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라고...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하다가 퇴원했는데 돼지갈비, 닭고기, 잡채며 온갖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아내가 저녁상을 차려놓은걸 보니 내심 걱정이 됩디다.
이것먹고 저녁에 힘쓰라고 차려준것 같은데 비실비실 거렸다가 아침에 아내 얼굴볼 생각을하니
정신이 번쩍들었지만 우선 먹고나 보자며 이것저것 맛나게 배부르게 먹고나니 후식이라며
커피까지 대접하는 아내를 보며
 
"아따 당신이 웬일이여. 그동안 커피한잔 부탁하면 당신은 손이없냐며 손수 타서 먹으라고 했던 당신이
나참..."했더니 눈한쪽을 껌뻑거리며
 
"내가 왜 당신께 오늘 진수성찬 차려주고 이렇게 대접하는지 잘 알잖여." 하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거리는 아내에게 우리 엄니가
 
"애미야. 너그 신랑온께 그리 좋냐? 대충 설거지 끝내고 방에들어가 쉬어잉." 합디다.
그동안 병원침대에 누워 지냈기에 내심 체력이 걱정이되어 밖에 나가 역기를 들어 올리는데
역시 나이는 속일수가 없습디다. 곧 50고개로 접어들어도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말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밖에 추운데 자기야 뭐해? 어여 방에 들어와."아내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방에 들어가보니 아직 잠자기는 이른시간인데 이불을 펴놓고는
 
"나먼저 씻고 나올께."하며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나오는 아내를 보니
겁내게 이뻐 보입디다.
 
저요. 욕실에 들어가 대충 물조께 적시고는 참으로 오랜만에 아내와 나란히 누워
 
"자기야 내 옆으로 쪼께 더 가까이워 워메 이쁜것."하며 아내와 주둥아리 박치기 조께 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할머니 준태 태경이 왔어요."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방문을 열어보니 겨울방학해서
서울에서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들이 왔지 뭡니까. 참으로 오랜만에
 
분위기 잡고 거사조께 치뤄볼까 했는데 아내는 입이 대자가 나와 저녁상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끝내고 분위기좀 잡으려고 하니 조카들이 우리방에 들어와 와서는
 
"큰아빠 할머니방은 할머니 냄새가 나서 싫어요. 큰아빠 방에서 함께 잘래요."하며 다들 이불속으로
들어오는데 정말 환장허겁디다. 어쩔수 없이 요놈들 데리고 자고는 그 다음날 아침
제가 아내에게
 
"여보. 저놈들 이제 방학시작한지 얼마안되어 방학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디 어쩌 오늘 부안 읍내에나가
당신옷도사고 맛난것도 사먹고 거그 있잖여. 거그 가서 쪼께 놀다올까?"했더니 눈을 흘기며
버럭 소리를 지르며
 
"거 씨알때없이 그런곳에 가서 돈쓴다요. 그돈이면 돼지고기가 몇근인디."하며 버럭 소리를 지릅디다.
요놈들 방학끝날때까지 아내를 옆에두고도 홀애비로 지낼생각하니 한숨만 나오네요. 잡것
내일 읍내 꽃다방 미스정이나 보러 갈까나...
 
참으로 오랜만에 들렸는데
현숙 / 내 인생의 박수 신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