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 밀개떡~~

호박잎 밀개떡 먹던 시절~^^

 

내 어린 시절 시골에는 밀가루가 참 귀했다. 그래서 여름방학 때나 되어야 엄마가 만들어주었던 호박잎 밀개떡을 먹을 수가 있었다.

가끔 엄마는 가마솥에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노릇노릇하게 쪄주시었던 밀개떡의 맛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다.

그 당시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은 몰래 밀밭에 숨어 있다가 여자아이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밀밭 길을 걸어오면 불쑥 나타나 여자아이들을 놀려주곤 하였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손바닥으로 비벼 밀 껍질을 벗겨 입에 넣고 씹다가 순진하기 그지없던 우리들은 파란 껌 노란 껌 빨간 껌을 만든다며 크레용을 조금 떼어 밀과 함께 씹었던 어린 시절 바람 불면 쓰러질 듯 너울너울 춤을 추었던 밀밭은 추억 속에나 그려보아야 하는 가?

사실 밀에서 밀가루 까지 만드는 과정은 너무도 복잡하였던 것 같다.

아빠와 엄마는 밀을 베어 마당에 쌓아 놓고 어느 정도 마르면 엄마는 언니와 나를 부르시었다.

“용순아~ 용자야~ 너그들 밀개떡 먹고 싶다고 혔지~ ”

“응~ 엄마~ 밀개떡 먹고 싶은 디”

“ 그래 그라면 시방 너그들~ 저기 있는 빗자루로 마당을 깨끗혀게 쓸어야 혀는 디~”

“아따~ 그란디 엄마~ 왜 마당을 쓸어야 현단가~”

“응~마당을 깨끗혀게 쓸지 않으면 밀에 돌이 들어간께~ 마당을 깨끗혀게 쓸어야 혀는 겨~”

그렇게 하여 나와 언니는 비지땀을 흘리며 마당을 쓸었고, 엄마와 아빠는 밀대를 마당에 펼쳐 널었다.

그리고 오후에 엄마는 수건을 머리에 쓰고 아빠는 밀짚모자를 쓰고 도리깨로 밀 타작을 하려면 일손이 부족하였기에 나와 언니 그리고 오빠는 햇볕이 내리 쬐는 태양아래서 엄마와 아빠의 일을 도와 드려야 하였다.

“용자야~ 너 시방 동네에 가서 용범이 빨리 오라고 혀라~ 그놈의 자석은 밥만 먹으면 어디로 싸다니는지~ 얼른 가서 오빠 데리고 오란께~”

그렇게 하여 난 오빠를 찾으러 동네 골목길을 돌아 다녔고, 오빠는 동네 친구들과 구슬치기를 하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오빠~ 엄마가 밀 타작을 한다고 빨리 오래~”

“응~ 알았어~ 쬐깨만 기다려~”

그러나 오빠는 친구에게 구슬치기에서 구슬을 잃었기에 빨리 나오지 못하고 계속하여 구슬치기를 하고 있었다.

“오빠~ 엄마가 빨리 오라고 혔단께~ 엄마에게 야단맞아~빨리 와~”

“알았단께~ 야~ 콩새 너 땜시 구슬 또 잃었어야~ 쬐깨만 기다려보란께~”

잠시 후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용자야~ 콩범이 어디 있는 겨~ 그 놈의 자식 뭐하고 있단까~ 빨리 오지 않고~”

“오빠~ 언니가 빨리 오라고 혀잔여~빨리 일어나란께~”

“아따~ 콩새야~ 엄마가 날 왜 찾는 단가~”

“응~ 밀 타작을 혈려고~ 엄마가 오빠를 데려오라고 혔단께~”

그렇게 하여 아빠와 엄마는 도리깨질을 하여 밀 타작을 하였고 언니와 난 밀대를 걷어 마당 구석에 쌓는데 자꾸만 밀대는 주르르 밀려 떨어지곤 하였다.

아빠는 멍석을 깔고 동네 이장 집에서 빌려온 풍구를 올려놓고 “용순이와 용자는 밀을 모으고 용범이는 밀을 퍼서 엄마에게 갖다 주거라~” 하시며 풍구를 손으로 돌려 밀에 붙어 있는 밀 껍질을 골라내었다.

우리는 풍구가 신기하였고 재미가 있어서 “아빠~ 내가 한번 해 볼게~”하고 풍구를 손으로 돌려보았으나 무척 힘이 들었다.

아빠는 “힘들지~ 아빠가 혈건게 이리주거라~ 너그들은 밀이나 퍼오란께~”

난 비료포대로 풍구에서 떨어지는 밀알을 받았고, 언니와 오빠는 밀을 담아 엄마에게 주었다.

