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성시대에서 알게된 동생이 부안 내변산에 한번도 구경온적이 없다며
부부동반하여 이곳 가을 내변산에 다녀가고 싶다고 하기에 초대를 했는데
하필 당일아침 비가오는바람에 산행을 못하겠다며 곰소나 들렸다 가겠다며
연락이왔는데 왜 하필 이날 비가 오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등산가방에는 과일이며 이것저것 가득한데 서운해하는 내 모습을 아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자기야. 하늘보니까 금방 비가 그칠것같은데 내가 자가용으로 사자동까지
태워다줄께. 나랑 함께 다녀오면 좋겠는데 오늘 방에 띄우고있는 청국장, 고추장
손을 봐야하기 때문에 갈수없으니 자기 혼자라도 깊어가는 가을산에 풀 빠져보고 와."
하며 태워다주며 뒤돌아가는 아내의 뒷모습을보며 내가 무슨 복이많아 저런 아내를
만났을까 하는 생각이 듭디다.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가을산에 푹빠져 연신감탄하며
걸어가고 있자니 감나무에 애처롭게 매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질것만같은 홍시가
날 바라보며
"저 아저씨 저좀 따 맛있게 드세요. 네? 아저씨. 저 금방이라도 땅에 떨어질것만 같은데."
하는것 같아 조심스럽게 홍시 하나를 땃지만 차마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이 홍시 먹을 주인은 왠지 따로 있을것같아 흥시가 깨질것 같아 등산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손에 소중이 들고 걸어가는데 아담한 실상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실상사는 원래 고려시대에 만든 불상과 대장경등 중요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었으나
1950년 6.25전쟁때 사찰이 모두 소실되었는데 현재 복원된 대웅전과 산산각이 복원되어있는
사찰이랍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대웅전 부처님전에 삼배를올리고 직소폭포를 보기위해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한 40대쯤 되어보이는 한 남자가 한 13살쯤 먹어보이는 남자아이를
등에엎고 땀을 뻘뻘흘리며 힘들게 산을 오르고있는데 아이의 모습이 건강치 못한게 눈에 보였습니다.
아마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는 근육이완증이란 병에 걸린 아이란걸 알았지요.
하나밖에 없은 남동생 아들 조카가 이 병에 걸려 죽음만기다리며 사는 어린 조카생각에
가슴이 무척이나 아파왔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저 땀을 많이 흘리시고 힘들어 하시는데 우리 잠시 여기 앉아 쉬었다 갈까요?" 하니
아이의 아빠는 빙그레 웃으며
"우리 그럼 그럴까요? 혼자 오셨나봐요. 우리 아들 종일 방에만 누워있어 답답할것같아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가는 내변산 구경좀 시켜주려고 왔는데 우리 아들 잘생겼죠?"하며
흐뭇해하는 아이의 아빠의 모습이 겉으로는 웃는것같아도 속으로 펑펑 흐느껴우는 모습을
볼수가있었습니다. 내손에든 홍시가 왠지 누군가 먹을 임자가 있을것같아 홍시가깨질까
고이간직 들고왔던 홍시를 아이의 입에 넣어주니 맛나게 먹더니 어둔한 목소리로
"아자씨. 이 세상에서 오늘먹은 홍시가 제일 맛있는것 같아요. 고맙습니다."하며 인사를 하는
경호를 강제로 제 등에엎고 산에 오르며
"경호야 저쪽 산 있지? 저 산봉우리 단풍이 곱게물든 바위가 웅녀봉이란다. 참 멋있지?"
하며 대화를 나누며 산을 오르다보니 힘든지 모르며 직속폭포에 다다라 아이의 가족과
싸가지고온 음식을 맛나게 나눠먹고 그 가족과 헤어지려는데 아이의 아빠가
눈물을 글썽이며 명함을 건네주며
"저보다 나이가 3살이나 많으니까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자식이라고 아들하나 있는게
이제 12살인데 근육이 서서히 굳어 16살이면 죽는다는데 우리아들 불쌍해서 어떡해요?"하며
울먹이는 아이의 아빠를 토닥여주며 앞으로 살다보면 치료약이 개발될테니 힘내라며
용기를 주고 뒤돌아가는데 얼마전 서울에사는 동생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형. 우리 욱주 16살되면 근육이 서서히 굳어 죽는다는데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하며
대성통곡하며 울던생각이 울컥떠올라 가던길을 잠시 멈추고 산다는게 뭔지 생각을하며
내 마음을 달래며 걸어가고 있는데 왠 젊은부부가 옆으로 스쳐가는데 나도 모르게
"저 혹시 송명수씨 아니세요? 저 전주 여성시대 애청자 김용기인데 했더니 깜짝놀래며."
"어메 그려랍. 지가 송명수인디 어떻게 첫눈에 절 알아봤다요."하며 신기해합디다.
이렇게 이런 인연으로 가을 내변산 풍경에 빠져 시간을보내고 오후2시가 되어서야 꽃게찜에
맛나게 점심을 먹고 헤어져 집에 오려는데 참 살면서 이런 인연이 다 있구나 그런생각이 듭디다.
정말 사는게 뭔지 이글을 쓰는내둥 울먹이던 경호 아빠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리네요.
어여 약이 개발되어 경호와 조카 욱주 병이 빨리 완쾌되어 걷는모습을 봤으면 그런 소망을 가져봅니다.
p.s
작가님 예전에 한번 최영주/변산아리랑 듣고싶어 신청했는데 들려주지 않아 서운했는데
이번에 꼭 최영주/변산아리랑 들려주시면 작가님보다 이쁘진않겠기만 이번 9일날
이쁜꽃다발 사서 전주에 놀러가겠습니다.
작가님 최영주 변산아리랑 안된다면 나훈아/흰구름 가는길
백승태/추풍령 신청합니다.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신바람나는 애청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