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오늘 뭉쳤다.

 
소띠언니는 어제 쉬는 날이다.
나혼자도 영화보러 잘 다니곤 했지만 언니랑 같이 가서 둘이 보면 영화 보는 재미가 역시나 배가 된다.ㅎ
살아보니 그렇다.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도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다.
혼자 있고 싶을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얼굴엔 입이 있다.
입은 먹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말도 하라는 곳이다.(대신 예쁘게 고운말만 해야겠지?)
마음맞는 조건하에 대화는 아마도 마음치료도 될것이다.
하루 왼종일 말한마디 하지 않으면 어찌 되는지 아는지 모르겠다.
나는 경험자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등학교를 졸업하던해 공장을 다니면서 아무하고도 말하기가 싫어서
누구하고도 말한마디 하지 않은 날이 있었다.그 날 오후 생이(치아)가 아파왔다.)ㅠ
난 그래서 사람이 하루 왼종일 말한마디 하지 않으면 생이가 아프게 된다는걸 난 생 처음 깨닫게 되었다.
하루 왼종일 말하지 않으면 생이가 아프다.
그래서 사람은 말도 해야 하는가 보다.
 
어제 금요일날 소띠언니와 영화를 보자 했더니 동생 생일이라며 동생한테 가야 한다며
토요일인 오늘 보자 한다.
그러자했다.
영화보는 약속을 하루 미룬탓에 공교롭게도 나는 목요일 오후 부터
몸이 많이 아파버렸다.
구토를 두번씩이나 하구 토하는데 목이 어찌나 아프던지 머리는 또 깨지게 아프고
속은 쓰리고 아프고....ㅠ
겨우 진정하고 잠이 들었다.
저녁 아침까지도 식사도 못하고 몸이 안좋아 기다렸다는듯 어제 거의 왼종일 아파 침대신세를 졌다.
드디어 토요일 오후 영화를 보러갈 참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들 멤버중에 한사람 우리딸같은 새댁이 한명이 있다.
오늘 저녁먹기로 했는데 나더러 같이 가자 문자가 온다.
 
나는 소띠언니랑 영화보기로해서 영화끝나면 곧바로 음식점으로 갈거라고 답했다.
문자를 주고 받다 보니 이 새댁도 영화보는거 엄청 좋아하는걸 알기에
다시 문자로 물었다.결혼전야 봤냐고.아직이란다 그럼 우리랑 같이 보지 않을거냐니까
좋다고 한다.토.일요일 빨간날 같은때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쉬니까
미리 예매를 해두지 않으면 내가 보고픈 시간대에 영화를 못 볼 수 도 있다.
새댁은 언제 미리 자가운전해가서 영화표 세장을 예매해 왔다고 문자가 왔다.
나는 고마워서 바로 전화를 했다.어머 그랬어?예뻐라.하구말이다.ㅎ
누군가 그러더니만 예쁜사람은 예쁜짓만 한다고....ㅎ
딸같은 새댁은 엄마들하고 자주 만나니 예쁜짓도 많이 한다.
요즘 보기 드문 사람같다.인정도 많고....ㅎ
 
나는 영화시간이 다 되어 가길래 우리 셋이 먹을 간식을 준비했다.
냉동실에 있는 은행30알을 팬에 볶으고.
1인당 하루 10알이상 먹으면 해가 된다해서 딱 그만큼만 구웠다.ㅎ
그리고 영화볼때 먹으려고 강냉이 산것도 먹기 좋도록 통에 담아 갔다.
대봉홍시도 저녁먹고 후식으로 먹으려고 깨끗이 씻어 통에 담아 갔다.
소띠언니도 귤을 준비해 왔다.ㅎ
대신 나와 소띠언니는 새댁이 차를 몰고와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오게 되었다.
결혼전야.
재미 있을줄 알고 기대했더니만 한개도 재미없다.ㅠ
꽝이다.ㅠ
영화가 끝나 우린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낙지전문점으로 갔다.
왕언니도 소띠언니도 새댁도 모두 그 매운 청양고추를 잘 먹는 사람들이다.
낙지볶음을 맵게 해달라 주문한다.
난 너무 매우면 괴로운데....ㅠ
실은 오늘 지난번에 먹었던 부대찌개가 맛나서 그집에 가기로 하고
왕언니께서 당면을 불려 오기로 했었다.
그런데 새댁의 의견에 다들 그래 낙지도 먹어보자며 급 메뉴가 바뀐것이다.
ㅎㅎ 당면은 우리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고 어디에 넣어 먹어도 맛난거라서 걱정없다.
역시나 우린 낙지볶음 3인분을 시켜 그 속에 언니가 불려온 당면을 넣어 같이 먹으니
흐미 짱 맛나다.
 
어찌나 매운지(청양고춧가루를 넣는다한다.ㅠ)눈물 콧물 줄줄에
나는 이마에 땀까지 보송보송났다.ㅎ
다들 맛나게 먹었다고들 한다.
우린 그때 그때 누구든 뭐 먹으러 가자 하면 그래 좋아 좋아다.ㅎ
시간만 서로 내어 맞추면 된다.
계산역시도 서로 부담없게 더치패이로.........ㅎ
막내인 새댁이 운전을 해야 하기때문에 하긴 나만 못 마시지만
맥주 한병 시켜서 서로 마시라고 하고.ㅎ
내몫의 맥주양은 소주컵으로 한잔도 되지 않을 양이었지만 받아들고 딱 한모금 마시고 끝.
소띠언니왈 왜 아깐술을 남기느냐며 언니가 꿀꺽한다.
나는 또 깔깔대고 웃는다.
 
입이 매워서 팔딱 뛸지경인데 다음엔 뭐먹으러 갈까 인당 만원씩을 갹출하여
오늘 먹고 나머지는 비축해두지뭐.그 돈으로 다음에 또 먹지뭐
담달은 년말이니 2차 노래방도 가자등등.ㅎ
다음에는 미순이네아귀찜이 맛나다하니 거기 아님 부대찌개 먹으러 가기로 했다.ㅎ
같은 돈을 내고도 마음이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즐거운 식사를 한다는것 얼마나 좋은일인가.
참 좋은일이다.기분 전환으로 짱이다.
수다 떠느라 내가 챙겨간 내옆의 가방속 홍시 꺼낼 생각을 잊어버리고 다들 일어섰다.
에효~ 천만다행이다.
잠시 사망했던 내 기억력이 음식점을 막 나오자마자 살아난것이다.
낙지볶음먹고 기억력이 회복되었나?ㅋ
지금이라도 생각난것이 정말 잘하긴 했지만 음식점에서 밥먹고 입도 매웁겠다
곧바로 생각나서 꺼내서 먹고 일어섰음 좀 좋아.
 
어리버리같은 짓을 한 내 자신이 어찌나 바보멍충이 같았는지
너무 한심스럽고 미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후식인 홍시가 든 가방을 옆에 두고도
그렇게 까마득하게 잊고 있을 수 가 있는지....
내 이러한 건망증에 나 스스로 치가 떨린다.
슬프다.슬퍼....ㅠ
다행히 언니들이랑 새댁한테 홍시를 하나씩
나누어 주어 먹여 보냈으니 정말 다행이긴 했지만서도....
언니들도 새댁도 맛나게 잘 먹었다고 한다.
ㅎㅎ 뭐 까이꺼로....
나눔.정.
고거이 좋잖여~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