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또 어김없이
콩을 씻어 솥에 앉히고
네댓시간을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뒷터에 대문간도 쓸고
칫간에 재를 내느라 흐트러진 칫간도 쓸고
흰둥이가 하루면 열 두번도 더 드나들기 땜시로
깔아준 볏집이 같이 따라 나오니
흰둥이 집앞도 쓸고
옆지기와 나 글고 흰둥이가 다니면서
어지럽혀진 뚤방도 쓸고
콩이 삶아지기를 기다리면서
불도 때고 집안 청소도 하고
무르게 삶아진 콩을 소쿠리에 퍼 담은 뒤
볏짚을 다듬어 맹근걸 소쿠리 여기 저기에 꼽아준 뒤
따뜻한 아랫목에 앙굽니다
화요일 저녁에 앙군걸 오늘 아침에 꺼낸 겁니다
실패하면 어쩔까 걱정도 되었지만
잘 된 듯 합니다
올 해도 성공입니다
어려서 엄마가 하시던걸 본데로 그렇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