아하는 깻잎 부침게 몇장 부쳐놨응게 식기전에 어여 가서 먹더라고."
하면서 엉덩이에 묻을 흙을 털어주며 웃는 아내를 보니 괜시리 눈물이 납디다.
부부싸움을 칼로 물베기라더니..
추신
어느 섬에서 커피 배달하며 열심히 살고있을 미스정을 생각하며 이상렬/난이야 신청합니다.
이 노래 제 애창곡이기도 하고요. 전 사연보다 제가 신청한 노래가 나올때가 정말 행복하답니다.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신나는 애청자 김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