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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번은 얼굴도장 찍으러 친정에 가는 여자.
여자는 오늘도 오락가락하는 비를 대비하여 우산을 챙기고 꽃장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머슴 놀기 좋은 그런 비같다.
하지만 여자는 눈에 비를 맞으면 몹시도 싫고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머리는 비를 맞을 지언정 눈만은 비나 눈으로 부터 보호한다.
안경에 물이 튀기는것이 매우 싫다는 이야기다.
시력이 나쁜만큼 신체부위중에서 가장 예민한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님께 가져다 드릴 석류몇개.사과몇개.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양송이버섯 한팩과
엄마가 담가주신 물김치를 담아온 빈통등을 바구니에 담아 핸드카에 싣고 금제 터미널로 향했다.
택시들이 주욱 늘어선 옆길 인도에 돈같아 보이는 것이 있었다.
네개의 내눈은 제대로 포착을 한것 같다.
 
앗.
이게 왠 횡재냐?
천원을 냉큼 주워 폰가방에 넣었다.
화페가치가 바닥인 요즘 세상에 천원으로 살 수 있는것이 몇가지나 될런지 궁금하다.
암튼 나는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의 손에 잡혀갈 운명의 천원을 주워서 쬐끔 신났다.ㅋ
엄마한테 주문해 놓은 탱자주.
엄마는 담금주를 사다가 탱자주를 담가 놓으셨다고 했다.
오늘 탱자주를 살펴보니 탱자가 소주에 덜 잠겨 있다.
귀한건데 술속에 잠겨 있지 않아 썩기라도 하면 아깝고도 화가 날것 같아서
나는 담금주를 더 사다가 탱자가 물속에 잠기도록 부어 주었다.
점심으로 잔치국수에 엄마가 밭에서 뽑아다가 만드신 채지(생채)하고 맛나게 먹고
집에 돌아오려고 보안터미널에 도착하여 자판기로 차표를 사고 막 버스를 타려고 나가는중에
또 하나 아주 조그만 녀석 덩치도 작고 값어치도 적은 빨강동전 10원이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다.
 
넌 문틈 구석에서 뭐하고 있니?
어쩌다가 여기에 떨어져 뒹글고 있었지 뭐.
아 글쿠나.
나는 이 동그랗고 빨간 조그만녀석을 그냥 두고 내 갈길로 가버려?
아님 주워서 고스톱 자금을 해?
여자는 잠시 고민 좀 하는가 싶더니 여자가 좋아하는 고스톱 밑천을 하려고
창피고 뭐고간에 냉큼 주워서는 폰가방에 넣는다.
혼자서 삐식 웃는다.하루에 돈을 두번이나 주웠기 때문이다.
10원짜리 동전 줍는 사람은 여자밖에 없을것이다.
10원을 우습게 여기지 말지어다.
작은것이 쌓여 큰것이 되느니.한방울의 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노니.
그래서 여자는 오늘 두번에 걸쳐 돈을 주웠고 합이 1,010원을 주웠다는 말씀이지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