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뭔지 그동안 바빠도 너무 바빠 사는 이야기 몇줄 쓰다가 피곤해 그런지 졸려
포기하다가 이제서야 얼마전에 우리 엄니와 전주 주현미 콘서트 다녀온 사연
올려봅니다.
칠순이 넘으신 우리 어르신들 5만원을 벌기위해 이른 세벽 진지를 드시고
그 무더운 비닐하우스에서 종일 알타리 무 손질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시며
일하시는 30명이 넘는 어르신들 새참 국수 삶느라 힘들어 하는 아내 일손
이라도 도와주면 좋으련만 우리 엄니 읍내 노래교실 간다며 꽃단장 하고
외출하신 우리 엄니 해가질 무렵에 집에 오셔서 일에 지쳐 밥맛이 없어
늦은 저녁 억지로 몇술 뜨고있자니 우리 엄니가 저에게 그럽디다.
"아따 용기야. 며칠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주현미가 전주에 온다는디 마침
시방 노래교실에서 주현미의 길면 3년 짧으면 1년 이란 노래를 배우고 있는디
내 복에 무슨 주현미 콘서트 구경이여. 안그렇냐?"하시며 한숨쉬는
엄니를 보며 아내가 눈한쪽을 깜빡거리며 모른척 하라는 눈치를 보내왔지만
거금을 들여 그 다음날 티켓 3장을 샀는데 아따 뭔놈의 티켓이 그렇게 비싸다요.
어쨌든 이 무더운 여름 자리가 자리인지라 예의를 지켜 멋지게 양복을 차려입고
검게 그을린 얼굴에 아내 화장품 조께 찍어 바르고 우리 부부 엄니를 모시고
전주 주현미 콘서트장에 가서 공연을 구경하는데 우리 엄니
노래 두곡 끝나자 연신 하품을 하시더니 혼잣말로 그러는겁니다.
"아따 그노래가 그노래같고 졸려 죽것네."하시기에 우리 엄니 귀에대고
"아따 엄니 후딱 밖에나가 바람쐬고 분위기 있는곳에 가서 맛난 저녁 드시고 싶지랍?"
했더니
"어메 참말로 이 애미 맘 알아주는건 우리 아들 용기뿐이랑께."하면서 겁내게 좋아합디다.
♪하나둘씩 부서지는 꿈같은 세월...♪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에 겨워있는 아내 옆구리를
찝어까 데리고 나왔더니 아내가 그럽디다.
"아따 당신말이여. 작년 겨울에도 이미자 콘서트 한번 가보는게 소원이라며
부탁하는 어머님 모시고 광주까지 가서 구경하는데 동백아가씨 노래 한곡 듣더니
노래라고 청승맞고 듣기 싫다며 가자고 혀서 노래 딱 한곡듣고 왔는데
티켓 한장이 얼마짜리인데."하며 어찌나 투덜대던지 아내와 엄니를 모시고
멋진 옷한벌씩 사주고 분위기 있는곳에서 저녁을 먹고 늦은 밤 집에왔는데
몸은 피곤해도 어쨌든 기분이 참 좋습디다. 우리 엄니 이제 칠순이 넘으셨는데
살면 얼마나 더 사시겠습니까. 살아계실동안 어르신들 들으시면
버르장머리없다고 하시겠지만 철없는 딸하나 키운다 생각하며 살다보니
속은 참 편합디다. 어쩌것습니까. 운명 이려니 허고 살아야지요. 안그렇습니까?
그날 주현미씨가 부른 길면3년 짧으면1년 이란노래 보고 싶었는데
보지를 못하고 온게 지금도 서운한데 주현미씨의 길면3년 짧으면 1년 이란곡
꼭 부탁드립니다.
부안에서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행복한 애청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