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떠나 사는것도 서러운데

25년넘게 한직장만 다니며 살던 어느날 거울을 보니 흰머리가 히끗히끗한 왠 중년이
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기에 놀래 거울을 뒤집에 놓고 생각을 해보니 나도 벌써
얼마 안있으면 50고개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참 서글퍼 집디다.
그동안 사는게 뭔지 앞만보며 달려왔는데 말입니다.
그래 이제 남은 인생 내가 하고싶었던 일들 마음껏하며 인생을 즐기며 살자며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부모님 모시며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데
우리집 비닐 하우스 감자캐러 품팔러 오신 이웃집 할머니께서
 
"민호아빠 나 따라댕기면서 돈조께 벌랑가? 다음주 부터 한달간 저그 전라남도
영광서 먹고자며 대파작업 하는디."하시기에 집에서 맨날 밥이나 축내고
노는것도 지겨워 할머니를 따라나섰습니다. 봉고차가 이마을 저마을 다니며
아줌마 할머님들을 15명정도 태우고 2시간넘게 달려 작업장 밭에 도착하니
얼굴이며 목이며 성한데 없이 피멍이든 왠 젊은이가 제법 많은 대파를 미리 뽑아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뭡니까.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름은 '띠안쭌' 나이는 28살 중국에 부모님, 아내, 여섯살먹은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었습니다. 이곳에 오기전에 서울 어느 식당에서 두달간 일을했는데
불법체류자라는걸 알고 사장님이 돈한푼 주지않고 죽지않을정도로 맞아
온 몸이 성한곳없이 이곳으로와 그 힘든 노동일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띠안쭌과 이런 인연으로 일한지 보름정도 되었을까요.
사장님께서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천만원이란돈을 믿고 빌려줬는데
어느날 그 돈이 필요해서 빌려준돈좀 달라 했더니 무슨돈을 빌려줬냐며 증거가 있냐며
화를 내는데 기가 막힙디다. 하늘이 내려다 보고 있다며
쇠스랑으로 분을 못이겨 순간적으로 제 손등을 찍어버렸습니다.
그때 이후로 신경을 다쳐 지금도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사장님과 악연으로
띠안쭌과도 작별을 하고 그곳을 떠나와 지내고 있는데
 
비가오는날은 유난히 부침개 생각이 간절하여 부침개를 해먹으려고
담벼락에 주렁주렁 매달린 호박 한덩어리 따들고 집에 들어서니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기에 수화기를 들고보니
 
"쌈촌 나 띠안쭌인데 쌈촌 마니 보고찝고 우리나라 쭝국 까고싶다.
아들이 많이 아파." 하며 대성통곡을 하며 울기에
 
"띠안쭌 사장이 못나가게 하면 몰래 도망쳐 이 삼촌에게 전화를 하면 되잖아."
 
"쌈촌 나도 끄러고 찝은데 싸장님이 여권이랑 내 통장이랑 휴대폰이랑
빼아갓어 도망갈수 없어. 아침 세벽부터 밤 늦도록 일만하고 돈도
주지않아. 한국사람 나빠요." 아 이러면서 흐느껴 울지 뭡니까.
한 여름인데도 돈이없어 겨울옷을 입고 일한다는 띠안쭌이 안쓰러워
여름옷가지며 속옷 몇벌을 사들고 숙소에 찾아갔는데 행여 띠안쭌을
다른곳에 빼돌릴까봐 아예 아무도 모르게 다른곳으로 숙소를 옮겨
끝네 띠안쭌을 못보고 되돌아 서는데 자꾸만 띠안쭌이 눈에 아른거려
뒤돌아 보곤 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디다. 유난히도
쌈촌 쌈촌 하며 따르곤 했는데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이곳 한국에 올때 천오백 만원을 브로커에게 주고 이곳 한국에 왔기때문에
부지런히 벌어 그 빚도 갚고 돈벌어 부모님 아내 자식이 있는 그리운 고향에
가야 할텐데 불법 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여권 통장까지 빼앗고 돈한푼 주지 않고
뼈가 앙상하도록 일만시키는 사장님이 정말 야속하네요.
 
유난히 정이많은 띠안쭌 지난 가을이었던가요.
함께 일하던 할머님 한분이 목마르다고 하자 두리번 거리더니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멀리 떨어진 무우밭에서 무우 하나를 쑥 뽑아 자기 옷에
쓱쓱 닦아 할머니께 전해주던 인정많은 띠안쭌이 절 자꾸만 울리네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모르는 낯선사람 전화였습니다.
아마 행인한테 전화를 빌려 전화를 했나봅니다.
주위에 보면 여러 각자 다른나라에서 우리 한국에 돈벌고자 와
한국사람도 하지않는 그 힘든일을 하는 외국인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사람 가슴에 대못을 박다니요. 남에눈에 눈물하게 하면 자기 눈에선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을 모르는지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띠안쭌 야 이놈아. 널 어떻게 해야겠니. 자꾸 네가 눈에 밟혀 못살겠다. 이놈아.
이 불쌍한놈아.'
 
마음도 그렇고 이상열/천리타향
                    이   현/타향등 두곡중에 한곡 부탁합니다.
 
추신
이글 방송되어 선물 주시게되면 이웃에 혼자사시는 독거노인 할아버지 한분이 계시는데
반찬을 보내주시면 할아버지께 도움이 될꺼같아 부탁합니다.
챙겨드린다고 신경쓰고 있지만...