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은 한츰 더 푸르름으로 물들고
호국의 달 6월이 시작 되었습니다. 5월은 꽃이 피는 계절이라면
6월은 열매가 커가는 시기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진안군 안천면의 작은 고을의
그 지역에서 중학교를 다닌 총 동문들의 잔치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 하였습니다.
행사중에 행운권 추첨이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해운권번호 15번을 몇번 외칩니다.
"한번만 더 부르고 없으면 넘어갑니다" 라고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행운권을 꺼내 슬쩍보니
내 번호가 15번입니다. 얼떨결에 단상으로 갔습니다.
고급 선풍기에 당첨이 된 겁니다.
이날 평생살아오면서 화장지나 삽 한자루 된적이 없는
행운하고는 거리가 멀었는데 꿈 같은 시간입니다.
선풍기를 받아 동창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다 가져다 놓고
음식물 쓰레기 불리수거도 하고
무거운 짐을 정리도 하다가 멀리에서 동창들 있는쪽을 바라보니
술이 얼기하게 취한 친구가 내가 받아다 놓은 선풍기를
여자동창손에 쥐어 줍니다. 한 술 더 떠서 여자 동창의 차에 싣어 줍니다.
"저 썩을놈의 자식이 왜 남의 선풍기를 지 맘대로 남을 주나.
그렇게 주고 싶으면 지 돈으로 사서 주지" 열이 확 올라 옵니다.
그렇다고 당장 달려가서 선풍기 내노라고 하기에는 용기도 없고
여자친구에게 쪼잔하단 소리를 들을것같고
꿩대신 닭이라고 무언가를 하나 건지기는 해야 할 텐데
마침 다음순서가 운동경기였습니다.
400m 계주 릴레이가 있었습니다.
1등 상품이 잡곡 5kg 짜리 였습니다.
한사람당 100m씩 뛰기로 하고 내가 마지막 주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6개팀이 나와 우리팀은 3위를 유지하며
내가 마지막 바톤을 받았습니다. 마음은 바람처럼 날고 싶은데
마음따로 몸따로 입니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렸는데
마지막 주자는 운동장 한바퀴 200m를 돌아야 된다며
더 달리랍니다. 결국 꼴등은 면하고 5등은 하였는데
상품은 고사하고 하늘이 노랗고 빙빙돕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선풍기를 가져간 여자동창이 나를 한쪽으로
부릅니다. "선풍기 내 차에 있어 경수가 나 가지라고 줬는데
그러면 안 되지 기용이가 받은것이고 행사준비하느라 고생했는데"
그 여자친구가 친구가 아니라 천사로 보입니다.
선풍기를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마침 집에는 집사람과 주말이라
도시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둘이 와 있었습니다.
"야 들아 아빠가 행운권추첨에서 선풍기 탔다" 하며 선풍기를
번쩍들었더니 가족들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칩니다.
내가 우리집에 선풍기 있으니 아이들이 어린 처남집에 주자고 했더니
집사람이 고맙다고 합니다.
사연많은 선풍기덕에 올 여름 더위쯤은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잡곡 5kg에 눈이 멀어 200m를 달렸는데 온 몸에 근육이 뭉쳐
앉거나 일어설때 저절로 " 아이구 "소리가 납니다.
앞으로 운동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기필코 잡고 5kg 받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