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약해서ㅠ

정말이지 세상을 살면 살수록 어찌 그리 쉬운일이 하나 없는지요.
참 힘들다는 생각뿐입니다.
대부분 가지고 살지 않는 오지랍까지 가지고 사니 어쩜 좋은지요.
올 봄 5월이었지요.
은행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은행앞에서 우유 판촉하는분을 만나게 되었지요.
판촉을 하시는분이니 오죽이나 잘 하시겠는지요.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가기도 하고 갈수록 건강도 나빠지게되니
영양종합세트인 우유를 한번 먹어 볼까?하는 고민을 한번쯤 하기도 했지요.
우유값도 만만치 않고해서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른 회사 우유와 비교하며 시식을 시켜주는데
***우유는 확연히 다르더군요.
우유 종류를 살펴보니 무슨 미숫가루탄 우유같은것도 있는데 맛을 보니 흰우유보다
맛이 훨씬 좋더군요.
이 우유에 들어간 여러가지 곡물을 보고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할 듯 싶어 우유를 신청하게 되었지요.
 
두달쯤 지났나?
하루는 우유를 넣는 주머니에 메모지가 하나 있더군요.
우유배달 하시는분이 다리를 다쳐 2일에 한번씩 우유를 넣겠다고 하더군요.
한번에 우유 2개 온다해서 무슨 문제 있겠어요.
두말 하지 않고 양해를 구하기에 양보했지요.
솔직히 말하면 내눈으로 보지 않았는데
매일 넣기 귀찮아서 꼼수 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믿구 양보를 하기로 했다구요.
다만 우유를 넣는 시간만 지켜 주면 좋겠는데....
내편이 회사일이 바빠 새벽같이 출근을 하는데
마침 친정집과 가까운곳에서 일을 하거든요.
연로하신 부모님께 물질적으로는 도움을 못 드릴 형편이니 집도 멀지 않고 하니
주1회는 찾아뵙자 나 자신과 약속했지요.
 
한주라도 어기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것만 같구요.
제가 그곳에 볼일이 있을 때도 있어 겸사 겸사 갈때도 있고
아님 엄마께서 김치 담글때 같은때등 제게 도움이 필요할때도
호출이 되어 갈때도 있고 하여 최소한 주1회~2회는 친정엘 가지요.
때로는 친정에서 자구 오는날도 종종 있구요.
굳이 따로 버스비 들여가며 가야 할 필요 있을까요.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내편이 출근하는길에 따라 나서야지요.
이러한 사정이 있어서 우유를 늘 일찍 넣어 주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아니더군요.
솔직히 새벽5시면 이른 시간도 아니지 않나요?
대리점에 전화를 하여 내가 요청한대로 새벽5시 까지는 넣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도 우유를 6시~6시반정도에 넣는것 같더군요.
2일에 한번씩 우유를 넣으니까 한번에 2개씩이 오는데 우유를 늦게 넣어 주었기에
그냥 친정에 갔다가 사정상 친정에서 자구 왔더니 다음날 밤이 되어 집에 돌아 오게 되었지요.
왼종일 대문밖 우유 주머니에 담아져 있던 우유를 상했을까봐 찜찜해서 먹을 수 가 있어야 말이죠.
 
그래서 화가 나서 대리점에 전화해서 새벽5시까지는 넣어 달라 부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우유를 6시가 넘어 넣는거예요.
비싼 휴대폰 요금 들여가며까지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시간까지 자기네 멋대로 인가 싶어
우유 먹을려면 먹고 아님 말라는 식의 배짱장사를 하는건 아닌가 싶어
전 요즘 우유를 먹으면서도 괘씸하기 짝이 없는 심정으로 먹고 있었지요.
난 건강을 지키려고 우유를 먹는 것이고
우유를 판매하는 사람은 생계를 위하여 우유를 판매하는 것 아닐까요?
솔직히 말하면 우유를 끊어버리고 다른 우유를 먹어도 되지 않겠어요.
우유가 없나 돈이 없지 안그렇습니까?
누가 누구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1년간 계약한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유가 입에 맞기에 평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불과 몇달 만에 삐걱대고 목소리 높여가며 짜증을 내야 하는 일이 정말 싫더군요.
 
