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인연
이 호 선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700-7(019-252-0246)
책을 읽는다는 사람
잠을 잔다는 사람
버스 속에서 책을 읽으면 울렁증이 있다는 사람.......
모처럼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오늘아침 버스 안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일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생각하면 참 기분 좋은 인연!
그러니까 연두 빛 세상인 어제 적 이야기가 아니라 6개월 전인 작년 초겨울 적쯤의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이덕형씨처럼 버스 속에서 책을 보든 잠을 자든 쉬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빼고는 차는 집에 놓아두고 거의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그날도 평의한 아침출근길이었습니다.
목적지 10여분을 앞두었을까?
내 머릿속에서는 사무실에 나가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을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하자면 이미 사무실일 업무는 시작하고 있는 셈인데 아까부터 자꾸 내 귀에 걸리는 소리가 있는 거였습니다.
그렇지만 대중교통이니 의례 그렇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는 내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느낌이라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더니, 내가 앉아있는 의자등받이에 머리를 숙이고 심하게 고통스러워하는 젊은 임산부였습니다.
두 딸아이로부터 아빠소리를 듣고 사는 오십대 중반인 내가 보기에도 지금 이 상황은 좀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괜히 내 마음이 바쁘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님에게 상황을 이야기해서 버스를 정차해줄 것을 요구했고 임산부를 부추겨서 택시를 타고 임산부에게 평소 다니던 병원이 있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가까스로 대답을 하는 여성병원(한나)으로 향했습니다.
산부가 가지고 있던 작은 가방도 챙겼고 엉겁결에 내지갑을 꺼내서 택시비까지 지불하고는 접수까지 하고 나니 산부도 조금은 안심이 되고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사무실로 출근을 할까 하다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일단 의사 진단결과를 보기로 하고 잠시 기다려 원장을 만났는데 다행이도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 동생이었고, 산부의 상황은 조산증상이 있어서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는 진단결과까지 들었고, 산부는 가족들과 연락이 되었다고 하여 늦은 출근을 서두르던 그날은 온 세상이 하얗게 축복처럼 눈이 내렸었는데.......
이른 봄소식이 열리던 달포 전 쯤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바쁜 시간이고 낯설은 전화번호라서 이것을 받을까말까 하다가 그냥 받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지난 초겨울 산부이야기를 하며 그 산부의 남편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치료를 받고 잘 유지를 해서 아이는 득남으로 순산을 했고 벌써 3주가 지났다며 떡을 해가지고 인사를 왔던 그날 그 젊은 부부에 얼굴이 꽃보다 좋은 인연이 된 것 같아서 이 봄날이 더욱 향기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