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탈일 아닙디다.

이글 방송하게 되시면 이름 밝히지 마시고 부안에 궁월댁 큰아들 이라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8월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아내는 이른 아침부터 경운기 시동을 걸며

"어메 참말로 민수 아버지 얼른 후딱 나오지 방구석에서 뭐허고 있다요.
옆집 부안댁 정읍댁 다들 진작에 오셔서 기다리고 있는디."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에
속으로 어메 참말로 오늘 날씨 겁내게 뜨겁다고 햇는디 오늘 어떻게 뜨거서 고추를 딴다냐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경운기에 어르신들을 태우고 재넘어 고추밭에 도착하여 고추를 따는데
오후 1시가 지나자 아따 뭔 날씨가 어찌나 뜨겁던지 땀으로 온 몸이 뒤범벅이가 되어
나중에는 머리까지 아프고 정신을 못차리겠는데 연로하신 어르신들도 아무 불평한마디 없이
고추를 묵묵히 따고 계시기에 참고 고추를 담은 자루를 어깨에 매려는데
갑자기 정신이 핑 돌더니 나도 모르게 땅바닥에 퍽 쓰러져 버렸습니다.
고추를 따다말고 어르신들 놀래 제 곁에 다가오고 봉암댁이 신고있던 고무신짝을 벗어들고
또랑 물을 떠와 제 얼굴에 뿌리며 어메

"이 썩을놈의 고추땜시 진안양반 죽게 생겼네.
내년 부터는 지비치만 김장김치 담그고 객지에 사는 형제들은 저그들 보고 담가 먹으라고 혀.
언제까지 김장 담가줄랑간디 그리고 고추 지비만 먹을만큼 심고." 하시며
정신 차리라며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자니, 삐융삐융 119차소리가 요란스럽게 나더니
들것에 저를 눕히더니 119차에 태우고 읍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열사병이라 하더군요. 평소 혈압이 높아 약을 먹고 있었거든요.
같은 병실에 입원해 계시는 어르신이 저를보며

"어이 자네는 젊은 사람이 어디가 아파서 입원혔는가."하며 묻는데 차마 고추따가 쓰러져
119타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할수가 없어

"저 몸이 쪼께 안좋아서 치료좀 받으려고 입원했구머니랍."했더니 눈치도 없이
옆에 있던 아내가

"웃기고 있네. 고추따다가 쓰러져 119타고 병원에 입원한 주제에."아 이러자 한 어르신이

"이사람아 등치는 소잡아 먹게 생겼구만, 젊은 사람이 원."핀잔을 주는데
아따 겁내게 창피협디다. 동네 어르신들은 물론 이웃동네 어르신들한테 소문이 다 퍼져
궁월댁 큰아들이 고추따다가 쓰러져 다 죽게되어 119타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이
서울 객지에 사는 친구에게 까지 소문이 나있지 뭡니까.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오는데 고추따다가 쓰러져 다 죽게 생겼다고
소문이 나서 살아있을때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왔다며 돈봉투, 음료수를 놓고 가는데
아따 참말로 사흘이 지나자 도저히 너무끄러서 더 입원할수가 없어 의사선생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원했는데 집에 까지 찾아오시는데 내가 뭐할라고 119타고 병원에 갔는가
정말 후회가 막심합디다.

선식, 혜정씨 거 119차 절대 탈일 아닙디다.

추신
나훈아/추억의 용두산
           흑산도 아가씨
           비내리는 호남선
           추풍령
이곡중에 한곡 선물대신 들려주시면 기분 날아갈듯 좋을것 같은데
부탁드립니다.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신나고 즐거운 애청자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