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이었습니다. 왠 낮선 남자가 우리 엄니를 찾기에 그런사람
안산다고 했더니 우리 엄니가 전화기를 뺏어들더니
"경식이오빠 나 꽃사슴 세영이인디 아까 전화 받던사람 누구냐고?
응 옆집에 혼자사는 불쌍한 홀애비인디 데려다 아침조께 먹이는디 지깐것이
내 이름이 누군지나 알간디 잠심 사줄랑께 나오라고? 알았어."아 이러면서
전화를 끊는디 기가 막힙디다.
"엄니 혹시 경식오빠라면 바람둥이 춤선생 아닌가랍? 엄니 좋다고 목매는
읍내 금은방 박영감님은 왜 싫고 그런 제비가 좋다고 그런다요?"하니까
우리 엄니 제 옆구리를 사정없이 찝어까며 그럽디다.
"어메 참말로 니가 예술이 뭔지나 알고 그런소리혀? 그건 단순한 춤이 아니라
예술이여. 그려 무식한 니가 그런 예술을 알간디."하시며 뭐가 그리 좋으신지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가버린 총각 선생님...♪노래를 하시며
외출준비를 하시는 우리 엄니 호주머니 용돈을 넉넉히 넣어드리며
엄니 맨날 얻어만먹고 댕기지 말고 오늘은 엄니가 맛난것 사드리라고 했더니
겁내게 좋아헙디다.
편한 효도 신발은 거들떠 보지 않고 굽높은 뾰족구두를 신고 온갗 멋을내고
외출을 하시는 우리 엄니를 본께 참 늦바람이 무섭긴 무섭디다.
집에서 살림바께 모르던 우리 엄니가 이웃집 부골댁 꼬임에 빠져
지루박 춤을 배우더니 집에 붙어있는걸 못본당께요.
넘 사내품에 안겨 ♪유달산 안개속에 기적이울고 사막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음악 반주에 맞춰 사내품에 안겨 빙빙돌며 춤추는게 무슨 예술이라고 혀는지
참말로 폭폭허구머니랍. 우리 엄니 외출허고 아내와 밭에서 일을허고 있는디
휴대전화벨이 울리기에 받아본께. 금방 숨넘어가는소리로
"여보시오. 나 정읍양반인디 자네 엄니가 말이여. 재네댁을 머리빡으로 받아
눈탱이가 시퍼렇게 멍이들고 코뼈가 부러졌는가 아파 죽는다며 자네 엄니를
고발헌다고 시방 난리인디 싸그 마을 노인정으로 와보소."하기에 이게 뭔일이다냐
싶어 헐레벌떡 뛰어가본께 다른 할머니들 기가 죽어 구석진곳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고 재네댁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계시는디 우리 엄니 완전
조폭은 저리가라합디다.
"오늘부터 말이여. 누군지간에 나보고 남자 홀리는 바람둥이네 꼬리가 열개달린
백여시네 그런소리 혀면 저모양 저꼴로 만들어버릴랑게 다들 그 주둥아리들
함부로 놀리지 말드라고."하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자 우리 할머님들
알았다는듯 고개만 끄덕끄덕 허는것본께 정말 살벌헙디다.
"아따 엄니 시방 여그서 뭐허고 계신다요. 참말로 엄니가 무슨 조폭이여? 아니면
김일이간디 머리빡으로 재네댁 멀쩡한얼굴을 저 모양 저 꼴로 맨들어놓으면
어쩐다요. 코뼈가 이상이 없어야헐턴디.."하며 엄니를 야단을 치고는 눈 언저리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는디 다행히 코뼈는 이상이없는가 본디 우리 엄니
사람을 이모양 이꼴로 만들어놨응께. 감옥살이조께 해야것어."하자 재네댁이
그럽디다.