간섭받기 싫어 하는 성격이라
양심적으로 나 역시도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 한마디 기분 나쁘게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우유 2개를 상했을것 같아 버리게 된것 보다도 전화를 해서 부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유를 늦게 넣고(6시 이후) 있기에 약속을 지키지 않아
몹시도 불쾌함에 기분 언짢아 하고 있는 판에
오늘 아침에 드디어 우유 배달을 기다려 만나게 되었지요.
내편이 어제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출근이 좀 늦었거든요.
사실은 오늘도 추석음식인 송편을 빚기 위해 엄마의 호출이 있어서 따라가야 할 판인데
내편이 어제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와서 어쩔 수 없이 버스로 가야한답니다.
내편에게 별 이상이 없었다면 오늘도 우유를 하루 왼종일 우유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밤이 되어서야 집에 와서 우유를 꺼내야 할 판이었다구요.
 
아침 6시에 출근하는 내편을 배웅한뒤 우유 주머니를 보니 아직도 오지 않았더군요.
화가나서 그래 어디 그렇게 해봐라.
우유 안먹어도 된다 이거지?
배짱이다 이거지?
난 우유를 먹어야 하구 날짜도 시간도 당신들 맘대로니까 나두 보기 좋게
당신들 골탕먹일 궁리를 할 수 밖에....
궁리를 하다보면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요.
골탕먹일 좋은생각을 해냈지요.ㅎ
어디 두고 보자.하며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 상태였지요.
잠도 덜깬 상태.
어젯밤 늦게 잠이 들어 우유를 챙겨 냉장고에 넣고 한숨 더 자려고 했는데
우유가 오지 않아서 현관문앞에서 문을 좀 열어 두고 배달원을 기다렸지요.
정확히 6시10분쯤에 오더군요.
 
급한 승질머리대로 이른 아침 부터 얼굴 붉혀가며 배달하는 사람을 불러 세우고
그동안의 사정얘기를 했지요.
지난주 우유를 늦게 넣는 바람에 상했을것 같아
걍 썩으라고 대문밖에 그냥 둔 우유도 보여 주었지요.
우유값도 비싼데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썩으면 화초에나 주려고....
젊은 사람이더군요.
많아야 30대?
이른 아침 부터 좋은 소리는 못할망정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내 맘도 편지 않았지요.
하지만 그분들을 이 시간이 아니면 만날 수 도 없기 때문에....
이른 아침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누가 되었건간에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누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 사람인데....
만약에 5시가 되기전에 어디 갈일이 갑자기 생겨 우유를 못먹게 되었다면
이건 당연히 내 잘 못 이니 탓하지 않죠.
 
그렇지 않아도 사장님한테 듣긴 하였지만 소비자인 내게는 변명으로만 들릴뿐이지만
이 지역을 뭐 맨 나중에 돈대나 어쩐대나 하면서 많은집을 우유를 넣기 때문에
따로 내게만 일찍 넣어 줄 수 없다는 말뿐이더군요.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우유 넣는곳이 많아서 어쩌고 저쩌고....
자기가 넣는 구역이 아니고 아내가 넣는 구역이라고....
속사정을 듣게 되었답니다.
젊은 부부가 따로 따로 같은 회사 우유배달을 하고 있더군요.
그렇지않아도 며칠전 혼자 가만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오토바이 사고도 모두 배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라디오 사연에서도 엄연한 직업이라는둥 배달이야기가 많이 들려서
배달 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늘 원인 제공자를 가장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때리는 사람보다 때리라고 시킨 사람에게 더 무거운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나 비록 소비자이지만 소비자도 예의와 메너가 있어야 하고
상인도 소지자에 대한 예의와 메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신뢰가 있어야 하는것이지요.
약속을 깨라고 있는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선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판매할때는 간을 빼줄듯 말하고선 막상 고객이 되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것 같아요.
하루 이틀 장사하고 말거 아니라면 그리하면 안되는 것 아닙니까?
배달음식등이 늦었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화가나 있음에도
정말이지 심하게 늦어 놓고도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얄미울 수 밖에 없지요.
때로는 배달원이 어떤 사정상 늦을 수 도 있겠지만 배달하는 사람이 무슨죄라고
우리 소비자는 배달원한테 쓴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불현듯 깨달음에 이제 부터라도 배달하는 음식이 늦어도 배달원에게는 수고하라는 인사만 하고 말자.
다짐했것만 도를 닦지 않은 인간이라서 그런지 괜실히 우유 배달원에게만 이른 아침 부터 쓴소리를 하게 되어
무척이나 미안하고 제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배달원과 이야기 끝에 그럼 밤 9시나 10시쯤 넣어 주면
어떠겠냐는 질문에 시간이 안된다고 하네요.
새벽2시 부터 배달을 하는데 일찍 자야 할것 같지만 내 사정도 있으니 얘기 했는데....
우유 배달 말고도 보험을 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럼 투잡을....
대단하다며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사는 모습 보니
보기 좋다는 얘기도 해주었더니 미소 지으며 고맙다고 합니다.
 
