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자와 경례
하루에도 여러 번 “경래” 라는 소리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어느덧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동사무소에 들려 혼인신고를 하러 갔을 때,
남편은 혼인신고서에 남편 이름과 내 이름을 써 동사무소 직원에게 서류를 내 밀었다.
그러자 동사무소 직원이 두리번거리며 남편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왜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세요. 뭐가 잘 못 됐나요? ”
“아~ 아님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바라보고 계세요”
“혹시 두 사람 위장 혼인신고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시지요”
“예~ 위장 혼인신고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저씨 우리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서류상에는 김 용자씨가 없습니다, 김 경례씨가 누구세요?"
“아~ 예~ 아저씨 죄송해요. 용자도 저고요, 경례도 제 이름입니다. ”
그랬습니다. 남편도 평상시 용자라고 불렀기에 아무생각 없이 혼인신고 용지에 김 용자라고 쓰고 말았지요.
신랑과 난 서로를 바라보며 한바탕 웃었고, “자기야~난 용자 보다는 경례가 더 세련된 이름인데~ ” 하고는 신랑은 동사무소에서 차렷 자세를 하고 나에게 거수 경래를 하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 할 때 엄마들이 학교 앞 교차로에서 교통정리를 하여야 하는데,
큰 아이는 엄마 이름을 김 경례로 쓰고 작은 아이는 김 용자로 쓴 바람에 연장으로 2번 교통봉사 대원이 되어서 봉사 활동을 하여야했습니다.
“야~ 현웅아~ 엄마 이름을 왜 김 용자라고 썼어? ”
“왜~ 엄마~ 엄마 이름이 김 용자니까 김 용자라고 썼는데~? 그럼 엄마 이름이 김 용자가 안이냐? 어~ 이상하다. 엄마는 왜 외할머니와 이모가 용자라고 부르면 대답했어? 엄마~ 그럼 엄마 이름이 뭐야~”
“응~ 집에서는 용자라고 부르고~ 학교에서는 경례라고 해야 해?”
“어~ 이상하다. 엄마 이름이 김 경례면 용훈이 삼촌이 엄마 동생이 아니겠네? ”
“그건 아니고~ 용훈이 삼촌은 엄마 동생 맞아?”
난 아이에게 경례라는 이름이 된 사연을 설명을 하였으나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니까 외할아버지가 농사 일로 바빠서 시골 동네 이장아저씨에게 부탁을 하시었는데, 그만 동네 이장 아저씨가 술을 마시고 엄마 이름을 잊어버리고 말았단다.
그런데 마침 군인 아저씨가 면사무소에 와서 경래하면서 거수 경래를 하는 것을 보고 엄마 이름을 경례로 올리고 말았단다. “
“ 엄마~ 그 이장님 참 이상하다. 엄마 이름을 잊어버렸으면 외할아버지에게 물어봤어야 했지~ 엄마~ 그렇지~”
“응~ 그렇게 했으면 엄마 이름이 경례가 아니라 용자였을 텐데~ 참 아쉽지~”
“엄마~ 난 엄마 이름이 용자가 더 좋은데~ 경례가 뭐야~ 학교에서 맨 날 선생님에게 경래를 하는데~ 그리고 학교에서 애들이 마구 엄마 이름을 부르니까 난 싫단 말야~”하며 시무룩하였다.
“그건 학교에서 하는 거니까 무시해버려~ 알았지?”
그렇게 하여 아이와의 사건을 마무리하고 잊고 살아왔는데, 지난 달 큰 아이의 결혼식 때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들은 청첩장에 나의 이름을 김 경례로 인쇄를 하였다. 그리고 친척들에게 청첩장을 보냈고 시골에 살고 계시는 고모님께 전화를 하였다.
“고모님~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시지요, ”
“응~ 별일 없단께~ 용자 너도 잘 있지라~”
“예~ 고모님~ ”
난 전화로 고모님의 안부를 묻고 다음달 22일에 큰아들 결혼을 시킨다고 이야기를 하고 예식장과 시간을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고 고모님이 살고 계시는 시골에 청첩장을 보내어 드렸다.
“응~ 알았어야~ 나가 내일 일찍 결혼식장으로 갈란께~ 그만 전화 끊는다.~”
드디어 아침이 밝아왔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팔순이 넘은 고모님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어이~ 샥시~ 여기가 세종예식장 맞는 겨라?”
“예~ 할머니~ ”
“ 샥시~ 그란디 나가 시방 우리 조카 아들 결혼식장에 참석을 혀야 하는 디~ 거~ 뭐시여~ 몇 층이라고 혔더라~ ~ 늙은께 금방 현 이야기도 뒤 돌아서면 까먹는 단께~ 어이~ 샥시~ 신랑 애미 이름이 김 용자란께~ 샥시가 한번 찾아 보더라고~~”
“예~ 할머니 잠간만 기다려보세요~ ”
잠시 후 왜딩홀 안내양이 “ 할머니~ 혼주 분 중에 김 용자씨 라는 분은 없습니다. 할머니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데요. ”
“샥시~ 아니란께~ 우리 조카가 세종대왕 할 때 세종이라고 혔단께~ 여기가 뭐시여 결혼하는 곳이 아니란까?”
“할머니~ 결혼하는 곳 맞아요. 할머니~그럼 신랑 이름이 어떻게 돼요.”
“신랑 이름이 뭐더라~ 갸가~ 정 머시였는 디~ 나가 시방 생각이 안 난단께~ 신랑 애비가 정서방인디~ 샥시~ 그러지 말고 다시 한번 찾아보란께~ 우리 조카 이름이 김 용자란께~”
“할머니~ 정씨 성 훈주가 3층과 4층 2군데가 있어요. 할머니 신랑 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돼요? ”
“아따~ 샥시~ 나가 아까 야기혔쟌여~ 정서방이라고~ 그란디~이름이 뭔지 모른단께~ 뭐시여~ 샥시~ 3층 애미나로 가보라고~~”
“할머니~ 애미나가 아니고요”
“샥시가~ 방금 애미나로 가라고 혔쟌여~ 그란디~ 샥시~ 3층 애미나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헌단가~”
홀에서 안내를 맞고 있던 아가씨들은 고모님의 이야기에 배꼽을 잡고 웃었고,
고모님은 안내양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찾아오셨다.
“어매~ 용자야~ 나가 여기 찾아오는 디 허벌라게 힘들었단께~ 야~야~ 1층에 있는 샥시들이 너의 이름이 없다고 혀서 나가 잘못 찾아왔나 혔단께~”
“고모님도~ 제가 어제 이야기 했쟌아요. 3층으로 오시라고~”
“그란디~ 1층이 어찌나 복잡하든지~ 그래서 나가 아가씨를 붙잡고 너를 찾아 달라고 현께~ 그런 사람이 없다고 혀쟌여~ 나가 얼마나 놀랜는지 사지가 벌벌떨렸단께~ ”
그렇습니다. 고모님도 내가 어릴 때부터 용자로만 불러왔기에 당연이 용자로만 알고 계셨었지요.
그런 고모님 때문에 식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웬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었다.
비록 시골동네 이장님의 실수로 인하여 2개의 이름으로 울다가 웃다가 하며 살아 온지도 벌써 5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전북 익산시 영등동 신일아파트 101동 1105호/ 김 경례 / 010-6542-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