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떠나 산다는게 어디 쉬운일인가요.

월요일날 두번째 사연으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제는 엄마가 잠들어 계시는 모악산 추모공원에 다녀오고 오늘은 아침 먹자마자
등산가방에 점심과 물을 챙겨 어깨에매고 길을 나서는 나를 보며 아내가 한마디 합디다.

"인수아빠, 어머님께 너무 죄책감 느끼지마세요. 당신 어머니 살아계실동안 지극정성었잖아.
너무 마음아파하지 말고 산에 뱀조심하고 그동안 고사리 취나물꺾어 말린게 많으니까
조금만 꺾어와. 알았지?" 하며 등을 토닥여주는 아내의 배웅을 밭으며 길을 나서는데 이런 아내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른사람 같으면 비닐하우스 논 못자리 일들 다 팽개치고 다닌다며
잔소리를 해댈텐데 그런 잔소리 한마디없어 혼자 일을 해내는 아내가 미안하고 그저 고맙더군요.
엄마 떠나보내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잊혀지겠지 생각을 했는데도 그렇지가 않더군요.

제일 힘든게 병석에 누워 아파 너무 고통스러워 하시는 엄마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워 생명을 연장할수있는
산소호흡기를 꽂아주지 못하고 15일만에 떠나보낸게 지금도 가슴에 한이남아있습니다.
엄마께 죄스러워 엄마볼에 얼굴을 비벼대며 우는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며
엄마는 제 속도 모르시면서 그러셨죠.

"용기야. 울기는 왜울어. 울지말어 이애미는 죽지않은께. 얼른나아 집에가서 맛있는 고기반찬 해줄란디.
왜 울고 지랄한다냐." 하시며 눈물을 닦에주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동생이 엄마 조금이나마 살게
산소호흡기 꽂아드리지 왜 그랬냐며 이 오빠를 원망하며 제 가슴을 때리며 통곡하던 여동생의 모습이
절 힘들게 하네요. 밖에 나가면 엄마의 손때가 묻어있는 집에 들어오기 싫어 그 기억을 잊어보려고
집에 정을 못붙히고 자꾸만 밖으로만 떠도는것 같습니다.
오늘도 큼직한 등산가방에 고사리를 가득꺾어 집에오니 제주도에서 호텔 사업을 하시는 외삼촌 내외분이
집에 오셨더군요. 외삼촌은 13살때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그때 19살이던 우리 엄마와
함게 살았답니다. 핏줄이라곤 단둘뿐이던 외삼촌은 외동딸인 외숙모를 만나 딸 하나를 낳았는데
20년전에 그만 사고로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제주도에서 호텔 사업을 기획중이었는데 그때 큰 돈이 모자라
부모님으로 부터 제 몫으로 받은 격포땅을 처분하여 도움을주는 바람에 삼촌은 은행에서 융자를 받지않고도
호텔사업을 하여 성공을 하셨고 서귀포에 호화주택까지 짖고 멋지게 사시는 외삼촌은 저에게

"야 용기야. 그곳 생활 청산하고 이곳 제주도 외삼촌 밑에서 호텔 경영 배우며 같이 살자. 우리 죽고나면
이 많은 재산 다 누구주겠니. 하시던 외삼촌이 제가 말을 듣지 않자. 외숙모까지 모시고 오셔서는

"용기 너. 외삼촌 전화할때 엄마는 뭐하니 물으면 아따 외삼촌 비닐하우스 일꾼들 새참국수 삶아다 줘야 하는디
온갖 멋내고 읍내 노래교실 간다고 도망갔당께. 마침 딸도없는디 철없는 딸하나 키운다고 생각하니
맘이 편해. 그래도 엄마땜시 웃고산당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는게 제 소원이시랍."하던 그말이
어찌나 이쁘던지 그때 호텔 사업할때 용기 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은행에서 융자도 못받고 호텔 사업도
못했을텐데 모두 용기 네 덕분에 외삼촌이 성공을 했구먼."하시자 옆에서 가만한 듣고만 계시던 외숙모 님이

"자식이라곤 딸하나 있는게 사고로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용기 네가 제주도까지
찾아와 외숙모에게 그랬지? 앞으로 아들노릇 할테니까 아무 걱정 말라며 농사지어 쌀이며 하우스 야채
봄이면 시간만 되면 고사리 취나물꺾어 보내준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우리 부부는 널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내 자식으로 받아주기로 했단다."하시며 절 포근히 안아주시던 외숙모품이 엄마품같이
포근했습니다. 엄마 떠나보내고 마음을 못잡고 있는 제가 걱정이 되어 왔다며 오늘 하루저녁 묵고 가신다는
외삼촌 내외분께 산에 놓아먹이는 토종닦 잡아 드리는데 마음이 착잡 하더군요.

아내는 두눈을 부라리며 외삼촌이 하자는데로 제주도로 떠나 살면 어머님의 아픈기억도 치료 될수 있을텐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그러냐며

"외숙모 걱정마세요. 이사람 잘 설득해서 제주도 서귀포로 이사갈수 있도록 할께요. 두분 남은여생 제가 편히
모실께요."하는데 기가 막힙디다. 내가 태어나 50년넘게 살던 고향 엄마를 두고 멀리 제주도로 떠나
잘 살수 있으련지 자신도 없고 마음이 착잡하고 무겁네요. 덕형씨라면 이럴때 어떠련지요.
의논좀 부탁드립니다.

p.s 오늘따라
송해/서귀포 칠십리
남호걸/서귀포칠십리
이미자/서귀포칠십리
김용임/서귀포 칠십리
이곡중에 한곡 선물대신 꼭 부탁드립니다. 다른노래 말고요. 이쁜작가님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