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아빠! 병원에 한번가 보세요.

"아빠! 저 지금끝나서 버스 탔어요. 15분쯤 걸린다니까 왕정동 다리로 데리러 나와 주시면 안돼요?"
"그래 알았다."
올해 여고에 입학한 작은 딸아이의 전화였습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을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자전거로 1.5km를 달려 버스가 정차하는 곳으로 가니
버스에서 내린 작은딸 은진이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호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립니다. 은진아 전화한번 받아볼래?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주었습니다.
은진;"언니! 아빠랑 자전거타고 집에 가고 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다정;..........(뭐라고 하는지 안들림)
 
은진;"뭐? 불이 났다고?"
 
다정;..........(안들림)
 
은진;"얼른갈께."
 
장애학교에서 얼마전 돌아온 큰딸아이의 다급한 전화였습니다.
 
 
부랴부랴 집에 도착하니 방안 가득 자욱한 연기와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가스렌지에 올려져 있던 냄비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냄새가 나서 부엌방에 가보니까 찌게가 타고 있어서 불은 껐는데 연기가 안 나가네?"
다정이가 상황을 대충 설명을 합니다.
"불은 왜 켰는데?"
"아빠가 켰잖아요? "
"내가 켰다고? 아니야 내가 왜 불을 켜니?
"아까 밥먹자고 해 놓고선 은진이 태우러 가셨잖아요?
듣고 있던 은진이가 한마디 합니다.
"아빠 병원에 한번 가 보세요. 벌써 치매가 왔나봐요. ㅇ아빠가 치매면 우린 어떻게 살아요? "
하면서 눈물을 글썽입니다.
 
요 근래에 자주 나타나는 기억을 못하는 증세로 인하여 방황하는 일이 종종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땐 안경,휴대폰, 차열쇠 이 세가지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버리고요.
주차한뒤 문을 잠갔는지 안 잠갔는지를 몰라 다시 한번 리모콘 열쇠를 눌러보는 일은 다반사  고요.
이렇게 기억이 불분명한데 연극은 어떻게 한다고 하는지? 걱정되긴 합니다.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ㄴ남원에서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