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젓가락~~^^

나무젓가락~^^^

 

 

작년 가을에 엄마를 모시고 집에서 좀 떨어진 공원에 갔었다. 공원에는 아름다운 낙엽들이 화사함을 뽐내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엄마는 “아~휴~ 좋다야~. 이 예쁜 낙엽들 보란께? 참 이쁘기도 혀다.” 하시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였다.

 

바쁘다는 핑계가 너무 무색하였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주 엄마를 모시고 나들이를 해야 게다고 생각을 하였다.

 

“엄마~! 단풍이 참 예쁘게 물들었지?”

 

“응~, 참말로 이쁘다. 으째 저렇게 빨갔다냐? 곱기도 혀지~”하시며 소녀처럼 좋아하시었다.

 

“그런데~ 엄마~ 좀 덮지~ 나가 저기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사올게~ 엄마 여기 조금만 앉아 있어?”

 

난 공원 매점에 들려 아이스크림 3개를 사서 엄마에게 하나를 드렸다.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 야~야~ 덮지도 안은 디~ 뭐 하러 아이스크림을 사왔다냐~ 돈도 없으면서~. 난 여기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을 난께~ 너희들은 저기 공원이나 산책혀다가 오거라?” 하시었다.

 

“엄마~~혼자 앉아 있으면 적적한께~ 우리랑 함께 천천히 걸으면서 단풍구경해요?”

 

“ 야~야~난~ 괜찮혀야~ 난 여기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오가는 사람이나 구경혈란께~ 내 걱정은 혀지 마란께~ 난 괜찮은께~, 너그들이나 어서 단풍구경혀고 오랑께~ ”

 

“그럼 ~ 엄마~ 저희들 잠간 산책하고 올께요. ” 하고 남편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붉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보며 길을 걸었다.

 

햇살에 비친 붉은 단풍잎은 너무도 화려하였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날아 갈 듯, 감탄사를 연발하며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하늘을 쳐다보니 더 없이 맑은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둥실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정처 없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뭉클하였다.

 

“여보~ 참 좋다. 저기 파란 하늘 좀 봐~ 너무 멋있지~한 마리의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데, 날개가 없네~”

 

“자기야~저기 둥실둥실 떠가는 구름 좀 봐~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너무 아름답고 멋있지~”

 

난 남편과 함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 있다가 엄마가 계시는 곳으로 갔다.

 

“엄마~! 아이스크림 다 드셨어요? ”

 

“응~ 다 먹었어야~, 거~ 참말로 달고 맛있더라~”

 

“그런데~ 엄마? 이 나뭇가지가 웨 여기 있어요? ~”

 

엄마는 “하~하~” 웃으시면서 ” 야~야~ 아이스크림이 너무 꽁꽁 얼어서 먹을 수가 없어서 나가 나뭇가지를 잘라 아이스크림을 파먹었단께~“

 

“예~? 엄마~ 아이스크림을 나뭇가지로 파 드셨다고요?”

 

“응~ 나뭇가지로 파먹었어야~ 아이스크림이 쬐께 거시기 혀가지고~ 돌덩이처럼 꽁꽁 얼어 가지고 먹을 수가 없었단께~ 그래서 나뭇가지로 쬐깨씩 파먹었어야~, 쬐께씩 파먹은 께 감질나기는 혔지만 ~ 참말로 달짝찌근혀고 맛있더란께~”

 

난 엄마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한참동안 웃었지만 사례 깊지 못한 행동을 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엄마는 이가 부실하여 꽁꽁 언 아이스크림을 드실 수가 없어서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아이스크림을 드시었단다.

 

“ 너희들도 내 나이가 돼 보거라? 나이를 먹으면 이가 부실하여 딱딱한 것은 먹지 못한단다. 나도 너희들처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산책도 하고 단풍경도 하며 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지만 몸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하니 어찌 하렴~!

비록 내가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몸과 마음이 옛날처럼 따라주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내 마음은 청춘이란다. 예쁜 것을 보면 너희들처럼 나도 마음이 설레는데~ 어찌~ 너희들이 내 마음을 알겠니?

세월이 덧없이 흘러 몸과 마음은 쇠약하였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란다. 너희들이 내 나이가 되면 내 마음을 알지 모르겠다.” 하시며 말씀을 하는 것만 같았다.

 

난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지 못한 게 너무도 부끄러웠다.

 

아흔이 넘은 엄마가 이가 없어서 딱딱한 음식을 드시질 못한 다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그런데 엄마는 재치 있게도 아이스크림을 나무젓가락으로 파 드시었다.

 

“엄마~! 미안해?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

 

“야~야~ 미안혀기는 뭐가 미안혀다고 혀느냐? 너 땜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젓가락으로 파먹고~ 난 맛나게 먹기만 혔는 디~, 야~야~그런 소리 혀지마란께~ 나뭇가지로 아이스크림을 파먹는 재미도 솔찬히 재미가 있었단께~, 그란디 집에서 먹었을 때는 아이스크림이 말랑말랑혀서 쪽쪽 빨아먹기가 괜찮혔었는 디~, 당초 여기 것은 어떻게 딱딱혀든지~먹지 못하겠더라~ 내가 쬐께 기들렸다가 먹었으면 됐을 걸~ 혓바닥으로 핡다 먹다가~ 나뭇가지로 파먹었어단께~ 너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잘 먹었어야~. 좀 더 구경혀다가 오지 뭐 하러 일찍 왔어? ”

 

자식들의 마음을 이해하여주시고 소녀처럼 좋아 하시는 엄마를 바라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였다.

 

난 엄마의 재치에 감탄을 하였지만 이가 부실한 엄마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여 정말 미안하였다.

 

그런데 공원을 산책하던 어떤 아가씨가 엄마가 아이스케키를 먹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할머니~ 왜 아이스케키를 나뭇가지로 파 드세요? ”

 

“응~ 나가 이가 부실혀기도 혀고 그라고 이 맛있는 것을 쬐께씩 오래먹으려고~나무젓가락가지고 먹고 있는 디~ 아가씨가 보기에 쪼께 우습지~ ”

 

“할머니~ 우습지 않아요. 할머니~ 제가 사진 한 장 찍고 싶은데~ 찍어도 되지요?”

 

“아~이~ 무슨 사진을~ 다 늙어 빠진 늙은이를 사진 찍어서 뭐하려고~ 저기 예쁜 단풍이나 찍어란께~ 뭣 땜시 나 같은 늙은이를 찍으려고 혀~”

그 아가씨는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였던지 사진을 찍고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엄마에게 주고 갔단다.

 

 

전북 익산시 영등동 신일아파트 101동 1105호/ 김 경례/ 010-6542-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