"야 이사람아 사람이 살다보면 항상 좋은일만 있간디 좋은일도 있고 나쁜일도 있고
그런것이지. 이런일로 이웃간에 고발까지 헌당가. 그 썩을 영감탱이가 나 좋다고
허벌레 거리며 좋아허더니 아 글쎄 지금은 자네 엄니가 좋다고 허구헌날 붙어댕긴께
질투가 나서 내가 그런 소문을 냈는디 궁월댁 참말로 미안허구먼." 하는데
지가 미안혀 고개를 못들겠더라고요.
참말로 우리 어머니 일 저지른일 생각허면 수도 없는디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며칠전 마을 어르신들과 바다에 조개잡으러 갔는디 부지런히 망태가득
조개를 잡아 경운기에 실어놓고 우리 엄니를 찾아본께 우리 엄니가
보이지가 않더구머니랍. 물은 무섭게 들어오는디 엄니를 찾아봤지만
엄니가 보이지않아 어찌할바를 몰라 덜덜떨고 있자니 부골댁이 눈물을 흘리며
"아이고 성님. 젊은나이에 청산과부가 되어 아그들 키우느라 지긋지긋 고생허고
살았는디 이제 살만헌께 물어빠져 죽었다요. 아이고 불쌍한 성님."우는 부골댁을 본께
벌컥 겁이납디다. 아마 조개 잡느라 정신이 팔려 파도에 휩쓸렸나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줄 알았다면 속썩이지말고 잘해드릴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친구 꼬임에 빠져
개장사 한다고 우리엄이 금가락지 몰래 훔쳐다 팔아먹은 일 잘해드린것보다 속썩인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바닥에 덜썩 주저앉아
"아이고 엄니. 지 용기인디 어디에 계신다요. 아이고 불쌍한 우리 엄니. 엄니."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있응께 이웃에 사는 형님이
"야 이 사람아 이러다가 우리까지 위험 허지것네.어여 뭍으로 나가세 산 사람은 살아야 헐것 아닌가."
하시며 제 등을 토닥여 주시기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경운기를 몰고 뭍으로 나오면서
"아이고 엄니 그동안 고생만 지긋지긋허게 살다가 이제 자식 효도 받으며 살먼헌께. 그렇게 가시면
지는 어찌 살라고요. 아이고 엄니."하며 뭍으로 경운기 몰고 가는데 함께간 부골댁이
큰소리로
"어메 참말로 저그 왠 사내와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게 용기 자네 엄니 아니여?"하며 소리를 지르기에
본께 세상에나 이게 뭔일이랍니까. 울고 불고 찾은 우리 엄니가 읍내 금은방 영감님도 아닌
춤선생인가 뭔가 바람둥이 제비허고 아이스크림 하나가지고 서로 번걸아가며 먹고있지 뭡니까
아마 조개 잡다가 그 춤선생 전화받고 뭍으로 나가 둘이 데이트허고 있는것도 모르고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신줄 알고 울고불고 했는디 우리 엄니 본께 화는 나지않고 살아준께
얼마나 고맙던지 우리엄니를 덥썩 붙들어안고는
"엄니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랍. 앞으로 나 춤추는 바람둥이 제비를 만나도 절대
반대 안헐랑께 춤성생 바람둥이를 만나든 누구를 만나든 엄니 마음 먹히는데로 맘껏 허시오."
하니까 우리 엄니가
"어메 참말로 이 잡것이 이제 철이 들었는가 보네. 눈치 코치도 없이 여그까지 찾아와
왜 운다냐."하며 눈한쪽을 껌뻑거리자 그 춤선생 제비 영감님이 꽁지빠지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늦바람이 무섭긴 무섭디다. 어쨋든간에 우리엄니 지금처럼 건강하게 제 곁에
오래오래 사시길 빌어드리면서 우리 엄니가 좋아하시는
홍세민/물새우는 임진강 꼭 부탁드립니다.
작가님 방송되는 날짜 리플좀 달아주세요.
노래 녹음하려구 하니까 꼭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