언제나 잔심부름은 막내인 내 몫이었기에 항상 불만이 많았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밀 타작이 끝나자마자 난 엄마를 조르기 시작하였다.

“엄마~ 밀개떡 언제 쪄줄거야~”

“아따~ 이것아~ 이제 밀 타작을 혔는 디~ 벌써부터 밀개떡 타령을 혀면 어떡현단가~ 밀개떡 먹으려면 아직 멀었은께~ 밀개떡 이야기는 혀지 말란께~”

“엄마~ 밀 타작을 혔은께~ 내일이라도 방앗간에 가서 빠수면 되잔여~”

“아휴~ 이것아~ 저기 비료포대에 있는 밀에는 돌이랑 먼지가 끼어 있어서~ 돌이랑 먼지를 골라내야 혀는 겨~ 이것을 가지고 방앗간에 가서 밀을 찔 수가 없은 게~ 기들려랑께~”

그렇지만 난 “엄마~ 언제 밀개떡 쪄줄거야~”하며 노래를 불렀고 그럴 때 마다 엄마는 “쬐께만 기들리거라” 라는 소리를 하시었다.

몇칠 후 엄마는 “용순아~ 저기 광에서 소쿠리혀고 다라를 가지고 오너라~”

“엄마~ 다라하고 소쿠리는 뭐하려고~”

“응~ 밀을 씻어서 말려야 방앗간에 가서 밀가루를 만들 수 있는 겨~ 그렇지 않고 그냥 이상태로 찌면 밀가루에 돌이 있어서 먹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엄마가 소쿠리혀고 다라를 가지고 오라고 현거야~”

“응~ 알았어 엄마~, 엄마~ 내일은 밀개떡 먹을 수 있어~”

“아따~ 이것아~ 어떻게 내일 밀개떡을 먹을 수 있는 겨~ 밀가루를 만들어야 밀개떡을 만들 수 있는 거지~ 잔소리 그만 혀고 얼른 광에서 소쿠리혀고 다라나 가지고 오란께~”

“용자야~ 엄마가 소쿠리 가지고 오라고 혔잔여~ 어서 소쿠리 가지고 오란께~”

“응 ~ 알았단께~ 언니~ 언제 엄마가 밀개떡 쪄준다고 혔어~ 오늘 저녁에 쪄준데~”

“아따~ 야가~ 오늘은 안 되고 몇칠 있다가 쪄준다고 엄마가 말혔쟌여~ 그란께 얼른 광에서 소쿠리나 가지고 오란께~”

그렇게 하여 엄마와 함께 우물가에 앉아 밀에 붙어 있는 흙먼지를 씻어내고 조리개로 조리질을 하여 돌을 골라내고 밀을 소쿠리에 담았다.

그려면 아빠는 멍석을 마당에 펼치고 엄마는 소쿠리에서 물기를 뺀 다음 멍석에 부었고, “너그들 밀개떡 먹으려면 닭들이 멍석에 똥 못 싸게 잘 보아야 현단께~”

“응~ 알았어~ 엄마~ 그렇게 할게~ 걱정혀지마~”

난 마루에 앉아 장대를 들고 닭들과 전쟁을 펼쳤지만 닭들은 필사적으로 밀을 먹으려고 왔다.

“언니~ 닭이 멍석에 똥 쌓어~ 언니야~ 빨리 나와 보란께~”

“아따~ 이것아~ 그란께~ 장대로 닭을 쫒아냈어야지~니가 잘 못혔은께 ~ 닭똥 니가 치우야지 왜 언니를 부르는 겨~”

“언니야~ 나 닭똥 못 치운단께~ 언니가 어떻게 해봐~”

“그럼 너~ 언니가 닭똥 치워주면 내 대신 닭을 더 봐준다면 언니가 닭똥 치워줄꺼고~”

“언니~ 정말 치사하다~ ”

“싫으면 말고~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던가? ”

난 할 수 없이 언니의 얄미운 제의에 동의를 하고 하루 종일 닭들과 전쟁을 하였고 가끔 멍석에 나가 밀이 잘 마르게 발로 골을 만들 때는 어찌나 뜨거웠던지 발바닥이 후끈거렸다.

드디어 몇 칠 후 아빠가 밀을 지개에 지고 윗동네의 방앗간으로 향하였다.

“아빠~ 나도 아빠 따라서 방앗간에 가고 싶은 디~”

“응~ 그래~ 용순아~ 너도 용자와 함께 방앗간에 가고 싶은 겨~”

“예~ 아빠~ 나도 가고 싶어요~”

그렇게 하여 난 언니와 함께 아빠를 따라 방앗간에 갔다.

