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자마자 그동안 미뤄두었던 창고 정리를 하는데
한쪽구석에 무언가 수북히 비닐 덮개로 덮혀있길래 이게 뭣이다냐 싶어
열어보니 세상에나 이게 뭔일이랍니까.
빵굽는기계, 안마기, 찜질 전기매트가 박스체 숨겨져 있지 뭡니까.
예전에도 이런일로 집사람과 대판 싸운적이 있는데 그럼 그동안
화장지며 간장이며 받아온 선물이 다 이 물건들을 샀기 때문에 약장사 다니면서
받아온것 같아 부안읍내 노래교실 간다며 꽃단장하고 외출하신 우리 엄니께
전화를 걸어
"엄니. 엄니땜시 나 속터져서 못살것서랍. 예전에도 이런일 저질러
내가 속터져 죽는줄 알았는디 이번에도 또 뭔 이것저것 사서
창고안에 숨겨놨데요. 집사람 알면 난리날텐디 어쩌려고
이 씨알때없는것들을 사서 나 엄니땜시 폭폭혀서 못살겠서랍.
어쨌든간에 내일 경운기에 싣고 거 읍내 약장사 거그다 갖다줄랑게
그리 아시기랍."했더니
"야 이것아. 그 약장사 떠난지가 언젠디 물린다고 그려. 그렇지 않아도
얼떨결에 그것들 다 감춰놓고 애미 알까봐 불안해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이었는디. 이 애미 염장을 지르고 지랄이여. 나 시방 노래배우다가
전화받는게 지랄말고 전하끊어."아 이러며 전화를 끊지 뭡니까.
이 물건들 우리 엄니가 사다가 감춰둔걸 아내가 알면 입이 대자나 나와
집구석이 시끄러울것 같아 내일 아내가 비닐하우스
일하러 나간뒤 몰래 경운기에 실어 혼자사는 노총각
친구집에 맡겨둬야 집구석이 조용헐것 같네요. 다른집들은 자식이 부모 속을썩인다는디
어떻게 된게 우리집은 우리 엄니때문에 항상 아내 눈치보며 산답니다.
한참을 정리하고 동네 가게에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어릴때 엄니가 쪄주시던 술빵 생각이 나기에
밀가루와 막거리를 사다가 반죽을 해 오후 늦게 우리 엄니가 사다가
몰래 감춰둔 빵기계에 넣고 빵을 찌는데 반쪽은 빵이 익는데 다른 반쪽은
아예 익지를 않기에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진작에 부도난 제품이었습니다.
아내가 하우스에서 오기전에 갖다 버리는데 겁내게 아깝디다.
도데체 이 물건들 얼마주고 샀나 궁금해 우리 엄니 통장을 조사해 보니까
오백만원 이나 넘는 돈이 빠져나가 있지 뭡니까. 아이고 속터져서
하지만 어쩝니까.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그래. 옆집 정읍댁 처럼
중풍으로 쓰러져 집에서 종일 지내는것보단 아픈데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약장사며 노래교실이며 다니며 업무가 바쁘신 우리 엄니가 얼마나 고마운지
좋게 생각 하니까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
저요. 우리 엄니께 한말씀 드리고 싶네요.
엄니 제발 씨알때없이 이런물건 사지 마시고 그돈 가지고 맛난것도 사드시고
봄도되고 헌께 멋진옷도 사입고 그렇게 사세요. 네?
p.s
글쓰는 옆에서 아내가 한마디 하네요. 글 보내봐야 선물도 안주는디
뭐하려고 씨알때 없이 글쓰냐며 그런시간 있으면 낮잠이나 자라며
퉁생이하기에 선물대신 신청한 노래라도 들려주잖여. 말을 했는데
아내가 깜냥으로 서운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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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상서면 장동리 33-7번지
김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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