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맨드라미야.
내 말 좀 들어볼래?
있잖아.
울엄마가 배아파 낳은 자식들이 자그만치 여섯명이나 되거든?
그런데
고넘들이 다 자라서 각자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멀리 인천에서 경기도 성남과 광주에서
터를 잡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단다.
 
우리엄마는 아빠랑 다시 신혼이 되어
두분이서만 사시고 계시는데
다행히 여섯명중 나를 포함하여
세명이 부모님 가까이 살고는 있는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시는거 있지.
주1회는 얼굴 도장 찍으러 간다고해야 맞을거야 아마도.ㅎ
부모님을 찾아 뵙곤 하지.
그러니까 지난주에는 금요일날
부모님을 찾아 뵈었지.
 
맏딸인 나는 내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은
우리 엄마도 사용해보라며 조잘조잘 설명해 드리고 사다드리곤 한다?
어쩌다 한두가지 빼고는 이런거 어디서 났냐?
써본게 징그라케 좋더라.하시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시곤 하거든.
그럼 나는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구.
우리 엄마가 좋아 하시는데 딸이 기분 좋지 않겠어?ㅎ
볼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신시장 전봇대옆에서 혼자
생선을 파는 단골 할머니께서 은빛 비늘을 잘 간직한체
하얀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갈치가 나를 유혹 하지 뭐니.
군침도는 갈치를 팔지 뭐니.
 
갈치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싱싱한 갈치(수입산은 거져 줘도 안먹고.ㅎ)만
눈에 띠면 대부분 사서 엄마네와 우리 반반 나누어 반찬을 해먹거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내가 갈치만 보면 꼭 사는편이거든.
어떼?
할매는 팔아서 좋구 나는 맛난 갈치요리 해먹어서 신나구.
안그래?
마침 동그란 먹음직스런 호박하나가 열려 있어서
엄마가 따오셨길래 호박을 숭덩 숭덩 큼직하게 썰어
갈치랑 지져 먹었더니 정말 맛나더라.
학창시절 울엄마는 갈치는 반드시 호박을 넣고 반찬을 해주셔서
그 입맛에 젖었는지 싱싱한 갈치만 보면 감자나 무보다
살이 많은 늙은 호박이 되는 호박하구 지져 먹고 싶은거 있지?
이 만큼 살다보니 음식까지도 추억이 서려 있는것 같아.
가끔은 엄마집에서 자고 오기도 하는데 오늘도였지.
 
엄마도 아프고 나도 아파서 같은 병원에 갔다가
다이소라는 생활용품점이 새로이 크게 오픈을 하더라.
울엄마랑 나랑 천원에서 오천원정도의 몸값인 물건들을
엄마는 엄마가 필요한걸 사고 나는 나 필요한걸 사고
엄마께 여쭈며 필요하다면 내껄 더 사구
그렇게 사다 보니깐 ㅎㅎ 30,000원이 조금 넘더랑.
당근 내가 계산을 했지.
울엄마께서 그러시는거 있지?
내물건값이 더 많은거 같다.
하시며 계산을 해보시는거 있지.
그러면서 웃으시며 내가 만원만 주께?하시는거야.
그래서 내가 뭐랬게?
 
됐어~~~~라고 말했지.
돈 받지 않겠다고 하니까 좋아하신다.
그보다 큰딸하고 얘기 나누며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고 같이 쇼핑하는게 좋으셨던게지.
내가 울엄마한테
엄마~
일케 물건 사러 다니니까 재미있지?라고 여쭈니
응 재밌다 하신다.
나이들어 머지 않아 같이 늙어 갈 수 있는 큰딸과의 쇼핑이
누구나 즐겁고 행복한 일 아니겠니?
자식 키운 보람이 바로 이런거 아니겠어?ㅎ
 
엄마랑 쇼핑해서 행복하긴 한데
내몸상태가 메롱이었거든.
속도 안좋고 등도 다리도 많이 아프고....ㅠ
울엄마도 매일 처럼 허리까지 아파 고통스러워 하시면서도 덩치값 못하는 내가 안스러운지
언제나 내게만 짐을 들게 하시지 않고 반 나누어 드시는구나.ㅠ
고구마가 아주 쬐끔 먹고 싶어서
엄마한테 고구마를 쪄달라고해서
고작 쬐끄만거 새개쯤 먹었나?
농사가 서툰분에게 얻은 고구마인데
어찌나 풍신난지 먹고 싶은 맘이 싹 가실라고 하는거 있지.ㅋ
전혀 맛이 없는 고구마는 아니었는데도 말여.ㅎ
얼마전 친구가 전어회를 사주었는데 횟집에서
전어를 한봉지씩 주신거야.
 
부모님께 가져다 드렸지.
우리 부모님께서는 가시쟁이 전어를 찌개끓여 드시는걸 좋아하시거든.
가시 많은게 걍 구워 드시라했더니
화덕이라는 아궁이 닮은거에 솥을 걸고
나무로 불을 지펴 고구마를 찐다음
타고 남은 숯불에 석쇠로 전어를 구워 먹기도 했다.
한두명쯤 더 있음 맛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전어구이도 먹구 엄마가 가꾸시는 화단에는
우리들이 떠난 빈자리를 너희들 화초들이
엄마를 행복하게 하더구나.
 
울엄마는 꽃을 얼마나 좋아 하시는지 몰라야.
그리고 시들어 가는 네 친구들 까지도 비료까지 주며
살려 내시는 능력이 있으시단다.
그중에 하나인 진한분홍빛의 고운옷을 입은 너. 맨드라미.
해마다 이때쯤이면 엄마의 자식들중에 맨드라미 한그루는 꼭 자라고 있었어.
울엄마도 맨드라미를 좋아하시나봐.
너의 아름다움이란 멀리서 바라볼땐 그져 그랬거든?
근데 말야 너만 보면 나는 나 어릴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
우리 외갓집옆에 있던 장독대 주변에 네 형제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대가족으로 살고 있었지.
너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도 없고 별 추억할 만한 건 없는데
너를 보면 난 항상 외갓집 생각이 나지 뭐니.
우리 외갓집은 내 기억 아득히 먼 저편에만 있을뿐 내 고향이 수몰지구가 되어
지금은 가보고 싶어도 갈 수 도 없게 되었단다.
 
또한
우리 외할머니 역시도 자연으로 돌아 가신지도 어언 10년은 되는것 같구....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너를 보면 반가웁고 외갓집의 장독대도 떠오르고
장독대 주변에는 대나무밭도 있었는데 외할머니도 그 어느 것도
흔적은 찾아 볼 수 없구
내안의 추억뿐이니 서글프고 서러움마져 들곤 하는 구나.
너의 모습은 영락없는 숫닭의 닭벼슬을 닮았잖니.
맞다 너를 보면 숫닭의 머리위에 솟은 닭의 벼슬도 떠오르는거 있지.ㅎ
오늘은 엄마랑 엄마가 어릴적 살던 집인 우리 외갓집 장독대 이야기 하면서
너의 모습을 만지작 거려 보았는데
다른 화초들처럼 꽃도 아닌것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너무 예쁘더라.
화려하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람처럼 말이야....
그래서 폰을 가져다가 올해도 내 폰카에 네 모습을 담아 배경화면에 설정해 두었단다.
오래 오래 해마다 너의 모습 지켜 보고 싶다.
봐서 내년에는 우리 베란다 화분에도 너를 키워
외갓집과 함께 고향 떠올려지는 너를 볼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