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이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정읍댁이 오셔서는
"진안양반 조금전 밭에 콩밭 풀매고 집에 오는길에 본께 누가 부골양반 묘 벌초를
하고 있던디 아무리 봐도 꼭 부골양반 큰아들 만수 같은디 아닌가?"하며 머리를
갸우뚱 거리기에
"아따 만수 갸 중학교때 부모님따라 서울로 이사간뒤 5년전 까지만 혀도 초등핵교
동창 모임에 나오곤 혔는디 모임에 나오지도 않고 전화번호도 바꿔 통 소식을 모르고
있는디 아마 정읍댁이 사람을 잘못봤겠지랍."하니
"아닌디. 만수 갸가 맞는디. 추석을 맞아 저그 아버지 벌초허는것 같았는디."하시며
막걸리 한잔에 풋고추 된장찍어 드시고는 정읍양반 점심차려 줘야한다며 정신없이
가시고 우리 부부는 부지런히 남은 배추모종을 끝내고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밭에서
뽑아다 담근 열무 김치와 고추장 한숟가락 넣고 참기름 쪼께 넣고 큼직한 양푼에
밥을 슥슥비벼 아내와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고 있는디 딩동 딩동 대문 벨이 울리기에
밥을 먹다말고 나가 대문을 열고본께 조금전 정읍댁이 말한 친구 만수이지 뭡니까.
"어메 참말로 이게 누구당가 만수 아닌가. 이 무심한 사람아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간디
나한테 까지 연락을 끊고 살았는가. 그렇지 않아도 올 추석에는 행여 고향에 댕겨 갈랑가
생각을 했는디 이렇게 와 준것만 혀도 고마운디 뭘 이 비싼 갈비세트까지 사오고 그랴.
어여 들어오게나." 친구를 반갑게 맞아주니
"그동안 우리 아부지 산소 벌초 남의 손에 맡겼는디 추석도 며칠남지않고 혀서 벌초도 허고
용기 자네도 볼겸 고향에 내려왔구먼."하며 말끝을 어물거리는 친구 얼굴에는 무슨걱정거리가
가득하게 보였습니다. 아내가 부엌에 들어가 술상을 차리는동안 전 친구에게
"만수 자네 무슨일이 있었간디 동창 모임도 안나오고 전화번호도 바꾸고 나와도 연락을
끊어버렸는가. 혹시 내가 자네헌티 뭐 섭섭헌게 있어서 그런가?"하고 물으니
"아따 참말로 뭐 내가 자네헌티 섭섭할것이 뭐 있당가. 그런게 아니라 사실 나 요즘
두집살림을 하고 있구먼 도저히 집사람과 못살것 같아 젊은 여자만나 살림을 차려 살고있다네."
하기에
"어메 참말로 자네 집사람이 외갓남자와 바람을 피었는가? 아니면 무슨 사채빚이라도 쓴거여?"
하며 물으니
"그것이 아니라 집사람허고 살다보니 날이 갈수록 오만정이 떨어져 도저히 못살것 같아서
그려 젊었을때는 애들 키우며 살림하는게 힘들어 그런갑다 하며 퇴근해 집에오면
점심때먹고 설거지 통에 담궈둔 그릇들 씻어놓고 이곳저곳에 벗어놓은 빨래 세탁기에 빨아널고
살면서 애들 어느정도 크고나면 자기 몸치장도 혀고 집도 치우고 살겠지 하며 참고 살았는디
나이가 먹어갈수록 더 심해지고 오만정이 떨어져 도저히 못살것구먼. 집구석이며
화장기 없는 얼굴에 까치집같은 부시시한 머리에 큰아들이 입다만 축 늘어진 츄리닝 바지
차림으로 퇴근해 오는 남편을 맞을때마다 집구석에 들어올 맘이 뚝 떨어진당께."하며
하소연을 하기에
"아따 이사람아 태생이라 못고치는것 어쩌것는가. 전생의 업보려니 허고 자네가 참고 살면서
치우고 살면 되지 그렇다고 젊은 여자와 살림까지 차리고 산당가. 애들 봐서라도
이혼은 절대 안된께 마음 고쳐먹고 서울 올라가거든 그 아가씨와 살림 청산허고 당장 집으로
들어가게나. 알것는가?"하며 호되게 야단을쳐 주고 오랫만에 고향에 내려왔으니 하룻밤묵고
가라 했지만 바쁘다며 올라가야 한다는 친구 자가용에 농사지은 참깨 고춧가루 마늘을 실어
친구 차가 멀어질때까지 멍하니 바라보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퇴근해 들어오면 청소를 하지않아 지저분한데다 화장기없는 얼굴에 머리는 까치집같이
부시시한 머리에 아무렇지 않게 애들 남편 옷을 입은 아내를 볼때 어느남편이 좋아하겠습니까.
아내들이여 남편이 퇴근해 집에 올 시간되면 제발 집조께 깨끗이 치우고 여성스런 옷차림에
로션이라도 단정하게 찍어바르고 남편을 반겨준다면 우리 남편들 밖에서
한눈팔지 않고 퇴근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갈것입니다. 우리 남편을 안그렇습니까
추신
부부듀엣/부부 오늘따라 이노래가 듣고 잡네요. 사는게 뭔가 오랜만에 놀러왔습니다.
작가님 내일 남성시대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