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내친구

저는 50대 가장인데 20대 젊어서 부터 TV보다 라디오를 듣는것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아마 이맘때 그때가 24살 군에서 막 제대를 하고 집에서 밥이나 축내며 그날도 대청마루에 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오후 2시만되면 희망음악이란 방송이 시작되는데 애청자가 방송국에
희망엽서 사연도 보내고 전화 희망곡 목요일날이면 목요 노래자랑에 참여할수 있는 코너였는데
아 글쎄 진행자가 사연 희망음악 엽서를 보내준 사람들중에 일주일에 한사람을 뽑아 기타를 준다고 하지 뭡니까.

우리 어머니께 우채국가서 엽서 사서 방송국에 희망곡사연 보내 기타 타게 돈달라고 하면
속창아리 없는 놈이라며 욕이나 얻어먹을것 같아 마침 우리 어머니 밭에 누에뽕잎따러 가고 안계시기에
곡간에 들어가 참개 두되를 가지고 부안읍내 곡물전에 팔아 그돈으로 그동안 먹고싶었던
짜장면을 참으로 오랜만에 맛나게 한그릇 사먹고 남은돈으로 엽서를 몽땅 사들고 집에 가 그토록
갖고싶은 기타를 선물받기 위해 희망음악 사연엽서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일주일 한달이 지나도
기타 선물은 커녕 엽서소개도 제대로 해주지않아 씩씩거리며 엽서 한장을 꺼내들고 뭐라 쓸지
끙끙대고 있자니 옆에 있던 여동생이

"아따 오빠. 진행자가 젊은 오빠인디. 군에서 막 제대를 한 사람인데 기타 선물 받고 싶어 엽서 띄웁니다.
허구헌날 이런 내용을 보내봤자 나라도 뽑아주지 않겠다. 아 머리를 써서 한번 보내봐."아 이러지 뭡니까.
그래 바로 이거야. 하며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고를 졸업하고 부모님 곁에서 가사일 돌보며 지내고 있는 외로운 꽃순이랍니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 취업을 하여 고향을 떠나 살지만 전 내고향 시골이 좋아 날마다 나의 애마 경운기를 끌고
밭으로 신나게 달리며 산답니다.
♪옛날 옛날 한옛날에 예쁜소녀 하나가 꽃바구니 옆에끼고...♪오늘따라 김새화씨의 나비소녀가 듣고싶네요.
이런 내용을 써서 보냈더니 아 직빵으로 사연 희망곡을 들려주더니 세상에나 지가 그동안 그렇게 보내도
깜깜무소식이던 기타를 턱허니 뽑아주지 뭡니까. 그런데 사건은 그 후로 벌어졌지 뭡니까.
그때 엽서 소개가 된지 며칠이 지나자 난데없이 소포 하나가 배달왔기에 뜯어보니 김제 진봉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26살 먹은 총각 이모씨가 보낸 소포였는데 안에는 정성들여 접은 백조 한쌍의 상자안 하얀솜에 쌓여
보내왔는데 편지도 한장이 들어있지 뭡니까. 절 여동생으로 삼고 싶다나요? 전 속으로 에라 미친놈 야 이놈아
여동생은 무슨 도둑놈같은 시커먼 사내인데 나보면 기절초풍헐거다. 속으로 생각하며 있자니 이쁘다며
여동생이 백조를 가지고 지방으로 건너가고 이후로도 답장을 보내주지 않아도 지극정성으로 초콜릿이며
눈물겨운 편지를 보내오기에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저는 사귀는 사람이 있으니 앞으로 선물 편지 보내지
말라며 답장을 보냈는데 며칠후 그날도 어찌나 날씨가 덥던지 아랫도리 마지막하나 걸치고 우물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있자니 왠 잘생긴 젊으니가 큼직한 수박한덩어리를 들고 와서는

"여그가 김세영 댁이지랍?"하며 묻길래
"그러랍. 세영이 갸는 고등학교 댕기는 내 동생인디 왜 갸를 찾는다요?"하고 물으니

"초면에 실례인줄 알면서 찾아왔는데 지는 김제에서 살고있는 이아무개인디요."하며 인사를 하는데
가슴이 덜컥헙디다. 샤워하다 말고 옷을 주섬주섬입고는 그 젊은이를 데리고 동네 야산으로 데리고 가면서
자초지종 이야기를 했더니 얼마나 기가 막한지 자기 머리를 쥐어 뜯으며 저에게 그럽디다.

"그럼 세영씨는 고등학교 몇학년이다요?"하고 묻길래
"갸가 시방 여상 졸업반인디 은행 시험에 합격에 올 가을 은행에 취업나가는데 등치가 한등치혀서 그렇지
공부도 잘하고 심성도 착한디 인물 따지지 말고 갸를 여동생 삼으쇼."하며 달래보냈더니 저그들끼리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하더니 시집도 안간 처녀가 22살되던해 임신을 덜컥하는 바람에 우리 여동생
나땜시 인물좋고 학벌좋고 직장좋은 남자에게 시집가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답니다. 다들 뚱뚱해서
누가 데려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들 했는데 우리 부모님 우리 세영이 다 용기 너땜시 시집잘가
잘 산다며 저를 겁내게 이뻐했지랍.

우리 여동생 시집 잘가 사는거 라디오 땜시 지랍. 그저 라디오가 마냥 고맙기만 하답니다.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신나고 즐거운 애청자 김용기 올림.

작가님 기분도 좋은데 현숙/춤추는 탬버린
                                     물방울 넥타이 두곡중에 한곡 내일 토요일날 덕진공원 행사때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