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가는길

김장배추를 절이고....
병원엘 다녀오기 위해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완전무장을 하구(고뿔에 걸리기도 했구 눈도 오구 추우니깐)
막 집옆 골목을 벗어나 옛 시장길(지금은 구시장이 되었다)을
걸으니 홀로사는 아주머니가 손으로 직접담그는 김치공장에서도
배추절이느라 여념이 없으시고
그 옆집인 과일채소가게에서도 배추를 절여 판매하는지
여러명이서 배추를 씻느라 여념이 없다.
 
내옆으로 자가용한대가 지나간다.
그 뒤로 개인택시.
갠택시뒤로 또 자가용.
오늘따라 이골목에 웬차가 이리 줄지어 온데?
맨먼저 내옆을 지나던 자동차가 멈춘듯 천천히 달린다.
그 즉시 뒤에 따라오던 갠택시가 빨리 안가냐는듯
빵빵대고....
ㅇㅆ.짜증나.ㅠ
누가 귀먹은줄 아나.
빵빵대고....ㅠ
 
맨앞에 달리던 자동차가 느릿하게 달리는것이 이상했고
급기야 멈춰버린게 또 이상해서 얼른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띠옹~ㅠㅠ
이런 이런
친정에 갔을때 여러번 많이 뵙던분.
바로 그분이다.
시각장애인이신 어르신이시다.
친정집 동네주차장근처에서 지나는길에 여러번 뵈었는데
누가 돌봐주시는지 볼때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정말 깔끔하게 차려입고 다니시던 분이시다.
 
지팡이 하나로 더듬대며 걸으시는데
너무도 잘 다니시기에 난 신기하기만 했다.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 어찌 저리 잘 걸으실까.하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신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신께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능력을 주셨다고 한다.
아마도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대신 다른 기관들로 살아가게끔 능력을 주셨나보다.
바로 내가 많이 뵌 앞을 못보는분이 내쪽으로 걸어오시고 계셨기 때문에
맨앞에 달리던 자동차가 멈추어 섰던 것이다.
정상인이라면 충분히 알아서들 자동차를 피해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시각장애인인 어르신을 보고 있자니 흐미 당신앞에 당신때문에
지나가는 차들이 멈추어 서있는줄도 모르고(당연히 앞을 못보니 모를수 밖에....ㅠ)
ㅠㅠ지팡이로 더듬거리며 오히려 자동차곁으로 다가가시지 뭔가....ㅠㅠㅠㅠ
과일가게에서 폼만 잡고 계시는 아저씨도 계시더만 다들 쳐다만 보구 구경만 하구 있다.
자기 하는일에만 열중이다.
으이그.쯧쯧.사람들이 우째 그럴까.배추 씻는 분들 50대후반에서 60대정도 돼 보이더구만....ㅠ
한오지랍하는 내가 그광경을 보고 그냥 보고 말 사람이 아니다.
아저씨곁에 바짝 다가가 어르신을 팔로 안듯하고(ㅎㅎ장갑꼈지롱)
어르신 지금 어르신앞에 차가 있어요.
차가 세대나 있거든요.
이 차가 모두 지나가거든 가셔요.하며 어르신을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차들이 모두 지난다음 어르신을 놓고 보내드리며 어르신 이제 차 다 지나갔구요
앞으로 쭉 가시면 돼요.라고 말씀드렸다.고맙다신다.ㅎ
 
몇분동안 교통봉사를 했다.ㅋ
ㅋㅋㅋ
모처럼 착한일 한번 했넹.
ㅎㅎ시시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일이 기분이 참 좋다.
오래전에 서울에서 친구만나러 갈때였던것 같다.
그땐 전철을 막 타려할 찰나였는데
시각장애인 한분이 많은 전철을 타려는 사람들틈에 밀리는듯해서
내가 팔잡고 전철을 안전하게 타도록 도와준적이 있는데
그러고보니 시각장애인을 도와준건 이번이 두번째인것같다.ㅎ
눈감고 걸어보면 어디 부딪힐까 두려워 30걸음도 채 못 걷고
눈을 떠버리곤 하는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ㅠ
 
알고 있음 좋을것 같다.ㅎ
언젠가 텔레비젼 방송에서 본 적 있다.
외출해서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는걸 보더라도
기특한(영리한) 개에게 먹이를 주거나 예뻐하거나 일체의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잘 훈련된 안내견일지라도 사람들이 먹이를 주거나
개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되면 순간적으로 그동안 배웠던 지식(?)을
까먹고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럼 앞을 보지 못하는 그분은 어찌 되겠는가.
난 그 방송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기에 잊혀지지 않는다.
아.그렇구나.고개를 끄덕끄덕.
앞을 못 보는분이 안내견을 데리고 지나는것을 볼때면 개가 아무리 예쁘고 기특해 보일지라도
걍 바라만 보도록 하자.
 
병원을 가는길이지만
ㅎㅎ 이까짓 시시한일로 시간 좀 지체하면 어떠랴.
요즘 자주 앓는 위통증으로 병원을 가는 길이지만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한것마냥 기분이 좋아
잠시 통증도 잊고
병원가는 길의 내 발걸음은 경쾌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