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이 감자탕

어찌 생각해 보면 저란 사람은
정말 할 일 없고 한심한 사람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유가 뭔지 들어 보실래요.^^
지난주 친정에 갔었지요.
주방에 배추우거지 삶아진게 양푼으로 하나 가득 담아져 있는걸 보았지요.
엄마께서 필요하니까 삶아 놓으셨겠지 생각했지요.
아침에는 배추우거지된장국을 끓였는데 맛이 있었습니다.
저도 좀 얻어 갈까 말까 생각중인데
요즘 점점 몸에 좋은 암예방 된다는 된장국이 왜그리도 먹기 싫은지요....ㅠ
한끼 먹으면 더이상 먹고 싶지 않을것 같아
얻어 가는걸 포기 했지요.
 
그런데
엄마께서 갑자기 아까워도 버려야겠다시며
많은 우거지를 버리겠다고 하십니다.
엄마도 드시기가 싫으시답니다.ㅎ
엄마는 아깝게 왜 버려~
나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욕심을 부린다.ㅎ
정성들여 삶아 놓은 우거지를 버리는게 아까워
엄마께 달라고 했지요.
꿀꿀이등뼈 사다가 뼈다귀탕해서 막둥이랑 친구들
퇴근길에 우리집에서 저녁이나 먹여 보내야겠다고요.
엄마께서는 그럼 그래라하시며 뼈다귀를 사러 가는 내게
괜히 우거지 때미(때문에)또 돈쓴다고 하시네요.
제가 그랬죠.
 
엄마.
핑계김에 뼈다귀탕도 먹고 좋지 뭐 어떼요.라고 말했죠.ㅎ
우거지 버리는게 아까워 뼈다귀탕을 끓여 인심쓰는 제가 생각해도
참 할 일 없어 보이긴 합니다요.ㅎ
핑계김에 쉬어 간다고 비록 돈은 좀 들어갔지만 어떼요.
사는게 이런거지 뭐 별건가요?
구쵸?
깊이 생각해 보세요.
사람은 결국 먹기위해서 일하지 일하려고 먹을까요.
먹는다는 것은 힘을 기르기 위해서 먹는거잖아요.
먹어야 일을 하고 일을 해야 먹을 수 있고요.
에이 끝이 없네요.ㅋ
그럼 일만해서 뭐 하게요.ㅋ
뭐든 돌고 도는 순환의 연속이 아닌가 싶어요....
 
늘 만들던 방식대로 뼈다귀를 살짝 삶아 핏물을 흐르는 수돗물로
하나 하나 깨끗하게 씻은 다음
다시 물을 부어
고기가 잘 뜯어 질 만큼 50분 가량 푹 고았지요.
등뼈나 사골등을 골때는 다들 우선 핏물이 빠지도록
찬물에 담가두는데요.
저도 물론 그리 했지요.
종종 같은 요리를 하다보니 요령이 생기네요.
그런데 굳이 그리 할 필요가 없는것 같아요.
어차피 살짝 삶아서 핏물을 헹구어 낼바엔 꼭 물에 담가 놓을 필요가 없다 이거지요.
물에 담갔다 삶아도 핏물이 나오는건 매 마찬가지.
 
그래서 전 간편모드로 물에 담그는일은 통과하고
곧바로 살짝 삶아 깨끗이 씻어서 다시 푹 삶으면 기름기도 제거가 되고
핏물도 말끔히 제거가 돼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먹기가 좋다 이거죠.
뼈다귀를 삶을때도 비법이 따로 있답니다.
수년전에 제가 정육점에서 한달여쯤 일을 한 적 있는데
그때 고기에 대해 좀 배웠지요.
고기가 붙어 있는건 반드시 끓는물에 데치듯 살짝만 삶아
헹구어 내야 한답니다.
사골도 황소다리가 더 잘 우러 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래 삶으면 맛있는 육수가 다 빠져나가서 안된답니다.
뼈다귀 삶으면서도 처음부터 물과 등뼈를 같이 넣어 데치듯
살짝 삶아도 보고 물을 끓여 팔팔 끓는 상태에서 뼈를 넣어 삶아도 보았습니다.
 
끓는 물에 뼈를 넣어 삶아도 핏물이 장난아니게 지저분 했던것 같은데
오늘은 정말 신기한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동안은 데치듯 뼈를 삶을때는 소금을 넣지 않았지요.
완전히 익힐때 소금을 넣었는데
오늘은 잡생각을 했는지 핏물을 제거하기 위해 데치듯 삶는데
깜박잊고 소금을 약간 넣었기에
뼈다귀를 씻으면서 저 자신에게 어이구 멍청이 내가 왜 지금
소금을 넣었대.하고 자신을 한심해 하며 뼈다귀를 흐르는 물에
헹구고 난 다음 완전히 익히기 위해 다시 곰솥에 물을 넣고
뼈를 넣었지요.
세상에 이게 왠일이래요.
 
아무리 몇번을 흐르는 물에 씻어도 다시 삶고자 할 때 보면
핏물 입자가 조금씩이라도 물위에 둥둥 떠 있었거든요.
그걸 보면 짜증 좀 나지요.
열심히 헹구어 냈는데 핏물이 또 뜨니 짜증이 나지 않겠는지요.ㅎ
그런데 핏물 빼려고 삶을때 소금을 잘 못 넣었다 생각했는데
제가 실수였다고 생각한게 좋은 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 있죠?
ㅎㅎ이럴때 전화위복이라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ㅋ
정말로 단 한방울의 핏물도 뜨지 않아서 너무 너무 기분이 좋고
신이 났다는 얘기 드리려구요.ㅎ
다음번엔 소금 넣지 않고 끓는물에 뼈를 넣어 핏물을 빼봐야겠어요.
오늘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지 아닌지를 보려구요.ㅎ
 
그래서 뼈다귀탕은 맛나게 되었냐구요?
당근이지요.
초등학생인 우리 조카까지와서 6명이서 배부르게 맛나게 먹고도
남아 우리 막둥이 아내 막내올케랑 유치원생 조카도
먹으라고 냄비에 싸보냈네요.
우리 조카 고기뻔네미인데 젓가락을 못 놓고 있네요.ㅎ
갈비탕할때랑 닭볶음할때랑 핏물을 제거하고
요리해야 하니까 오늘과 같은 방법으로
하면 좋을것 같아요.
반드시 물에 약간의 소금을 넣고
팔팔끓때 뼈다귀를 넣는다는것 잊지 말아야 할텐데....ㅎ
뼈다귀탕 그다지 손도 많이 가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니(한마리분이라네요.3kg에 배춧잎 1장이면 돼요.ㅎ) 
겨울철 우거지나 묵은지를 넣고 맛나게 끓여 식구들과 뼈다귀탕 파티 한번 벌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