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끼리 일어난 사연이라 남성시대 오춘 덕형씨께

날이갈수록 농촌에 일할사람을 구할수가 없어 손이 많이가는 논 비닐하우스를
부안읍내 부동산에 내놨더니 살사람이 나타나 밭에있는 한동 비닐하우스만 남기고
그 다음날 비닐하우스 살사람과 연락이 되어 팔기로 약속이 잡혀있는데 이웃동네에사는
후배 영춘이가 이 소식을 듣고 날 찾아와서는

"아따 형님 비닐하우스 판다는 소식듣고왔는디 그 비닐하우스 저에게 파시지랍."하기에

"자네가 그런 큰돈이 어디있어 사려고 그런당가 자그만치 3억은 챙겨야 허는디
내일 3억에 산다는 사람이 있어 팔려고 허는디 이웃간에 비싸게 샀네 어쩌네 그런말 듣는것 보다
차라리 남모르는 사람에게 파는게 속편혈것 같은디

"말을 해도 어찌나 애원하던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이웃에 사는 동생이라 500만원을 깍아주며

"어이 자네 말이여 형수헌티 3억 주었다고 말 하고 500은 내가 챙길랑게. 3억주고 샀다고 말혀.
아참 비닐하우스 농사 짓다보면 채소값이 폭동하고 인건비도 안나오고 큰 손해를 볼때가 많은디
그걸 잘 극복허고 하우스 농사 지을 자신이 있으면 사고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제차 안심이 안되어 나중에 여러소리 않기로 다짐을 받고 하우스를 후배 동생에게 팔았습니다.

"논 열여덟마지기 세배미 허고 받에있는 비닐하우스 한동이면 일할사람 인부때문에
속썩일일 없을것 같아 소일거리로 밭에 있는 하우스에 시금치와 쪽파를 심었는데
올겨울 유난히 따듯해 너나없이 시금치와 쪽파와 대 풍작이라 작업을 해도 인건비도 안나오고 손해지만
다음 작물을 심어야 하기에 할머니들과 쪽파 시금치를 작업해 출하를 하고
트랙타로 밭을 갈고 있자니 말끔하게 차려입은 춘천양반이 서울 아들내집에 댕겨온다며

"어이 용기 자네가 해마다 쪽파 준걸로 춘천댁이 쪽파김치 맛나게 담가 객지에 사는 새끼들헌티
보내줬는디 언제 이렇게 작업을 다 혔당가 어쩌겄는가 내일 부안읍내에 나가 사다가 맛나게 담가
새끼들한티 보내줘야지." 하며 서운해 하시기에

"그렇지 않아도 동네분들한테 쪽파랑 시금치랑 다들 나눠줬는디 춘천양반네집은 아무도 없기에
못갔다드렸는디 서울댕겨오시는거바랍. 갈던 밭 다 갈고 집에가는 길에 영춘이네 비닐하우스 쪽파
뽑아다 갔다드릴게랍. 인건비도 안나와 다 갈아엎는다고 허던디."

"그럼 그럴랑가 내가 가서 뽑아가지고 가면 되겠지만 힘들게 가꾼 자슥같은 쪽파인디 가격이 폭락해
팔지도 못하고 갈아엎는 그 심정 오죽허것는가 그래서 나는 도저히 미안혀 못가겠구먼."
하시기에 걱정말라며 밭을 다 갈고 집에가는길에 영춘이네 비닐하우스에 가보니
다른 비닐하우스는 갈아엎고 한동 비닐하우스만 쪽파만 갈아엎다 말았기에 가지고간 자루에
쪽파를 뽑아 춘천양반집에 갔다주고 집에와 샤워를 하고 있는데 밖에 누가 찾아와

"야 이 도둑놈아 어여 나오지 못해? 줄려면 자기네 쪽파나 줄것이지 농사지은 남의 쪽파를 뽑아다
남에게 줘? 야 이 도둑놈아."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에 놀래 대충씻고 밖에 나가 보니
우리 비닐하우스사서 올해 처음으로 쪽파를 심어 큰 손해를본 후배였습니다.

"아따 영춘이구먼 그렇지 않아도 자네헌티 몇번 전화를 혔는디 받지를 않기에 자루에
쪽파 쪼께 뽑아다 춘천양반네 집에 갔다줬구먼. 자네나 나나 올해 쪽파 심어 큰 손해를 봤는디
말이 끝나기 전에 제 따귀를 철썩때리며 제 얼굴에 침을 뱉는데 아따 어찌나 열불이 나기에
이단 옆발차기로 한방 날려줬더니 꼬랑창으로 펙 쓰러지기에 그래도 분을 못이겨 발로 짓밟으며

"야 임마 그려. 말도 없이 남의 물건에 손댄것 내가 잘못했다. 이형 그동안 비닐하우스 농사지으면서
인건비도 안나와 너처럼 갈아엎을때면 아까워 마을분들이게 뽑아다 드시라고 했기에
너도 이 형맘과 같으리라 생각 혔는디 미안허다. 그 쪽파값 얼마나 줄까
지금 쪽파 한단에 천원간다고 하니 다섯단정도 되니 5천원 주면 되겠구먼
야 여기 만원받아 거스름돈 오천원은 그냥 너쓰고 에이 못난놈아."했더니 펑펑 한참울더니

"형 그때 비닐하우스 사지말라고 말리지 왜 안말렸어. 그 비닐하우스 살때 농협에서 융자받아 샀어.
힘들어 농사못짓겠어. 엉엉엉." 울며 절 원망하는데 기가막힙디다.
다른사람에게 팔리는걸 500만원이나 손해를 보고 큰맘먹고 팔았는데 이런원망을 듣다니요.
마음이 참 쓸쓸하네요. 왜이렇게 날이갈수록 농촌 인심이 야박하고 삭막해지는지...

p.s
기분도 꿀꿀한데 유진아/추억의 소야곡
                       진성/안동역에서
                       최영주/매화같은 여자 이곡중에 한곡 부탁드리며 작가님 이 후배에게 선물할수 있도록
남원 약국에서 협찬하는 선물 부탁드립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빼짝 야윈 후배를 보니 마음이 짠하네요.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있어 사는게 즐거운 애청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