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 송해 오빠

 드높은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길가엔 총천연색의 코스모스가 살짝이 불어오는 바람에 하늘거리고 들녘엔 오곡이 무르익어 바라만 봐도 마음이 넉넉한 이 가을! 여유로운 일요일 한낮의 정오가 조금 지나면 어김없이 울리는 딩동대 소리.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눈을 떼지 못하고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심취되어 흥미를 느낀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물며 갓난아기, 외국인까지 출연하는 대한민국 대표 노래자랑 프로그램. 현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과 출연진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손뼉을 치고 저마다의 추임새를 넣으며 한데 어울리는 전국노래자랑을 나는 언제부턴가 꼭 챙겨보곤 한다.
 그리고 무대의 중심에는 사계절 변하지 않는 소나무처럼 듬직한 진행자 송해 오빠가 어김없이 등장을 한다. 후덕하고 정감 있는 외모에 가지런한 말솜씨는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다. 종종 젊은 아가씨는 물론 어린아이가 앙증맞게 "송해 오빠" 라고 부르면 익살스런 제스처와 재치 넘치는 위트가 빛을 발하기도 한다. 삶이 고달파 인생살이 고생고생만 하다가 얼마전에 허리 수술을 해 복대를 하고 나오신 여든이 훌쩍 넘은 할머니 역시 "송해 오빠" 라고 부르신다. 그러시면서 "이젠 송해 오빠를 만났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볼을 비비신다. 이토록 송해 오빠는 서민들의 쓰라린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넓은 포옹력의 소유자이신것 같다.
 가끔 외국인들도 출연해 송해 오빠와 국경을 초월한 다정다감한 정(情)을 나눈다. 기쁜 사람도 슬픈 사람도 말로 다할 수 없는 애절함을 가진 사람도 송해 오빠 앞에서는 모두 솔직해진다. 구수하고 넉넉한 지혜로운 말씀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아서일까? 이렇듯 송해 오빠는 단순 프로그램 진행자를 넘어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와 교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양 속담에 "노인을 잃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송해 오빠가 전국 노래 자랑 리허설 중 몸이 안 좋아 응급실에 가는 바람에 녹화를 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984년부터 올해로 29년째,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전국 노래 자랑을 늘 감칠맛 나는 진행으로 이끌어 온 송해 오빠가 항상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송해 오빠에게 힘찬 박수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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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평순 (부안군 혜성병원 관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