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과 사는 이야기

아침 먹자마자 고추밭에 가서 아내와 고추모종 바람에 쓰러지지 않게
간간히 말뚝을 박고 줄을 쳐주는데 어찌나 날씨가 덥던지 목이 마려워
가까운 마을 회관에 가서 물한잔 얻어먹고 아내에게 줄 물을 챙기고 있자니
점심때가 가까운 시간이라 팔십이 넘으신 고산댁 할머니가 칠순이 넘으신
군산댁 할머니께

"야 막내야 오늘 네가 점심 쪼께 혀라."하니까 누워 계시던 군산댁 어르신이
힘들어 하시며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힘들어 하시며 육중한 몸을 힘들게 일어서 절뚝거리며
싱크대 앞에 서자 고산댁 어르신이 버럭 소리를 지르시며

"어메 참말로 젊은것이 뭐가 힘들다고 그랴. 요즘 젊은것들은 게을러서 탈이여."
하시자

"알았어, 언니."하며 불평한마디 없이 점심 준비하시는 군산댁 어르신 모습을 보니
이곳 시골에 젊은 아가씨는 찾아 볼래 볼수가 없고 젊은 여자라 해야 칠순이 넘으신
군산댁 어르신이 젊은축이 들지요. 그러다 보니 이곳 남자들 젊은 여자가 마을에 나타나면
논밭에서 일하다가 반 넋이 빠져 헬렐레 거리며 쳐다보다 아내한테 욕만 되지게 얻어먹고
그나마 젊은 아가씨 보려면 논밭에서 일하면서 핑계삼아 다방에 커피를 시켜 마시며
위안을 갖는데 며칠전이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고부양반네 모를 심는날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아카시아 꽃 향기가
어찌나 좋던지 언덕넘어 아카시아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기위해 그곳에 가보니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겁니다.

"아이고 아이고 내가 못살아 이제 그 병 고쳤나보다 했더니 또 그병 도졌어.
야 인간아 시방 나이가 몇살인줄이나 알어? 칠순이 넘어가지고 아이고 망측혀라.
꼴에 사내라고 남자구실도 못하면서 아가씨 손 주물떡 거리려고 아침 처먹으며
다방에 쏘다니더니 이제는 일허는 들판까지 불러들여? 에잇 못된 인간아." 이러면서
두손에 물렁한 흙은 한웅큼 쥐더니 고부양반 얼굴에 던지자 고부양반이 그럽디다.

"저저저저... 저 썩을놈의 여팬네 뚫린 주둥아리라고 막말허네. 야 이사람아
힘들게 일허다가 일꾼들이랑 커피조께 시켜 마신것 가지고 트집을 잡고 그려.
젊은 아가씨가 이런 시골까지 와서 고생허는것이 안타까워서 손금한번 봐준것 가지고
질투를 혀고 그려? 에잇 못된 할망구." 아 이러시며 말끝을 흐리시는데 기가막힙디다.
손금이나 볼줄 아시고 봐준다면 이해나 가지만 손금은 무슨 손금 저도 남자지만
젊으나 나이를 드시나 사내들은 참 그럽디다.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가 나기에 그쪽을 바라보니 다방아가씨는 놀래 가지고온 쟁반도
내팽겨치고 돈도받지 않고 오토바이 타고 꽁지빠지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들은 왜들 그러는지 이정도는 보고도 못본척 넘어가주면 참 좋으련만
그런 생각이 듭디다.

그나저나 1년전에 꽃다방에 있다가 완도 섬으로 간 미스정 얼굴이 삼삼하게 떠오르면서
소식이 궁금헌디 어느 하늘아래서 잘 살고 있겠죠.

추신
작가님 이상열/난이야 이 사연 소개되면 꼭 들려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선물대신 알았지랍?
제가 좋아하는 노래거든요. 다른노래 들려주면 겁내게 서운할겁니다.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있어 행복한 애청자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