휴~
제 시간에 우유 넣어 주지 않아서 열받아 있는 상태인데도
마음이 약해져 갈아 놓은 오디쥬스를 한잔 건넸지 뭡니까.
젊은 사람은 고맙다며 받아 마시네요.
모질지를 못해 배달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도 해보니 그 사람 입장도 이해가 가구요
남의 사정 다 받아 주다 난 그럼 종종 우유를 상해서 버리라고?ㅠ
서로 적당한 타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빨간날이라고 미리 우유를 몇개씩 한꺼번에 넣기도 하고....
그점도 이해하고 기꺼이 양보할 수 있습니다.
난 단지 시간만 지켜 주었음 좋겠다는거죠.
우유 2개를 썩으라고 밖에 내놓은 걸 보여주며 말했더니
안 넣은걸로 하던지 우유 2개를 다시 넣어 주겠다고 합니다.
아니라고 됐다고 우유 하나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그러냐고 만류했고만요.
나 솔직히 세상을 바르게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말이어요.ㅠ
 
배달원이 가고 난뒤 전화번호라도 물어 볼걸 하는 아쉬움에
물어보지 않은 내가 바보스러웠지요.
물론 대리점에 전화하면 알 수 있을 테지만....
우유 배달원에게도 내게도 손해 나지 않을 뭐 좋은 방법 없을까?
내 사정 이야기를 듣고 우유 배달원도 알았다고
어떻게 그 시간을 맞추어 보겠다고는 했지만
힘들다면 내 생각대로 나두 그들에게 골탕먹일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것 같아요.ㅠ
새벽 시간이 좋아서 우유 배달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해 보았지만
새벽시간이라 무섭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한번도 시도는 해보지 않았지만
그 속내를 들으니 역시나 이해가 가지 않는 까탈스런 소비자도 많더군요.
우유를 너무 일찍 넣는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나로써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더만요.
여름이건 겨울이건 새벽시간인데 일찍 넣어 주면 좋지.
새벽시간이라 우유가 상할일도 없을텐데 뭐가 어쨌다고 일찍 넣어 주는걸 탓하는거지?
어떻게 일일이 자기네 시간에 맞추어 달라고 하는지....
 
내가 친정엘 자주 가는 사정만 없다면야
그들의 구역 배달 시간에도 뭐라 말하지 않는다구요.
나같음 암튼 새벽 두세시가 되어도 괜찮으니 내가 원하는 시간까지만
넣어주면 상관없는데....
좋겠구만....
배달원의 사정을 들었기에 나만 따로이 그 시간에 넣어 달라고 떼쓰기도 뭐하고
우유를 끊고 싶지는 않고
하여 아직도 기분이 별루인 상태로 장문의 글을 썼지만
이글을 끝까지 읽으신분들은
우유배달원도 나도 손해 나지 않는 뭐 좋은 생각이 있음
얘기 해 주셨음 좋겠습니다.
내게도 한가지 좋은 생각을 해낸게 있지만
좋은님들의 좋은생각도 한번 들어보고 싶답니다.
솔로몬의 지혜를 부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좋은님.
오늘 하루도 그냥 웃어서 행복하고
무언가를 떠올려 행복해서 웃는날 되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