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내들이란..

남자가 무슨 연속극에 빠져있냐며 핀잔을 주는 아내의 말에 듣는둥 마는둥
TV앞에 바짝 쪼그리고 앉아 연속극을 보고있자니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기에 받아보니
이웃동네에 사는 후배 영식이 동생의 전화였습니다.

"아따 형님 요즘은 농한기라 아침밥먹고나면 할일이 없어 마을 노인정에 나가봐야
아버지같은 어르신들 뿐이고 심심해서 그런디 나랑 부안 읍내 당구장에 가서 커피내기
당구나 칩시다."하며 꼬시기에 아내몰래 뒤안 장독 항아리속에 감춰둔 비상금을
꺼내들고 오랜만에 얼굴에 로션을 찍어바르고 말끔이 차려입고 거금을 들여 장만한
뚜껑을 눌러쓰고 거울앞에 섰더니 인물이 달라보입디다. 기분이 좋아

♪청춘은 봄이오. 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노래를 부르며
대문을 나서는데 마을 노인정에 놀러간다며 유모차를 밀고가던 옆집 부골내 할머니가
절 물끄러미 한참 바라보더니

"어메 참말로 이게 누구당가. 민수 아버지 아닌가. 어메 노래소리 들어 알았지.
완전 딴사람이구먼 세상에나 거그 대그빡 뚜껑하나 썼다고 인물이 확 달라보이구먼
우리 큰아들 만식이도 대그빡이 벗겨저서 마흔살 먹도록 장가를 못가고 있는디
진작이 뚜껑하나 맞춰 씌워줄껄. 비싸봤자 얼마나 가것어? 돈십만원주면 헐터지 안그려?"
하시며 신기하듯 저의 머리만 쳐다보는데 기분이 참 좋습디다.

"어쨌든 기분이 좋아 후배 영식이를 차에 태우고 읍내 당구장에 들여 커피내가 당구를 치는데
옆에서 돈내기 당구를 치는데 갑자기 영식이가 저에게 그러는겁디다.

"용기형 내가 진걸로 하고 커피는 내가 살텐게. 우리도 저쪽팀가서 돈내기 당구조께 칩시다." 하기에

"야임마 저건 완전 놀음이구먼. 큰돈걸고 당구를 치는디 씨알때 없는소리말고 이 형이랑 당구나 쳐 임마."
야단을 쳤는데도 내 말은 거절하고 축협에 사료값 갚을 큰돈을 다 날려버리고는 어쩔줄 몰라하는
영식이에게 진작에 말할때 하지말지 언제 철들래. 야단을 치고 있자니 당구장 문이 열리면서 다방 아가씨가
들어서며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커피 시키신분 어디계세요." 하자 메급시 영식이가 성질을 부리며

"이쪽으로 가지고 오세요. 아가씨 난 펭귄한마리가 걸어오는줄 알았네. 후딱 커피나 따를것이지.
뭘 그렇게 쳐다봐요? 왜요. 기분나빠요?"하며 다방아가씨에게 성질을 부리는데 내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야임마. 아담하니 이쁘기만허구먼 괜히 트집잡고 그런다냐. 아가씨 고향이 어디다요?" 물으니

"어머 이오빠 내스타일이야 키도크고 인물이 훤허니 잘생겼네?"하며 덜썩 지 무릎에 앉아 애교를
떠는 모습을 영식이가 보더니 커피값은 나보고 내라며 커피도 마시지 않고 나가더니
국밥집에 들어가서는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병채 들어마시더니 저더러 그러는겁니다.

"형 내 손모가지라도 분질러서라고 돈내기 당구 못하게 말릴것이지. 왜 안말렸어?"하며 절 원망하는데
정말 기가막힙디다. 하지말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내말 듣지 않은사람이 누군데 이제와 절 원망 하는 동생이
야속하네요."어쨋든간에 젊고 이쁜 아가씨가 오빠오빠하며 커피따라주며 애교떨던 미스오가 눈에 선선하네요.

p.s
어제 여동생이 이오빠 노래 좋아하는걸 어떻게 알고 CD를 여러장 사서 보냈는데 정말 기분이 좋네요.
CD한장 사려고 해도 돈이 만만치가 않은데 집에서 차속에서 흥겹게 들을수 있는 CD를 선물해 보내준게
얼마나 고마운지 그동안 살면서 받아본 선물중에 이 선물이 정말 고맙고 좋은 선물이었던것 같습니다.
신나는 유지나/무슨사랑, 추억의 소야곡 이곡중에 한곡 저에게 선물로 보내준 동생과 함께 듣고싶네요.
작가님 될수있으면 유지나씨 곡으로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부안에서 전주여성시대가 있어 마냥 행복한 애청자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