방앗간 아저씨는 “아따~ 김씨~ 딸들이 참 이쁘게도 생겼네~”

“암~ 우리 딸들이 지 애미 닮아서 이쁘단께~ 나가 이놈들 재롱에 피곤한 것도 모르고 살고 있어라~그라고 공부도 잘 혀께~ ” 하며 자랑을 하였고, 방앗간 아저씨는 방앗싹으로 밀을 됫박으로 퍼서 그릇에 담아 갔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기계가 돌아갔고, 아빠는 “야들아~ 핏대에 옷이 감기면 위험현께~ 너그들은 밖에 나가 있거라~” 라는 아빠의 말씀에 난 언니와 함께 밖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아빠는 “용순아~ 용자 대리고 이리와 보란께~ 이것이 밀가루여~ 너그들이 타작한 밀에서 나온 밀가루란께~ 집에 얼른 가서 엄마에게 밀개떡 쪄달라고 혀자~”

아빠는 밀가루 포대를 지개에 짊어지고 집으로 왔고, 나와 언니는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밀가루 여기 있단께요~ 엄마 얼른 밀개떡 쪄먹자~”

“응~ 알았다~ 쪼깨만 그들겨 보란께~ 엄마가 밀개떡 쪄줄란께~ 용자야~ 너 텃밭에 가서 호박잎 좀 뜯어 오고~ 용순이 넌 동네 점방에 가서 사카린을 사와야겠다.”

“예~ 엄마~”

나와 언니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텃밭에서 호박잎을 뜯어왔고 점방에서 사카린을 사가지고 엄마에게 주었다.

그렇게 하여 꿈에 그리던 밀개떡을 만들기 위하여 엄마는 바가지에 사카린과 소금을 넣고 물을 부어 반죽을 하면서 맛을 보았다.

난 속으로 “ 저 밀가루반죽 맛이 어떤 맛일까~ 나도 한번 먹어보면 안 될까~”하며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엄마는 밀가루반죽을 마치고 촉촉한 삼배보자기로 덮고 “너그들 이 밀가루반죽에 손대면 안 된다~알았지~”하시었다.

그런데 난 밀가루반죽이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하였다. 난 몰래 방에 들어가서 삼배보자기를 걷고 손가락으로 반죽을 떠서 맛을 보았다.

밀가루반죽 맛은 달짝지근하였고 맛이 있었다. 난 자꾸만 손가락으로 밀가루반죽을 퍼서 먹었다.

잠시 후 엄마는 “ 용순아~ 방에 들어가서 밀가루반죽을 들고 오너라~”

“응~ 엄마~ ”

그렇게 하여 언니는 방에서 밀가루반죽을 들고 엄마가 있는 부엌으로 갔고, 엄마는 가마솥에 들기름을 바르고 밀가루반죽 삼배보자기를 걷었다.

난 숨을 죽이고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누가 이 밀가루반죽에 손을 댓느냐~,용순이 너가 그런거냐~ ”

“엄마~ 난 안 혔어~ ”

“그럼 용자 너가 현거냐~”

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다.

“이것아~ 생 밀가루를 먹으면 배탈이 난께~ 엄마가 먹지 마라고 혔는 디~ 그래 먹어 본께 맛있더냐~”

“응~ 엄마~ 달짝찌근하고 맛있어서 ~”

“엄마~ 용자는 생 밀가루반죽을 훔쳐 먹었은게~ 밀개떡 조금만 줘야 혀~”

“응~ 그래야지~ 엄마가 먹지 마라고 까지 혔는 디~ 용자~ 넌 이따 밀개떡 없다~”

“엄마~ 나 쬐깨 먹었단께~”

“이것아~ 쬐깨 먹었든 많이 먹었든 훔쳐먹었은게 넌 밀개떡 없는 겨~”

그렇게 하여 난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엄마는 밀가루반죽을 가마솥에 얇게 펼치고 불을 지폈고 집안에는 밀개떡 냄새가 가득하였다.

아빠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우고 엄마는 소쿠리에 밀개떡과 옥수수를 담아 가지고 오셨다.

우리가족은 멍석에 앉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꿀맛 같은 밀개떡과 옥수수를 먹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이 은근 슬쩍 넘어 가고 있구나?

그 당시 엄마가 쪄주시었던 호박잎 밀개떡은 최고의 간식거리였고 난 밀개떡을 손에 들고 동네 골목길에 앉아 친구들과 먹었던 밀개떡을 생각하니 입에서 침이 솟고 친구들이 보고 싶다.

여름방학 때 엄마가 쪄주시었던 누렇게 탄 밀개떡 맛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지금의 그 어떤 밀가루 빵 보다도 맛있었던 밀개떡, 아~ 추억을 더듬으며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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