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한우가 논.밭갈이 할 때는 소 한마리가 살림의 반이었고
남의 소를 하루 빌려 일을 시키게 되면 소 주인집 일을 해주든지
하루 인건비를 줘야 했습니다. 경운기가 보급되고 가장 많은 혜택을
본것은 한우들입니다. 많이 먹고 살을 찌우는게 일이 되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마을의 80여 농가중에 한집에 경운기가 있었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 오는길 시장 골목에 동네에서 보던 경운기가
세워져 있으면 친구들과 그 경운기에 올라타 주인이 올때까지 기다립니다.
해가 넘어가고 어두워질 무렵 경운기 주인 아저씨가 오셔서 " 이녀석들 왜 여기
있어. 빨리 집에가 " 하셔도 우리는 경운기 위에 그대로 앉아 있습니다.
그러면 아저씨는 경운기 시동을 걸고 "꽉 잡아라" 하시며 출발을 합니다.
가을밤에 코스모스꽃은 한들거리고 팔뚝에 와 닿는 밤 공기가 무척 상쾌합니다.
비포장 도로라 덜컹거렸지만 그 어느 놀이기구보다 찌릿하고 고소했습니다.
그후 나도 경운기를 한대 구입했습니다. 25년을 부려 먹었더니 경운기가
늙었나 봅니다. 1주일 전의 일입니다. 전주에 사는 사촌형님이 집안의 산소에
칡 넝쿨과 아카시아 나무가 많아 제초제를 뿌려 달라고 합니다.
경운기를 끌고 산소에 가서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하필이면 2차선 도로
가운데서 경운기 엔진은 돌아가는데 움직이지 않습니다. 덤프트럭이 급정거를
하고 덩치가 산 만한 기사가 차에서 내려 화가 잔득난 목소리로 " 아저씨 왜 도로
가운데 있어요.술 먹었어요?" 한다.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 기사님
미안해요.경운기가 안가요. 한번만 밀어 줘요" 했더니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랑 둘이 온 힘을 다해 도로가로 밀어 냈습니다. 어느세 주변은 깜깜해져 있었습니다.
경운기를 그곳에 두고 2km를 걸어서 집으로 왔습니다. 다음날 경운기 있는 곳으로
가서 헛일 삼아 경운기 시동을 걸고 작동을 하니 전진도 되고 후진도 됩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왜 어제는 도로 한가운데서 시위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까지 오는 동안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잘 옵니다. 경운기 물통이 겨울에 얼어 터져
물이 약간식 샛습니다. 수리비를 좀 아껴보려고 인터넷에서 물통을 구입하여
내가 이것 저것 뚜닥거리는데 땀만 겁나게 나고 진척이 없습니다. 그 주변을 왔다 갔다 하던
집사람이 " 아이구 당신 친구 옥희아버지는 뭐든지 잘 고치더만 농기곗센터로 끌고 가요"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열이 나는데 "그럼 손재주 좋은 옥희아버지랑 살아" 내가 고햠을 꽥 질렀습니다.
경운기 물통이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늙은 그 경운기를 끌고
배나무밭으로 갔습니다. 경운기로 배나무에 소독을 한참 하는데 갑자기 경운기 소리가 나지 않고
소독약도 나오지 않습니다. 경운기가 있던 곳으로 달려와 보니 저 멀리 산 밑에 바람만 불어도
뒤집어 질듯 비스듬이 서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경운기가 소독을 하다가 저 혼자 남의 밭을 지나 산까지 왔는데 산이 급경사라
올라가지 못하고 시동이 꺼진겁니다. 1단 거어를 넣어 놓은 상태에서 제동장치가 풀리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 와중에 사람 안 다친게 다행이고 경운기 안 뒤집어 진것이 신기합니다.
경운기의 연봉을 올려 주든지 마음 착한 고물장사에게 넘기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
진안에서 성 기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