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부터 집앞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고추며 콩 수확해 보관해둔 농산물이 자꾸 누가
가져가기에 cctv를 설치했는데 친형제처럼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있는 이웃에 사는
후배가 리어카를 끌고와 고추포대와 양파 이것저것을 싣고 여유롭게 가지 뭡니까.
그동안 도둑맞을때마다 속상하겠다며 술까지 받아주며 위로해주던 후배가
범인이라니 기가막히고 분해 당장 달려가 어떻게 다른사람도 아닌 자네가 나에게
이렇게 배신할수있냐며 따져묻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많은 고민끝에 후배폰으로
자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몰라도 나는 자네와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어도
피를나눈 형제 못지않게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라네 앞으로 돈이 필요하든 고추마늘
뭐든 필요하면 나에게 말을하게나 그럼 이 형이 챙겨줄테니까 정말 실망이네
이렇게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왔는데
"형님 이게 무슨소리입니까 그럼 그 도둑이 저라고 생각하신다는겁니까?
저 억울해서 도저히 못견디기에 명예회손죄로 당장 고발할테니 그리 아십시오."
하는 답장이 왔길래 기가막혀 전화를 걸어
"야 이사람아 사람 더 망신당하고 싶어서 그래? 하도 도둑맞길래 cctv를 설치했는데
자네모습이 선명하게 찍혀있는데 뭘 억울하다는거여. 사람이 반성을 할줄알아야지."
하고는 전화를 끊었지요. 워낙 절 잘따르며 살갑게 대해주던 후배였기에 그 배신감이 컸지만
좋은일도 아니기에 아내에게도 숨기고 저 혼자만 알고있는데 이런일이 있는후
한 사흘 지났을까요. 마을 회관에 놀러갔던 아내가 놀래 기겁을 하며 소막에서 소똥을
치우고 있는 나에게 찾아와
"민수아빠 이일을 어쩌면 좋아 세상에나 정민이 아빠가 독성 농약을 마셔 병원에
실려가 위 세척을 했는데 중태라네.."하는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저요. 놀래 소똥을 치우다말고 소똥이 묻은 작업복 그 차림으로 정신없이 차를몰고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보니 위세척을 마치고 사경을 해매면서도 나를 알아보고
내 손을 꽉 움켜쥐고는
"형 내가 잘못했어. 차라리 날 찾아와서 이 도둑놈아 따귀라도 때리지 그랬어.
그랬으면 내가 이렇게 괴로워 하며 이 농약 마시지 않았을것 아니여. 나 너무 괴로웠어.
형 우리아들 이제 13살이야 나 그놈 생각해서라도 살고싶어. 나좀 살려줘. 형"애원하며
눈물을 흘리며 숨을 거두는 후배를 보는데 살면서 제 자신을 원망해본게 처음이었습니다.
이깐게 뭐라고 뭐가 아까워 이런 cctv를 설치했는지 집에와 설치해둔 cctv를 땅에
내동댕이치며 통곡하며 우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사십넘도록 장가를 못가다 베트남 아가씨와 결혼해 아들 딸 낳고 사는게 마냥 행복하다며
방긋방긋 웃으며 내 뒤를 따라다니며 일을 도와주던 착한 동생을 이렇게 잃고나니
앞으로 살아가면서 행동 말한마디 조심 또 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걸 깨달았습니다.
한줌의 재로 변해버린 후배의 유언대로 변산 채석강에 뿌려주며
"아우야. 이 형 용서해지말고 너그아들 딸내미 자식처럼 잘 돌보며 너 가정 지켜줄테니
걱정말고 내 뜻대로 가고싶은곳 맘대로 훨훨 다니게나. 그동안 이 형동생으로 살아줘서
고마웠어."
♪부딪혀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가버린 그사람을 못잊어웁니다....♪
자꾸 떠나간 후배를 생각하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이 나네요.
후배를 떠나보내고서야 가깝게 있는게 얼마나 소중하다는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추신
작가님 이곳 시골은 젊은사람이라고는 후배 딱 하나뿐이었는데
많이 그립고 보고잡네요. 배호/파도 노래 신청합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부안에서 애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